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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칼럼]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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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2016.09.12 09:15:04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농민신문사에서 최근 실시한 도시민의 농업 인식조사에서 도시민의 절반 이상은 식량자급률에 대한 개념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량자급률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름 정도만 들어본 적이 있다와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55.7%에 달했다고 한다. 연령별 식량자급률 인지도는 20-30대 젊은층에서 50대보다 더 낮게 나왔다. 

식량안보에 대한 인지도는 이보다 더 낮아 63.9%가 전혀 들어본 적이 없거나 이름 정도만 들어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과 식량안보 현황에 대해서는 45.7%만이 불안하다고 답해 국민의 대부분은 식량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요즘 같이 풍요로운 한국 사회에서 식량안보나 식량자급률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공염불로 들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조사결과이다.

이러한 국민의식을 반영하듯 우리 정부는 식량자급률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디에도 식량자급률이나 식량안보에 대한 정보가 없다. 반면 우리와 비슷하게 식량(곡물)자급률이 30% 미만인 일본 농림수산성 홈페이지를 보면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각 지역의 열량자급률을 조사하여 게재하고 있다. 특히 일본식량행동(Food Action Nippon)운동을 통해 일본의 식량 사정을 알리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책으로 음식 낭비 줄이기 국민운동을 정부 주도 하에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당시 곡물자급률 26%를 2015년까지 30%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곡물자급률은 24%로 떨어졌고 앞으로 자급률이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5년 한 해 동안 논 경지면적 2만5천 헥타르가 농지전용으로 사라졌다. 여의도 면적(2.9km2)의 88배에 달하는 면적이 밭으로 바뀌거나 공공용지로 변한 것이다. 쌀이 남아돈다는 생각에 생산을 억제하고 농지를 줄이는 일에 정부와 국민이 다 같이 몰두한 결과이다. 

곡물자급률 24%, 전체 식량자급률 50% 이하, 식량재고률 20% 수준이라는 것은 유사시에 한반도에 화물선이 접근하지 못하면 2개월 이내에 국민의 반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7/08년처럼 세계 곡물가격이 2-3배 뛰는 상황이 되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2010년 이상기후로 러시아에 흉년이 들어 곡물수출을 제한하자 밀을 수입하지 못한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진 사례는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식량을 수출하던 중국이 식량수요 폭증으로 세계시장에 나오는 콩의 80%를 쓸어가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돈이 있어도 사올 식량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식량안보 위해서는 지금부터 저소득층에 쌀 무상 공급 시스템 정착시켜 
통일 때 북한 주민 즉각 도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우리는 북한에 굶주리고 있는 2500만의 동포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을 먹여 살리려면 최소한 연간 150만 톤 이상의 쌀이 더 필요하다. 지금 남한에서 먹고 좀 남는다고 논을 훼손하는 것은 통일 준비를 역행하는 일이다. 하루속히 현재의 방만한 농지전용 제도를 고쳐야 한다. 그리고 남는 쌀을 통일을 위해 비축해 두어야 한다. 매년 60만 톤의 쌀을 2년간 비축하였다가 가공용 쌀로 방출하는 제도를 입법화하여 통일미 120만 톤을 항시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에게 즉시 지원할 수 있도록 남한에서 먼저 저소득층에게 쌀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전체 국민의 7%에 달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일용할 양식을 지원하여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유 있을 때 이런 제도를 정착시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성경에서 요셉이 7년 후의 극심한 흉년을 대비해 식량을 비축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도 더 많은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식량안보의식이 크게 바뀌어야 할 때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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