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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건강 칼럼] 출퇴근 거리 길수록 인생 짧아진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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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2호 조수현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2016.03.03 08:57:4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조수현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 38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8분으로 보고됐다. 또 한국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 90분 이상 버스나 지하철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도 8%나 됐다.

이런 가운데 장거리 출퇴근을 하다 뇌출혈로 숨진 공무원에 대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공립학교 영양사였던 윤 모 씨는 경기도 이천의 초등학교로 발령받은 뒤 용인 집에서 매일 한 시간씩 운전해 출퇴근했다.

윤 씨는 음주·흡연을 거의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윤 씨의 건강이 악화됐고, 그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크리스틴 호에너 교수팀은 2012년 미국 예방의학 저널에서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건강 검진을 받은 텍사스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출퇴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CRF)가 떨어졌으며,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 여러 건강 지표가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출근 거리가 15㎞ 이상인 출퇴근자들은 일반인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았고, 24㎞ 이상인 경우 각종 건강 지표가 나빴으며 지방과도와 비만, 운동부족일 확률이 높았다. 또 잘못된 영양 섭취, 불면, 우울증, 분노, 사회적 고립 등의 증상도 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장거리, 장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건강 악화로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혈관질환 위험 높아…우울증, 요통 동반

스웨덴 우메아대학의 에리카 샌도우 지리학과 교수는 인구통계국의 자료를 토대로 출퇴근 거리와 사망률을 조사했다. 1994년 당시 55세 직장인 5만 9699명의 출퇴근-건강-사망률 기록을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4년간 분석했는데, 그 결과 14년간 장거리 출퇴근한 여성의 사망 비율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1.54배나 높았다.

장시간 출퇴근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등으로 이어지면서 뇌혈관 질환 및 심장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매일 버스나 전철을 이용해 장시간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대중교통 안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버스나 전철에 앉아서 이동할 경우,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이고 다리는 꼬지 않으며 목과 허리, 어깨는 바르게 펴서 척추와 관절이 받는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서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몸의 중심을 바로 잡고 양쪽 다리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킨다. 가방은 백팩이나 크로스백을 메는 것이 좋다. 또 무릎과 발목을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스트레칭이 도움이 된다.

▲장거리 출퇴근 시 스마트폰이나 책을 오래 보는 습관은 목에 부담을 준다. 사진은 이상윤 재활의학과 교수의 진료 모습. 사진 = 중앙대병원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랜 시간 출퇴근을 하다보면 스마트폰 또는 책을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눈이나 귀, 목 건강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특히 버스나 전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보통 눈높이보다 낮은 위치에 두고 장시간 사용하기 때문에 목에 많은 부담을 줘 거북목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고개를 세워 액정을 눈높이로 올리고 30㎝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며, 최소 20분마다 목을 좌우로 돌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움직이는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이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고 있으면 평소보다 눈을 오래 뜨게 돼 눈의 피로도가 심해진다. 이때는 의식적으로 눈을 깜빡여주고 한 번씩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장거리 통근자의 경우, 매일 긴 시간을 운전하거나 이동하다보면 긴장감과 더불어 교통 정체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 또한 높아진다. 고혈압, 비만지수가 높아져 뇌혈관, 심혈관 질환이 유발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출퇴근 시 자가용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되도록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유가 되면 한두 정거장을 미리 내려 도보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실제로 2013년 미국 예방의학회지에 실린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의 약 2만 명 영국 직장인 대상 조사를 보면, 자가운전을 하는 사람에 비해 도보로 출퇴근하는 사람의 당뇨병 발병률은 40%, 고혈압 발병률은 1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만율은 자전거, 도보, 자가운전이나 택시 이용자 순으로 각각 13%, 15%, 19%로 높아졌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자가용 이용자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라면 신체 활동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TV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 시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식사 후에는 잠깐이라도 산책 등을 통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장거리 출퇴근으로 체내 산화 스트레스가 많아지면서 피로도가 높아지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여러 만성질환이 생길 수 있다. 비타민을 복용해 피로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시간을 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마음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긍정적 사고를 갖고 극복해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나이가 젊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고, 평소 쉽게 피로하거나 뒷목이 당기고 손발이 저리는 등의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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