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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미술계 핫 이슈 둘, 미술진흥재단과 아티스트 피 어디로?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 마련 정책 토론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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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김금영 기자⁄ 2016.09.09 09:46:30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올 초부터 위작 논란과 대작 논란까지. 날씨는 선선해졌지만 미술계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관련해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세 차례에 걸쳐 열렸고, 이번엔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 마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기존에 미술과 관련해 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각종 문화재단 및 기구와 틀이 있긴 하지만, 이 중 미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보다 구체화된 법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이다.


PART 1. 미술 진흥을 위한 법제화와 아티스트 피


▲9월 6일 예술가의 집에서 '미술 진흥에 관한 법률안 마련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 나현 작가, 최병식 교수,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사진=김금영 기자)

토론회는 크게 2개의 발제와 토론으로 구성됐다. 제1발표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신은향 시각예술디자인과장이 ‘미술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신 과장은 예술 활동 분야 중 미술계 종사자가 25.4%로 가장 비율이 높으나, 수입은 공예, 음악, 연극, 무용 등 여타 장르보다 미술이 낮은 열악한 상황임을 짚었다.


또한 미술이 타 장르에 비해 정부 등 지원금 수혜 경험이, 평균 지원금 수혜 금액의 전체 평균 19%에 못 미치는 14.3%로 매우 적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예술 장르를 지원하는 기존의 기존 ‘문화예술진흥법’과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열악한 미술 분야 특성까지 반영되는 건 한계가 있다”며 “가칭 미술진흥법 제정을 통해 미술 지원 정책을 체계화하고, 정책의 일관성 및 지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술진흥법은 그간 세 차례의 토론을 거쳐 이야기된 ‘미술품 유통 투명화 활성화법’과는 별도의 구성이라는 설명이다. 신 과장은 “관람객들의 전시 관람과 비영리적 시장을 포함하는 것이 미술진흥법, 그리고 개인 판매상이나 경매 등을 포함한 상업적 거래 영역이 미술품 유통 투명화 활성화법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미술진흥법 법제화에 관해서는 크게 ▲미술진흥체계 정비 ▲미술창작 활성화 지원 ▲미술전시 활성화 지원 ▲미술진흥기금 설치가 논의됐다.


신 과장은 첫 번째로 ▲미술진흥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와는 별도로 미술계 전문가 등 10~30명을 위원으로 하는 한국미술진흥재단을 설립하고, 국가 미술은행 독립 법인화의 가능성을 짚었다. 방안에 따르면 한국미술진흥재단의 위원장은 문체부장관이 맡고, 5년마다 미술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며, 미술 창작 및 전시 지원과 미술 전문 인력 양성 지원 등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위탁 운영 중인 ‘미술은행’(공공기관이 미술품을 구입해 정부기관 혹은 지방자치단체에 전시 및 대여해주는 제도)을 이 한국미술진흥재단에 위탁해 부설기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미술창작 활성화 지원에서는 작가 보수(아티스트 피)가 이야기됐다. 미술 전시 등과 관련해 기존에 제작비와 설치비 등이 지급되고 있지만 이를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미술품이 첫 판매 이후 재판매될 때마다 일정 금액이 작가에게 가도록 하는 '추급권'이 거론됐다. 프랑스 등 EU 국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포함해 60여 개 국이 도입한 제도다. 그리고 작가는 지급받는 보상금 중 일정 비율(10% 이내)을 미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하는 형태를 통해, 작가에게는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리고 미술 전체 차원의 발전을 위한 창작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목적이다.


▲미술 전시 활성화 지원에서는 전시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기존 미술전시 시설과 미술관련 비영리 전시 공간에 관한 통합전산망 구축의 운영 주체로 한국미술진흥재단이 필요하고, 여기에 미술 전시업자들이 가입하는 형태다.


▲미술진흥기금 설치에서는 앞서 이야기된 추급권을 통한 기금 형성과, 기존 문예진흥법 제9조 제2항에 명기된 ‘건축물 미술작품 설치와 관련해 선택적 기금납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신 과장은 “조성된 기금은 미술 창작과 보급, 전통 미술의 보존과 계승 및 발전, 소외계층에 미술 창작과 보급, 남북·국제 미술 교류, 공공미술 진흥 사업 등을 위해 쓰인다”고 말했다.


