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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시리즈 ③ - 전기차 레이스] 닛산-테슬라 선두경쟁 치열한데 현대는 어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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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윤지원⁄ 2016.11.08 18:14:45

▲(위로부터) 테슬라 모델S와 닛산 리프(Leaf), 현대의 아이오닉 일렉트라. (사진=테슬라, 한국닛산, 현대자동차)


[시리즈 순서]


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년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에서는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인 토니 세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그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에너지혁명의 대표적인 증거로 전기자동차를 들면서, 2025년에는 세계 모든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전기자동차만 생산하게 될 것이고, 2030년이면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뀌어져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2025~2030년을 기준으로 내연기관을 전면 금지시키겠다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자동차의 생산 및 매출 확대 전망을 발표하고 있긴 하지만 토니 세바 교수의 예언은 그보다도 더욱 급진적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55만 대였다. 순수 전기차가 32만  9000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22만 2000대였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21만 대의 전기차가 팔려 11만 대의 미국을 넘어서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10월 13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지 보도에 따르면, 올해 말 전 세계에서 운행하는 전기차의 누적 대수는 210만 대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량에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이끈 전기차는 닛산의 리프(Leaf)였고, 테슬라의 모델S가 뒤를 이었다. 중국 BYD의 탕SUV와 친이 3, 4번째로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순위 표에 현대·기아의 순수 전기차는 보이지 않았다.


▲닛산 리프(Leaf). (사진=한국닛산)


Part1 역대 전기차 판매량 1위의 위엄 - 닛산


2010년 12월 첫 선을 보인 닛산 리프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순수 전기차다. 리프는 2016년 9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23만 8000대를 넘긴,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순수 전기차이기도 하다.


닛산은 1990년대 후반부터 약 52억 달러를 순수 전기차와 배터리 개발 프로그램에 쏟아 부었다. 토요타와 혼다가 하이브리드카로 친환경 이미지를 드높이는 동안 닛산의 관심은 ‘제로-에미션(배출가스가 전혀 없음)’을 실현할 전기차 개발에 집중됐다. 


1997년 LA 오토쇼에서 닛산 르네사(R’nessa)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알트라(Altra)를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하이퍼미니, 베르사, 티다, 큐브 등등의 라인에서 전기차 모델을 개발해 공개해 왔다. 특히 큐브에서 파생된 EV-01 테스트카의 순수 전기 구동 트레인은 나중에 리프에 사용되었다.


닛산은 2009년 7월 26일, 베르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EV-11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데 이어, 8월 2일에는 이를 ‘닛산 리프’ 이름으로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델명은 ‘적당한 가격의 가족용 친환경차’라는 뜻의 Leading Environmentally-friendly Affordable Family car의 앞 철자만 딴 것이며, 대기를 정화하는 나뭇잎도 의미한다. 


2010년 말 일본과 미국에서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고 2011년엔 유럽과 캐나다에 이어 중국에도 상륙했다. 한국에서는 2014년 12월에 제주도에서 공식 출시되면서 정식으로 수입되기 시작했다.


리프는 출시 후 2년 동안 세계에서 4만 9117대가 팔렸다. 고속도로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되었다. 2011년에는 미츠비시의 i MiEV를 넘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에 등극했다. 2012년 상반기 리프는 세계 전기차 시장의 49%를 점유했다. 


리프는 2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시 주행 거리(항속거리)는 160km라고 발표되어 있다. 하지만 항속거리는 측정 방식, 운전 습관 등 여러 요건에 따라 달라진다. 2011년식 리프의 항속거리는 미국 EPA 측정 기준 117km이고 연방거래위원회(FTP) 측정 기준으로는 154~177km다. 2016년식 모델은 30kWh 배터리를 장착, EPA기준 172km를 기록했다.


닛산 리프 2세대는 항속거리 두 배 될 예정인데…


▲닛산 리프. (사진=한국닛산)

닛산은 현재 리프 2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모로 1세대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유하겠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는 배터리 성능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리프에 장착된 배터리를 공급한 회사는 닛산이 출자해 만든 AESC였다. AESC는 리프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항상 1~2위를 유지해왔다. 리프는 AESC의 NCA+LMO(니켈코발트알루미늄산화물+리튬망간산화물) 소재 배터리 24kWh를 장착해 오다가 2016년식 모델에서 30kWh로 업그레이드한 바 있다.


