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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사람들 - 강동서 여성청소년과 오송희 경감] “처벌로 아동학대 못잡아. 사회관심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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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2호 안창현 기자⁄ 2016.03.03 08:57:46

▲오송희 경감(왼쪽)과 여성청소년과에서 가정폭력을 전담하고 있는 박노라 경사. 사진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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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얼마 전 5살 딸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20대 엄마가 친권을 박탈당했다. 아이가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지경이 돼서야 아동학대 사실은 외부에 알려졌다. 온 몸에 화상과 멍 자국을 보고 아동학대를 의심한 병원 측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올 연초부터 이 같은 아동학대 사건들이 잇달아 이어지면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학대하다 못해 자식의 시신을 토막 낸 비정한 부모도 있다. 아동학대에 대해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 내부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 아동학대를 자식을 훈육하는 ‘사랑의 체벌’로 오인한 전통 탓이기도 했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지만 그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폭행이 2013년부터 잇따라 폭로되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져가고 있다. 실제로 2014년 9월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특례법, 2015년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차례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경찰도 나섰다.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오송희 경감(42)은 일선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사후 재발을 막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다.

아이가 학대당하고 있는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다. 학교 선생님이 신고를 했는데, 출동해 보니 아이의 눈이 부어오르고 얼굴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었다. 

오 경감은 바로 조사에 나섰고, 평소 의사표현이 어려운 아이가 엄마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은 사실을 밝혔다. 사실 이 아이는 정신지체 1급 장애아였다. 전날 집에서 TV를 보다 소리를 크게 올렸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심한 폭행을 당했던 것이다.

오 경감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이였지만, 평소 밝고 활발한 성격이라고 전해 들었다. 그런데 엄마의 학대를 받으면서 점점 공격적인 성향을 띄어가고 있는 상태였고, 엄마 역시 정확한 판정을 받지는 않았지만, 정신지체 장애가 의심됐다”고 당시를 전했다.

아이가 공격적으로 변함에 따라 엄마의 폭력 성향은 점점 강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태였다. 이 사건을 포함해 대부분의 아동학대 사건에서 폭력을 행사한 부모를 입건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전했다.

“반복적이고 습관화된 학대는 단순 처벌로 막을 수 없기에, 경찰서에서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 협의회’를 매달 개최하고, 아동학대에 대해 다각도에서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책협의회는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관할 학교장과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장과 법률자문 변호사 등이 함께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들이 나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가해 부모의 형사 입건 여부부터 학대 아동의 치료까지 구체적인 사안들을 논의한다. 해당 아동의 사후 보호, 재발 방지를 위한 부모의 정신 상담까지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회에서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아동학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면서 경찰서 차원에서도 대책 협의회를 꾸렸다.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여러 전문적인 지원을 받고,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시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수라는 데 뜻을 모았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강동경찰서에서는 매월 ‘아동학대 근절 대책 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서울강동경찰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의 경우에도 이 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단체의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 아이 엄마는 도움을 받는 데 대해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경제적인 부담이 되는 상담과 치료에도 부정적이었다.

오 경감은 “아이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마에 대한 처벌보다는 장기적으로 이 가족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그래야 아이가 다시 학교에 정상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협의회에 참여한 아동보호기관은 아이의 치료와 보호를 지원했다. 이 기관에 6개월간 아이를 맡겨 치료를 받도록 했다. 오 경감은 “아이 엄마도 설득했다. 정신상담과 치료를 경찰서에서 지원할 예정이니 무료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설득했다. 이 경우에도 경찰서와 연계한 치료 기관이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대책 마련 위해 매달 협의회 꾸려

오 경감은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님을 강조했다. 처벌을 받은 부모가 이후 다시 학대를 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고, 가정환경에 의해 재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동학대 대책 협의회를 매달 여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오 경감은 “최근에는 TF팀을 구성해 첩보 수집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수사팀, 학교전담경찰관과 함께 가정이 불우한 아이들과 학생들이 폭력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하려고 노력한다. 학대나 폭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 정상적인 가정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주변의 관심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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