한국미술진흥재단 설립과
아티스트피 시범 운영이 주요 골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세 차례 여는 등 미술 관련 토론회를 꾸준히 열었다. 토론회마다 많은 미술 관계자가 몰려 관심을 입증했다.(사진=연합뉴스)

이어서 제2발표에서는 문화관광연구원 김혜인 교류센터장의 ‘아티스트 피(작가비) 지급 세부 기준안 방안’ 발제가 이어졌다. 김 연구원은 “예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정당한 비용 지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신작 제작 지원비 지급과 별도로, 예술가의 참여에 대한 사례비 지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사회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지급 기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적을 밝혔다.


김 연구원이 명시한 아티스트 피는 운송료, 보험료, 설치비, 작품 제작비 등을 제외한 순수비용이다. 특정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에 대한 사례비라 이해하면 쉽다. 권고 기준안에서 고려사항으로는 크게 ▲전시 유형(개인전, 그룹전 등) ▲전시 기간 ▲전시 규모(예산대비) ▲총 참여 작품 수 ▲작가의 경력 및 활동 정도 등을 들었다.


김 연구원은 우선 전시 예산과 제작 지원금 등의 비율을 고려한 뒤 개인전 4회를 기준으로 미술작가를 중견작가, 신진작가로 구분해 월임금을 각각 약 472만 원, 237만 원으로 들며 예를 들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는 (월 임금 기준단가) x 전시 종류(개인전/그룹전) x 전시 기간 x 작품 유형(신작/구작) x 전시예산 가중치 계산에 따라 아티스트 피가 책정되는 식이다.


김 연구원은 “20여 개 기관과 시뮬레이션을 한 상태”라며 “올해 제도 기준안 마련 및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2017년 국공립 기관을 중심으로 1차 시범운영, 그리고 2018~2019년 국공립을 포함해 기타 기관까지 운영을 한 뒤 2020년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T 2. 미술진흥법(안)에 대한 미술계-정부-작가의 세 입장


발제에 이어 이어진 토론 시간에서는 미술 진흥 법률안에 관한 많은 입장 차이가 오갔다.  크게 미술계, 정부, 그리고 작가의 입장으로 나눠졌다.


① 미술계 “예산부터 확보하라”


미술계는 미술진흥법(안)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미술 관련 법들과의 충돌과 예산 문제를 우려했다.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은 “최근 20년 사이 미술 장르 자체만으로 집중 연구 및 법제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고맙고 놀라운 부분”이라며 “하지만 기존 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해 여러 문화재단과 기구, 틀이 만들어져 있는데, 여기에 또 미술진흥법을 만들고 기구를 세운다는 것은 자칫하면 불필요한 기관들과 법만 추가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여기에 의견을 보탰다. 그는 “정부가 미술진흥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의를 달거나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 미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다른 법들에 근거해서 미흡하지만 실행되고 있다. 여기서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티스트 피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미술 진행 정책이 몇 년 전 이미 발표됐지만 아직까지도 이야기일 뿐, 제대로 시행이 안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위작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서둘러서 법부터 만들자는 식의 방침은 잘못됐다고 본다. 일단 있는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고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검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예산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술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 틀은 바람직한 시작이지만, 가장 큰 우려는 예산 확보”라며 “예산 확보가 안 된 채 법제화가 진행되면 각각 미술관에서 세워놓은 예산에서 각출해서 아티스트 피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미술관이 준비하는 다른 프로젝트까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규철 교수 또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현재 있지도 않은 돈을 갖고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하는, 앞뒤가 뒤바뀐 상황으로 느껴진다. 그렇지 않아도 미술관 운영이 힘든데, 아티스트 피 제도가 도입됐으니 너희가 알아서 하라 식으로 진행되면 미술 진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은 사립미술관을 대표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립미술관은 국공립미술관에 비해 예산이 많이 열악하다. 그런 가운데 국공립미술관의 입장료 무료화 정책 등으로 경쟁 구도에서도 밀리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예산 대비 아티스트 피로 격차를 더 벌여놓으면 사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싶어 하는 작가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미술진흥법의 큰 취지는 동의하나 사립미술관 관계자로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산과 관련해 사립미술관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② 정부 “예산 확보 위해선 법제화가 먼저”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한 신은향 시각예술디자인과장. 이번 토론회에서는 '미술 진흥을 위한 법제화 방안'을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사진=연합뉴스)

