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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화랑미술제에 첫선 온라인 판매, 득될까 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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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3호 김연수 기자⁄ 2016.03.07 11:47:12

▲2016 화랑미술제가 열린 코엑스 전시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연수 기자) 올해의 첫 대형 아트페어 화랑미술제가 3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국내 최초의 미술장터로 시작해 올해 34회를 맞는 이번 미술제는 국내 89개 화랑, 500여 작가가 2500여 점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선보였다. 다른 어느 때보다 기존 미술 시장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 대회였다.

이번 미술제의 특징이라면,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는 단색화가의 작품 등이나 올해의 주력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민중 미술 계열의 작품들도 많이 보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젊은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화랑들 역시 고가의 작품들보다 신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듯 했다. 

화랑협회 측은 “특히 이번 아트페어가 다른 아트페어와 달리, 화랑협회 소속 화랑이 자체 발굴한 전속작가의 작품을 전시해 화랑별로 중복 출품이 적어 관객들에게 더욱 다양한 작업을 만나볼 수 있게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젊은 작가들의 발굴에 조금 더 신경 쓰고 선보인 화랑의 부스에 관객들의 관심이 비교적으로 더 쏠리는 듯 했다. 

이런 분위기는 온라인으로 시장 범위를 넓힌 화랑협회의 올해 첫 시도에 따라 형성된 것 같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와 손잡고 미술 작품의 온라인 판매를 시도한 기획은 올해 화랑미술제에서 무엇보다 주목을 끈 부분이다. 이 온·오프라인 동시 판매 행사에는 이번 미술제 참여 화랑들이 30만 원 이상 200만원 이하의 작품을 출품했다. 미술품 소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가격 부담 없는 소장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였다.

“온라인으로 작품 보고 현장 찾은 관객 많아 놀라” 

이 기획 전시는 ‘나의 공간, 나의 취향’이라는 주제 아래,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 ‘스토어 팜’의 인테리어 코너(온라인)와, 화랑미술제 한 편에 마련된 특별 부스에서(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다. 온라인에서는 미술제가 끝난 뒤에도 약 열흘 간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제 현장에서 이 기획의 진행을 담당한 화랑협회의 정수진 대리는 “온라인에서 작품을 미리 확인하고 보러 오신 관객들이 많아 놀랐다.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좋았다”고 전했다.

▲네이버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화면(위)과 오픈갤러리의 온라인 쇼핑몰. 사진=네이버, 오픈갤러리

쇼핑 분야에서도 큰손이랄 수 있는 네이버의 미술 시장 진출은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미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직접 보지 않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온라인 쇼핑의 특성은 이질적일 수도 있다. 그래서 미술 작품의 온라인 판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컸었다. 이번 네이버와 화랑협회의 시도가 온라인 미술 시장 형성을 촉발시키는 시작이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 온라인 상업 갤러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오픈갤러리’의 경우, 이미 작가들의 원화 대여 및 판매를 통해 온라인 미술 시장에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약 5000점 이상의 작품을 확보해 제공하는 이 업체는, 미술 시장이 본질적으로 관객이 직접 경험해야 하는 오프라인 사업이라는 제한, 그리고 온라인 사업이라는 맹점을 역으로 활용한다. 온라인 이미지를 통해 쉽게 작업을 접할 수 있게 하고, 파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형태로 수익 창출을 하는 방식이다. 그림은 3개월마다 교체해주고, 이 중 고객이 구매를 원하면 구매도 가능하다. 미술 이론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작품 해석과 컨설팅이 응당 따른다. 미술에 관심이 많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 지속적으로 공간 분위기를 바꾸려는 사람, 그림 구매 전에 구매 실패를 줄이려는 사람 등이 구매층을 형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픈갤러리나 네이버의 쇼핑 플랫폼은 온라인 갤러리 운영을 통해 미술 소비자의 저변 확대를 촉진하고 그에 따라 미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젊은 작가의 작품을 널리 제공함으로써 젊은 작가의 작업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번 미술제 방문 관객들이나 오픈 갤러리의 서비스 이용 후기를 봐도 반응은 좋은 편이다.

▲네이버와 화랑협회가 공동 기획한 ‘나의 공간, 나의 취향’전 특별 부스. 사진 = 화랑협회

하지만 이와 함께 우려되는 문제들이 없지 않다. 일부 작가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온라인 갤러리는 아무래도 인테리어 목적으로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특히 저가 작품인 경우) 평면 회화로의 장르 편중이 심해질 것이고, 인테리어 목적에 맞춘 저 퀄리티 작품이 난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화랑미술제의 기획 역시 네이버 쇼핑 플랫폼의 인테리어 코너로 들어가 있다. 

화랑협회 측은 이에 대해 “이번 기획은 곧이어 진행될 아트페어 KIAF의 전초전 같은 시도다. 다음에는 확실한 독립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언제나 함께 진행됨으로서 행사 기간 중에는 언제든지 직접 보고 감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갤러리 측은 “작품을 설명하는 큐레이터 노트나 작가 인터뷰 등 작가와 작품을 좀 더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KIAF에서는 더욱 확실한 플랫폼 구축”

또 한편에선 대기업인 네이버의 미술 플랫폼 구축이 오프라인 갤러리들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또한 감지된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이번 화랑미술제와의 협업은 미술업계와 함께하는 여러 시도 중 하나이며, 이용자들에게 신진 디자이너들을 알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네이버가 순수 미술 판매에 뛰어든 것은 전혀 아니며, 오프라인의 갤러리들과 더불어 신진작가를 알릴 수 있는 창구를 함께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미술제에 전시된 김나리 작가의 도자기 작품 ‘너에 대한 생각’(34 x 25 x 75cm). 사진=김연수 기자

이제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온라인 미술 판매의 시도가 국내 미술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판단하기엔 분명 이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드러날 것만은 틀림없다. 이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관객의 미술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볼 줄 아는 눈’이다. 이런 눈이 있어야 온라인 미술시장을 통해 저가 미술품이 주로 팔리고, 그래서 미술 작품 가격이 덩달아 동반하락 하거나, 기존 오프라인 갤러리의 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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