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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슈퍼볼 광고로 슈퍼히트 친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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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1호 안창현 기자⁄ 2016.02.25 08:56:57

▲2월 13일(현지시간) 개막한 ‘제108회 시카고 오토쇼’ 관람객들이 현대차 전시관에 공개된 제네시스 콘셉트카 ‘비전 G’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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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제네시스를 알릴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법인 사장은 올해 현대차의 슈퍼볼 광고에 대해 이런 기대감을 표시했다.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정식 론칭한 이후 이를 알릴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는 총 76만 1710대를 판매하며, 2014년 72만여 대보다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올해 제네시스 브랜드로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제네시스 알리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매년 1억 명 이상의 미국인이 시청하는 슈퍼볼 무대는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는 최적의 기회였다.

결과도 좋았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의 광고 경연장에서 현대차는 자동차 업계 최초이자 비(非)미국계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수익성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 뛰어난 후발주자로서 현대차의 성공적인 마케팅 행보가 이목을 끌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슈퍼볼 공식 스폰서 계약을 맺고, 북미 시장에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슈퍼볼 공식 스폰서에 참여한 것이라 하니 현대차의 공격적인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이 열린 캘리포니아 주 산타클라라 스타디움. 사진 = 연합뉴스

슈퍼볼의 TV 시청률이 엄청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시청률은 무려 49%나 된다. 슈퍼볼이 열리는 순간, 미국인 대다수가 TV 앞에 자리를 잡는 탓에 미국 거리에서 차를 보기 힘들 정도이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다. 1억 3000만 명 이상이 지켜보는 슈퍼볼 TV 중계에는 50여 분의 광고 시간이 주어진다. 이 골든 광고 시간을 놓고 벌어지는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광고료는 당연히 어마어마하다.

현대차는 슈퍼볼 경기에 앞서 경기 전 60초 분량 광고 2편과 하프타임에 30초 분량 광고 2편, 이렇게 총 4편을 내보냈다.

1989년 ‘USA 투데이’가 슈퍼볼 광고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아멕스, 맥도날드, 펩시, 나이키, 버드와이저, 스니커즈, 도리토스 등 미국 7개 브랜드의 독무대였던 슈퍼볼 광고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로는 사상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산타클라라 스타디움에서 현대차 광고가 전광판에 등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역대 조사에서 자동차 브랜드가 1위를 차지한 것도 올해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가 이번 슈퍼볼에 내보낸 광고 4편 중 3편이 전체 선호도 6위 안에 들었고, 자동차 부문으로는 1위에서 3위를 모두 휩쓸었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현대차 광고는 ‘첫 데이트(First Date)’라는 60초짜리 광고였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출연해 제네시스의 차량 추적 장치로 딸의 첫 데이트를 지켜본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지에선 케빈 하트의 익살스런 연기와 코믹한 스토리로 제네시스의 첨단 기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5위를 기록한 ‘라이언빌(Ryanville)’ 편은 경기 2쿼터 중 공개된 작품으로, 한 마을의 모든 남자가 영화배우 라이언 레이놀즈처럼 멋진 외모를 갖춘 동네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렸다. 6위는 제네시스가 아닌 아반떼 주제의 ‘추격전(The Chase)’ 편으로, 차량의 스마트 기능을 이용해 야생 곰으로부터 탈출하는 커플을 담았다.

▲올해 슈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첫 데이트(First Date)’의 한 장면. 사진 = 현대차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를 정식으로 출시한 것이 1월 디트로이트 모토쇼였다. 이번 슈퍼볼 광고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깊이 각인시키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랜드 고급화 이유? “시장 확대”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를 적극 미는 배경에는 최근 급성장하는 전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이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고급차 시장은 연평균 판매 증가율 10.5%를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 증가율(6.0%)을 크게 상회했다. 토요타그룹과 폭스바겐그룹의 경우에도 판매 대수는 대중차가 절대적으로 많지만, 판매 증가율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차 모델이 높은 편이다.

폭스바겐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의 판매 증가율이 폭스바겐이나 스코다 판매 증가율의 3배 이상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수익성도 고급차 쪽이 대중차보다 훨씬 좋다. IHS는 프리미엄 모델을 기반으로 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영업이익률이 평균 8.8%라고 보고했다. 폭스바겐, 토요타, GM, 포드, PSA, FCA 등 대중차와 고급차를 함께 파는 완성차 업체들의 평균 3.9%보다 월등한 수치다.