문체부는 크게 타 법과의 충돌과 예산 관련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신은향 과장은 “미술만 다루는 협소한 법이 되지 않겠는가, 타법과의 충돌은 어떻게 할 것인가가 크게 우려되는데 현재까지 검토된 상황에서 충돌 부분이 크게 없다. 또한 만에 하나 충돌이 있다면 해결을 거치는 형태로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지원의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과장은 “2014년 아티스트 피 제도 이야기가 나온 뒤 아직까지 정착이 안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예산 확보를 할 때 서류에서 중요시 되는 게 법적 근거다. 이게 선결 조건이 돼야 예산 확보가 더 용이해진다. 올해도 아티스트 피를 위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서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법적 근거인 법제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단 ‘법부터 만들고 보자’ 식이 아니라, 법을 만들고 난 뒤 5년마다 정기 점검을 꾸준히 거치며 현실에 맞도록 개정 절차를 거친다”고 덧붙였다.


또한 법이 또 하나의 틀이 만드는 것이 아님을 말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신 과장은 “불필요한 법이 많아지면 오히려 지원의 틀은 적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법은 일단 최소한의 부분부터 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법을 제정하고 상호 보완 작용을 거쳐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최대한의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나가는 것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인 연구원 또한 아티스트 피와 관련해 “법이나 제도의 구체적인 실효와 함께 시작될 수 있다.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하는 것과 관련해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투입한 창작 노동 시간 등도 반영돼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체 가능한 훌륭한 대안이 나오면 반영하면서 제도가 보완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단 예외 조항이 너무 많다보면 제도 시행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 그래서 시범적인 차원에서 선보이고, 계속 고치고 바꿔나가는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③ 작가 “작가 돕는 환경 및 추급권 필요”


▲미술 진흥 방안에 대한 꾸준한 논의가 미술계에서 펼쳐지고 있다.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 개막한 2016 광주비엔날레 현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에서는 아티스트피와 작가들의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유독 뜨거웠다. 그 가운데 현장에서 작가로서 활동 중인 나현 작가가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작가로서 이렇게 미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현장에 있다는 게 역사적인 일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현 작가는 추급권과 관련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독일에서 전시를 했을 때 추급권을 몰랐다. 미술관이 내게 돈을 줬는데, 그게 나중에 재판매된 작품에 대한 추급권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이 추급권이 이야기되는구나 하면서 반갑게 여겨졌다. 작업에 대한 기회를 돌려받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작가는 “먼저 선결돼야 하는 게 작가에 대한 생각”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제도들이 많이 이야기됐지만 보다 작가들의 입장에 서서 다양한 작가들을 포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나현 작가는 “많은 제도들이 이야기되는데, 작가층 자체도 레이어가 복잡하다. 그런데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거의 포커스가 신진작가에 맞춰지고, 중장년 작가에 대해서는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신진작가 발굴도 중요하지만, 작업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더 커진 작업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중장년 작가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 작가쯤 됐으면 경제적 자립을 했어야 하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데, 상업적 성공이 꼭 100% 좋은 작업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된 것 중 추급권이 작가에게 정당한 권리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엔 비록 추급권이 낮게 책정될 수 있을지라도, 나중에 작가의 작업 발전 정도에 따라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러 의견 차이도 있었지만 “말뿐이 아닌, 실제로 미술 진흥을 위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자”는 부분엔 대부분 의견이 일치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세미나, 검토회의 등을 거쳐 미술 진흥에 관한 입법을 10월 말에 추진하고, 아티스트피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20년 전체 미술관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을 내세웠다. 그 길을 걸어가면서 또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회에서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창작한 작가들에 대한 권리로서 '아티스트피'가 이야기됐다. 사진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작품.(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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