한편, 2015년 도쿄모터쇼에서 카를로스 곤 닛산 CEO는 2세대 전기차 콘셉트카를 발표하면서 배터리 스펙으로 ‘용량 60kwh, 양극재는 NCM, 셀 개수는 288개’라고 공개했다. 이것이 GM 볼트 EV와 매우 유사한 스펙이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LG화학과 닛산이 손을 잡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한 닛산 엔지니어의 말을 인용해 두 회사의 파트너십이 기정사실일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네비건트 리서치가 기술력, 판매력, 마케팅, 유통, 품질·신뢰도, 가격 등 12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종합해 내놓은 '전세계 전기차 업체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LG화학은 종합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닛산이 1세대 리프의 검증된 인기를 이어가면서 LG화학으로부터 최고 성능의 배터리를 더 저렴하게 공급받는다면, 2세대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3을 포함한 기타 경쟁자들보다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리프 2세대가 양극재 NCM의 60kWh 배터리를 기본으로 장착한다면, 항속거리는 지금의 두 배인 350km 이상이 될 예정이다. 공인 항속거리는 안전과 관련된 문제여서 엄격하게 측정하고 최소값을 표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실제 항속거리는 운전 습관에 따라 40% 정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면 한 번 충전으로 부산까지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닛산 관계자는 리프 2세대가 2018년에 일본 시장에 첫 선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테슬라의 모델3, GM의 볼트(Bolt) EV, 그리고 업그레이드 된 BMW i8 등 경쟁자들에 비해 출시 시기가 늦다. 클린 디젤 신화에 매달리다가 뒷배를 탄 독일 고급자동차 업체들과 현대를 포함한 후발주자들도 2018년경에는 2세대 전기차(3만~4만 달러 가격에 350km 이상의 항속거리를 갖춘 전기차)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들의 추격은 무엇보다도 저돌적이다. 그러나 닛산은 리프 1세대를 누구보다도 먼저 양산해 시장을 선점했던 기업이다. 남들과 똑같은 전기차를 그렇게 오래 묵혀뒀다가 공개할 리 없다.


[LG화학 배터리의 경쟁력]


1세대 리프에 장착된 AESC 배터리는, 배터리의 두 극(+, -)을 구성하는 물질에 따라 분류할 때 NCA+LMO(니켈코발트알루미늄산화물+리튬망간산화물) 방식이다. 


반면, LG화학이 주로 만드는 배터리는 NCM+LMO 방식이다. NCA 소재와 NCM의 차이는 충·방전(Life Cycle) 능력에 있다. NCA 소재는 대용량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 적합하지만 가능한 충·방전 회수가 수백 번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NCM 소재는 수천 번 충·방전을 할 수 있고, 대용량 배터리 제조에도 무리가 없다.


예를 들어 테슬라는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인 파워월(PowerWall)을 NCA 10kWh 모델과 NCM 7kWh 모델 두 가지를 출시했었다. 그러나 NCM 7kWh 만으로도 용량이 충분한데다 충·방전 회수의 압도적인 차이 때문에 NCA 방식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LG화학의 중대형 리튬이온 배터리셀은 얇은 알루미늄 막으로 쌓여 있는 파우치형이다. 파나소닉이 테슬라에 공급하는 원통형, 삼성SDI가 주력으로 택한 각형에 비해 부피가 작고 가벼우며 가변적이어서 배터리팩을 다양한 모양으로 설계하는 것이 용이하다.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인 양극(+)활물질 합성과 관련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의 다양한 디자인 요구에 맞추기 용이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내놓는다. 


또 한국, 미국, 중국, 유럽에 배터리팩까지 일원화된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술과 규모 덕분에 LG화학은 배터리 셀을 1kWh당 200달러 전후까지 가격을 내려 공급할 수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을 갖췄다.



▲테슬라의 태양광 패널, 파워월, 모델3는 에너지 생산, 저장, 소비 전 단계의 배출가스를 0으로 만든다.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Part2 진정한 의미의 ‘제로-에미션’ - 테슬라


10월 28일(현지 시각) 테슬라는 인기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의 촬영장이었던 LA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의 고급 주택가 세트 한복판에서 솔라시티(SolarCity) 사의 새로운 태양광 패널 지붕을 공개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흔히 태양광 패널이라고 하면 옥상에 얹어 놓는 육중한 구조물을 생각하지만, 테슬라는 세트장 고급 주택의 지붕 자체를 특수 태양광 패널로 꾸몄다. 특수유리 재질의 태양광 패널을 개발해, 지붕을 꾸미는 데 써도 손색없는 디자인의 ‘타일’ 형태로 만든 것이다.


솔라시티의 태양광 타일로 생성된 전기 에너지는 테슬라의 가정용 에너지 저장장치(ESS)인 파워월(PowerWall)에 저장된다. 7~10kWh 용량의 대형 배터리인 파워월은 가정에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하며, 특히 테슬라의 전기차를 충전하는 데도 쓰인다.


