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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 칼럼] 지속가능한 농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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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7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6.08.22 09:24:35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친환경 유기농에 대한 국민적 호감과 기대는 대단히 높은 것처럼 보이나 실제에서는 의외로 소비자의 선택과는 멀어져 있다. 친환경 유기농식품을 골라 사먹는 소비자가 전체 국민의 5% 미만이며 그 수가 별로 늘지 않고 있다. 이것은 유기농식품의 비싼 가격에 비해 소비자가 느끼는 이득이 기대하는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정부와 지자체가 친환경 농업을 지나치게 밀어붙여 부실과 비리를 키운 사실이 뒤늦게 언론에 부각되면서 사회적으로 친환경 유기농 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친환경 유기농 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크고 식품안전 관리당국을 믿지 못할 때 번창한다. 1980-90년대 세계가 놀란 경제성장으로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우리나라는 연이어 터지는 대형 식품위생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잔류농약에 대한 불안감을 비롯한 식품 불안증이 유기농식품을 찾게 만들었다. 바로 이때 지속가능한 농업이 세계적인 대세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라는 말은 1980년 웨스 잭슨(Wes Jackson)이 ‘농업을 위한 새로운 뿌리(New Roots for Agriculture)’라는 책에서 사용하면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잭슨은 그의 책에서 현대 농업의 과도한 밭갈이 관행으로 토양이 침식되고 화학 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환경이 파괴되어 끝내는 인류가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이 잔류농약으로 불안해하는 우리 국민에게 친환경 유기농이 답이라는 판단을 하게 했다. 정부는 친환경 유기농을 농정의 주요 과제로 채택하고 단기적인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했다.

곡물자급률 최하 나라에서, 
일반 농법보다 생산량 현저하게 낮은 
유기농법을 크게 전개할 수 없음 알아야

2014년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가 채택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가난 퇴치, 기아 해방, 건강과 복지, 깨끗한 물과 위생 등 17개 항목 169개 사업을 통해 자본주의의 적자생존적 이기심이 황폐화시킨 지구촌을 되살리려는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친환경 유기농이라고 속단하기보다는 각 나라의 상황에 맞는 장기적이고 유연한 식량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체 식량의 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은 24% 수준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이다. 이런 나라에서 일반 농법에 비해 수확량이 현저히 낮은 친환경 유기농을 정책적으로 지원한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녹색혁명으로 1960-70년대의 세계적인 기아문제를 해결한 현대 농업기술의 성과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쌓아올린 농업기술의 발전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식품안전 관리 체계는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여 잔류농약 오염 문제는 대부분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기농 업자들은 계속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화학 비료와 농약의 사용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잔류농약의 오염을 철저히 관리하는 우수관리농산물(GAP) 인증 제도를 만들어 꾸준히 농민 교육을 해왔다. 이제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많은 단체급식업소들과 식자재유통업체들이 GAP인증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일에 협력하고 있다. 학교급식에서도 우수관리농산물 사용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GAP 인증제도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식품산업에 받아들여지는 것은 건전하고 긍정적인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보편적으로 납득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어 유별난 행동을 하는 5%의 소비자가 아니라 국민 대다수에게 지속가능한 식량 공급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우리의 상황은 식량자급률을 높여 식량안보를 확고히 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며 정부는 국민에게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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