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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칼럼] “독 있을지 몰라요”가 가져올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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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6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2016.06.07 09:24:12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놓고 여러 사람이 먹으려고 덤벼드는데 뒤에서 누가 “그 음식에 독이 들어 있을지 몰라요”라고 하면 모두들 물러서게 된다. 배고프고 허기진 사람도 그런 상황에서는 선뜻 먹게 되지 않는다. 음식에 독이 들어 있지 않은데 그런 소리를 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요, 천벌을 받을 일이다. 그런데 의도적이건 무지의 소치이건 간에 그런 틀린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법적으로 제재를 가하거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있을지 몰라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안전하다”는 정부 믿고 수입한 식품업자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1970년대부터 3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30여 가지 대형 식품 사건의 전말을 분석한 책 ‘식품위생사건백서 1, 2권’을 저술한 바 있다. 우지 파동, 화학조미료 사건, 통조림 포르말린 사건, 불량 만두 사건, 광우병 대란 등 대부분의 식품 사건들이 식품의 결함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없고 관리 당국의 오판이나 일부 시민단체들의 “있을지 몰라요”에 사회가 발칵 뒤집어진 사건들이었다. 

이로 인해 건실한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망하거나 정권이 무너질 뻔한 사회적 동요가 일어나기도 했다. 국민은 안심하고 먹을 게 없다고 불안해하며 비싼 값을 주더라도 안전한 식품을 찾아 헤매고 있다.

실제 피해자가 없는 식품 안전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거론되는 것이 정보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관리당국이나 관련 학계가 소비자들을 좀 더 잘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95%의 가능성이 있어도 나머지 5%의 불확실성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반면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나 비전문가들은 5%의 가능성을 가지고 100%인양 속단하고 근거 없는 괴담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은 “괜찮다”는 말보다 “위험하다”는 말에 열배, 백배 민감하게 반응하고 기억한다. 과학계의 진실이 이길 수 없는 구조다. 

최근 다시 가열되고 있는 유전자변형(GMO) 농산물의 표시 확대와 정보공개 논란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인정되어 생산되고 유통되는 GM 농산물에 대해 우리 정부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입을 승인하고 식품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였다. 이것을 가지고 일부 극렬 GMO 반대자들이 “괴물GMO”라고 반대 시위를 벌이고 GM농산물 수입업체의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재판부는 2심까지 반대론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소비자의 알권리 주장이 합당할 것 같지만 정보공개를 할 경우 GM식품이 안전하다고 허가해준 정부를 믿고 GM농산물을 수입하여 공급한 회사들이 마녀사냥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NAS)은 지난 20년간 발표된 900여 편의 연구논문을 심층 분석한 결과 시판이 허용된 GM식품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 과학한림원도 GM식품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GM콩과 옥수수를 생산해 아무런 표시 없이 먹고 있으나 부작용 사례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전 세계 GM작물 재배면적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약의 사용량이 줄어들고 생산 수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900여 편 논문 심사 끝에 “GMO 안전” 결과 나왔는데

우리나라 수입 곡물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의 90% 이상이 GMO 신품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유전자변형 농산물을 우리만 먹지 않겠다고 하면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식량을 사올 수 없게 된다. GMO를 소비자의 알권리 수준에서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이유이다. 대부분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들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이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현명해져야 한다. 과학계의 합의된 의견을 믿고 정부를 믿어야 한다.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려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무리들의 “있을지 몰라요”에 휘둘리면 광우병 대란보다 더 무서운 국가적 재앙을 겪게 될 것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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