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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식품괴담, 시간이 해결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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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9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6.06.27 09:37:28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오늘날 사람들은 저온살균(파스퇴라이즈) 우유를 먹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오히려 살균되지 않은 우유는 시판될 수 없다. 그러나 이 방법이 처음 유럽에서 도입될 때에는 엄청난 소비자 저항을 받았다. 당시 유럽은 폐결핵이 국가 병처럼 유행했다. 그 원인은 소의 결핵이 우유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인데, 이것을 방지하려면 우유를 끓여서 먹여야 한다는 것을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1862년에 밝혀낸 것이다. 이를 기념하여 우유의 저온살균법을 파스퇴르제이션이라고 한다. 유럽 국가들은 다투어 우유의 저온살균을 권장하였는데 소비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소비자들은 팔다 남은 상한 우유를 다시 끓여서 파는 것이라는 소문에 현혹되어 저온살균 우유를 배척했다. 유럽 사람들이 저온살균 우유를 받아들이는 데 5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식품괴담에 의한 사회적 피해는 놀라울 정도로 크고, 식품의 역사를 조사해 보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초 한 소비자단체가 당시 널리 사용되고 있던 조미료 MSG 유해론을 들고 나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MSG 먹지 않는 날을 정하기도 하고 어떤 매스컴은 MSG를 쓰지 않는 착한(?) 음식점을 찾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MSG는 유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안전한 식품이며 섭취허용량을 정할 필요도 없이 전 세계가 사용하는 식품재료이다. 유독 한국에서 일어난 MSG 불매운동은 당시 일본 아지노모도 사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던 국내 기업들이 MSG공장을 폐쇄하게 만들었고 회사명을 바꾸기도 했다. 30여 년이 지난 오늘 국내 MSG 소비량(연간 약 3만 톤)은 전혀 줄지 않았으며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 먹고 있다. 이 일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전자변형(GM)식품 유해론도 역사의 긴 흐름에서 돌아보면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 분명하다. 유전자변형기술은 인류가 수천 년간 발전시켜온 작물 육종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식물종자를 방사선처리나 화학처리에 의해 무작위적 돌연변이를 일으키던 것을 유전자 서열과 그 기능을 알게 되면서 필요한 부위만 정확하게 유전자를 바꾸어 놓는 방법이다. 마치 암세포 치료를 위해 방사선치료나 화학요법을 하는 대신 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어 도려내는 것과 같다. 작물의 유전자에 병충해나 제초제에 저항성을 가진 유전자를 도입하여 농약의 사용량을 줄이고 대규모 영농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GM콩, 옥수수, 카놀라, 가지, 면화 등을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농약의 사용량이 37% 줄었으며 수확량이 22% 늘었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이미 비타민A를 다량 함유한 황금쌀, 필수지방산 함량이 높은 GM콩 등이 개발되었으며, 앞으로 예견되는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여 가뭄저항성, 염분저항성, 침수저항성 GM작물들이 개발되고 있다. GM작물 재배는 급속히 늘어 2014년 세계 전체 경작지의 12%에서 GMO가 재배되고 있으며, 세계 전체 콩 재배면적의 79%, 면화의 70%, 옥수수의 32%, 카놀라 재배면적의 24%에서 GMO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우리가 주로 식량을 수입해 오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콩과 옥수수의 90% 이상이 GMO이다. 미국은 이들 작물을 아무런 표시 없이 지난 20년간 먹어왔으나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고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은 900여 편의 연구논문을 검사한 결과 시장에서 판매되는 GM식품은 안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일부 국회의원들이 GM식품 표시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반GMO 운동가들의 무책임하고 비과학적인 괴담에 대해 좀 더 과학적인 평가와 국익을 고려한 행동이 필요하다. ‘괴물GMO’ 운운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세력들에 의해 GMO에 대한 공포심이 만연한 상태에서 대부분의 식품에 GMO표시가 붙으면 ’먹을 게 없다‘는 국민의 아우성으로 광우병대란보다 더한 사회적 동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런 사태를 막아야할 책임이 정부와 국회,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있다.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기에는 우리나라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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