전기차에 대한 여러 비판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기차 충전에 쓰는 전기가 화석연료를 태우는 발전으로 생성된 것이라면, ‘제로 에미션’을 내세우는 전기차도 사실 대기 오염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태양광 타일과 파워월이 설치된 집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생활에는 화석연료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진정한 의미의 ‘제로-에미션’이 구현되는 것이다. 전기차의 존재 의의를 직시하고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는 엘론 머스크의 비전이 드러나는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또한, 테슬라는 11월 1일 컨퍼런스 콜을 열어 내년부터 시판될 모델3의 지붕에도 태양광 지붕 타일에 사용된 특수 유리 패널을 장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된다면 테슬라 모델3는 낮 시간에는 전기 충전기가 없는 곳에서도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테슬라 모델3. (사진=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는 2003년 자동차 전동장치와 배터리를 제조, 공급하는 업체로 출범했다. 토요타, 다임러 등의 기업들이 테슬라의 자동차 부품을 사용한다. 자동차 회사로선 드물게 실리콘 밸리에서 탄생한 회사다. 엘론 머스크는 인터넷 송금 및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로 성공을 거둔 뒤 2004년에 테슬라의 대주주가 되었고, 2008년부터 테슬라의 CEO를 맡고 있다.


테슬라의 첫 전기차는 2008년에 내놓은 스포츠카 형식의 로드스터였다. 전기차는 가격이 비싸고, 느리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선입견을 과감하게 깨고, 고성능 모터의 뛰어난 퍼포먼스와 매력적인 디자인, 그리고 다양한 최첨단 기능을 내세워 10만 9000달러라는 비싼 가격이 아깝지 않아 보이게 하는 슈퍼카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스위치를 넣자마자 최고 속도로 돌아가는 전기모터의 특성상 뛰어난 가속력을 자랑하지만 최고 시속은 209km/h에 불과하다. 항속거리는 400km 정도로 준수하다. 기존의 전기차 전용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여긴 엘론 머스크의 판단으로, 노트북에 들어가는 사이즈의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6800개를 직렬로 연결한 것이 특이하다.


2012년에는 모델S라는 이름의 중형 세단을 출시했다. 7만 달러~10만 달러의 높은 가격에 걸맞은 고성능 슈퍼카 전략을 고수했고, 업그레이드 된 뛰어난 성능과 럭셔리 디자인으로 호평 받으며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2016년 3분기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S는 9156대 판매됐다. 이는 미국 대형 고급세단 시장 1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4921대가 판매되어 2위를 기록한 벤츠 S-클래스와 3634대로 3위를 기록한 BMW 7시리즈를 합친 것보다도 600대나 더 팔린 것이다. 앞으로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서서히 교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은 다른 의미에서 틀렸다. 모델S는 미국 대형세단 시장에서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를 압도하고 독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6년 3월 31일 공개된 테슬라 모델3는 앞선 로드스터, 모델S, 모델X와 달리 3만 5000달러의 보급형 모델이다. 모델S의 높은 가격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여기고 군침을 삼키던 잠재 고객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4월 1일 온라인으로 사전구매 예약을 개시한 이후 36시간 만에 예약판매 25만 대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37만 3000대 이상 예약되어 있다. 전기차 전문 분석기관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팔린 전기차(EV+PHEV)는 31만 2097대다.


▲현대 최초의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사진=현대자동차)


Part3 전기차 아닌 수소차 집중은 오판? - 현대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전기차 산업은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기아차가 지난 2012년 레이EV를 출시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기아차는 2014년에 쏘울EV도 출시했다. 현재 한국에서 팔리는 전기 자동차는 수입차를 제외하면 기아 레이EV, 쏘울EV,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르노삼성 SM3 Z.E, 한국GM 스파크EV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국내의 전기자동차 등록대수는 8168대로 지난해보다 2401대 늘었다.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보급 목표를 1만 대로 잡았으나, 3분기까지 4분의 1도 달성되지 못한 셈이다. 또한,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기아차가 전 세계에서 판매한 전기차는 7626대로 1%의 점유율에 그쳤다.


정부 및 지자체의 보조금 정책도 부족하고 충전 인프라 설치가 지지부진한 것이 국내 전기차 시장을 활성화시키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신형 전기차에 비해 국산 전기차가 주행거리 등 실용적인 면에서 아직 부족한 것도 시장을 활성화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그룹에 책임을 묻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그룹 오너 부자가 수소연료전지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수소차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느라 전기차의 성장 트렌드를 읽지 못했거나 애써 폄하해왔다고 비판한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라.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는 대세 아니다” 비웃더니…

한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이 평소에도 수소차 이야기를 많이 하는 등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네바 모터쇼’에도 참석했지만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주도적으로 알리는 역할은 다른 임원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행사를 지켜보기만 했다. 그보다 앞선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 2016에서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을 직접 설명한 것과 비교되며 전기차에 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엿볼 수 있었다.