▲2015년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편지’. 우주 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표현해 화제가 됐다. 사진 = 현대차

인도의 타타모터스가 2000년대 후반 재규어-랜드로버를, 중국의 지리그룹이 볼보를 인수·합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푸조·시트로엥 그룹(PSA)도 프리미엄 브랜드 DS를 새롭게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독일의 전통 고급차 메이커, 과감한 인수·합병 등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확보한 미국, 1980년대부터 북미 시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한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프리미엄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최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품질, 안전성, 주행성능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는 등 고급화 추세를 거스를 순 없다. 최근 많은 완성차 업체가 고객 경험 차별화를 강조하고, 고급 이미지 확보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이런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제네시스 전담 조직을 강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최근 글로벌 브랜딩과 마케팅 전담 조직인 ‘제네시스 전략팀’과 상품성 강화를 담당하는 ‘고급차 상품기획팀’을 신설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브랜드 론칭 시점에 맞춰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을 전담하는 ‘프레스티지 디자인팀’을 구성한 데 이어 전담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새롭게 구성한 제네시스 전략팀은 ‘기술을 넘어선 인간 중심의 진보’를 지향하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고급차 시장을 대상으로 이를 지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 광고 공세

현대차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브랜드들에 비해 후발주자인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또 그 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 주목을 받았다. 올해 슈퍼볼 광고도 그런 좋은 사례가 된 셈이다.

▲지난 11월 4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공식 론칭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 현대차

현대차는 이미 2008년부터 7년 연속으로 슈퍼볼 광고를 냈지만, 2015년에는 광고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슈퍼볼 광고를 재개하며 아예 2019년까지 공식 NFL 후원 계약을 맺었다. 

올해만이 아니다. 2014년엔 제네시스의 긴급 제동 시스템을 소재로 활용한 ‘아빠의 육감(Dad’s Sixth Sense)’ 광고로 자동차 부문 1위, 전체 6위의 광고 선호도에 랭크된 바 있다. 당시 이 광고로 국제 광고제 ‘원 쇼 어워드(One Show Awards)’에서 ‘올해의 자동차 광고’상을 받기도 했다.

2015년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우주로 보내는 편지(A Message to Space)’는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 캠페인은 우주비행사인 아빠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을 전달하려 제네시스를 이용해 우주에서도 보이는 초대형 메시지를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미국 네바다 주 델라마 사막에서 제네시스 11대를 주행시켜 거대한 타이어 흔적을 남겼다.

이 흔적은 딸이 직접 쓴 메시지를 사막 모래 위에 구현한 것이었다. 이 캠페인이 만든 초대형 타이어 자국 메시지는 ‘가장 큰 타이어 트랙 이미지(The largest tire track image)’라는 신규 항목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 4월 13일 온라인 공개 직후 기업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3대 방송사인 NBC, CBS, ABC가 이 캠페인의 감동적인 사연을 보도했다. 구글과 애드위크(AdWeek)에서 발표하는 4월 전 세계 유투브 광고 영상물 중 전체 조회 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108회 시카고 오토쇼’ 현대차 전시관은 제네시스 신차 G90을 선보였다. 사진 = 연합뉴스

매년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광고 축제인 ‘칸 라이언스 국제광고제(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총 3개 부문에 걸쳐 수상하면서 세계 3대 광고제 중 뉴욕 페스티벌과 칸 국제광고제 양대 행사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의 이러한 브랜드 캠페인은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서 세계적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서 벤츠-BMW 이어 고급차 3위

현대차의 브랜드 마케팅은 지금까지 북미 시장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안착시키는 데 비교적 성공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 프리미엄 중형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벤츠와 BMW를 이어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4년 4월 미국에서 출시한 2세대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전년 대비 30.2% 증가한 2만 4917대 판매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BMW 5시리즈 다음이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7%대를 맴돌던 점유율은 지난해 10%대로 뛰어올라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위인 벤츠 E-클래스 점유율은 21.4%, 2위인 BMW 5시리즈는 19%였다.

제네시스 브랜드를 공식 론칭하기 이전 성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본격적으로 진행될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 마케팅이 대중차 브랜드로서 현대차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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