현대차 이기상 환경기술센터장은 현대의 미래차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는 전기차의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자주 피력해왔다. 그는 2009년에 열린 자동차공학회 워크숍에 참석해 “전기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에도 0.8%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츠비시의 전기차 아이미브(I MiEV)를 예로 들며 “모닝보다 작은데 6000만원이 넘는다. 누가 사겠느냐”며 비웃었다.


또한 이 센터장은 2015년 5월, EVS28 국제 전기차 심포지움에 참석해 “향후 친환경차는 전기차가 아닌 수소연료전지차가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항속거리를 늘리려면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예언가는 아니지만 이만저만한 오판이 아니었다. 2009년 워크샵에서의 발언 이후 바로 이듬해 나온 닛산 리프는 더욱 넓은 공간과 뛰어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5000만 원대 가격으로 책정되었고, 정부 지원금과 지자체 보조금 등을 통해 3000만 원대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했다. 또한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이미 2015년에 0.9%를 넘었고,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은 공격적으로 배터리 생산라인을 확충,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가 83개, 수주 금액이 36조에 달한다. 


2010년 닛산이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내놓고 전기차 시장의 기록을 빠르게 갈아치우는 동안에도 현대는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리튬폴리머 배터리팩. (사진=현대자동차)


정부는 “전기차 육성”

그래도 현대는 “수소차”


정부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를 양산, 2015년에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10%의 점유율(정부 추산 7만 8000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협조가 필수였다. 그러나 현대차의 시선은 여전히 정부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인 투싼ix FCEV를 출시했다. 출고가는 1억 5천만 원이나 되며, 정부 지원금을 받아도 9000만 원을 넘는 고가였다. 2015년부터 43% 정도 할인이 적용되고 있으나 여전히 8500만 원을 넘는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수소차에 비하면 천국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는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연구·실증, 보급사업, 민간구축 등을 통해 총 19개소가 구축됐으나, 현재 운영 중인 곳은 10곳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중 3곳은 수소차를 충전하기에는 충전 압력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3차 환경 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자동차(FCEV) 9000대 보급과 수소충전소 80개소 구축을 목표로 정했다. 그러나 까다로운 안전 규정에 따른 용지 확보 문제, 1기 구축에 30억 원이 넘는 비싼 구축비용, 부품 국산화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제법 험하다.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골고루 지원할 필요가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현대 수소연료전지차 투싼ix FCEV. (사진=현대자동차)


현대, 첫 양산형 전기차 출시 “시작이 반”

그러나 경쟁자는 더 앞서 나간다


현대의 첫 번째 양산형 순수 전기차는 올해 6월이 되어서야 출시된 아이오닉 일렉트릭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28kWh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채용했으며, 항속거리가 191km로 닛산 리프보다 길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당장 연말부터 등장할 GM 볼트(Bolt) EV나 내년에 나올 모델S 등의 2세대 전기차들이 320~400km의 항속거리를 내세우면서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쟁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대는 향후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8년 항속거리 320km를 갖춘 SUV를 내놓을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3, 닛산 리프 2세대, GM 볼트 EV 등에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새 전기차 모델 출시를 예고한 자동차 회사들이 많아서, 항속거리 320km를 내세우는 현대의 전기차가 시장에서 강점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2018년 아우디는 최대출력 500마력, 항속거리 500km인 전기차를 양산한다고 선언했다. 폭스바겐도 항속거리 600km짜리 전기차를 이미 공개했다.


중국의 맹추격도 돌아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회사는 테슬라도, 닛산도 아닌 중국의 BYD였다. 아직 배터리 기술력에서 국내 기업에는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이 매우 공격적이고, LG화학, 삼성SDI 등을 포함한 외국 업체들을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에서 배제시키면서까지 중국 기업들을 비호하고 있다.


현대는 글로벌 판매량 기준 5위의 거대 자동차 기업이지만, 점유율이 8.5% 대에서 늘어나지 않고 정체된 지 5년이나 되었다. 반면 중국 13개 자동차 업체들의 점유율 합은 지난 3년 사이 2% 포인트 증가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는 방심하고 낮잠을 자다가 거북이에게 선두를 빼앗긴 토끼와 비슷한 입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에서처럼 결승점이 정해진 경쟁이 아니다. 무한 시장경쟁에서는 역전에 성공한 거북이보다 뒤쫓는 토끼가 유리할 수도 있다. 경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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