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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쏘나타가 놓친 무엇을 SM6·말리부는 잡아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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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1호 윤지원⁄ 2016.11.28 09:56:50

▲중형차 시장의 새 강자로 부상한 르노삼성 SM6가 주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중형 세단 내수 시장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1월 16일 한국지엠은 쉐보레(Chevrolet) 올 뉴 말리부(All New Malibu)의 선전에 힘입어 지엠대우 시절인 2006년 이후 딱 10년 만에 중형차 연간 내수판매 3만 대를 돌파했다. 또한 르노삼성 역시 3월 출시한 SM6를 10월까지 4만 5604대나 팔며 같은 기간 3만 7919대에 그친 기아 K5를 누르고 2위에 올라섰다. 현대 쏘나타는 같은 기간 6만 9039대를 판매, 1위는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 19.2%라는 큰 감소폭에 시달리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쏘나타, SM6, 말리부가 저마다 자기들이 1위임을 내세우며 마케팅 중이라는 사실이다. 전체 판매량에서는 쏘나타가 크게 앞서지만 렌터카, 택시, 법인 판매를 제외한 자가용 등록 대수만 따지면 쏘나타는 2만 9931대에 불과, 4만 300대의 SM6가 사실상 1위인 셈이다. 또한 가솔린 모델 판매량만 따지면 신형 말리부가 6월 출시 이후 줄곧 1위를 달려 왔다.

이런 시장 변화를 이끈 요인이라면 성능, 가격, 외부 환경의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CNB는 그 중 디자인 측면에 주목하고, 세 중형차의 디자인에 관해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 보았다.

▲현대자동차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사진=현대자동차)


Part1 “숫자로 답한다” 판매량 1위, 쏘나타

확고한 철학에 따른 젊고 진보적인 디자인
문제가 있다면? “너무 익숙하다는 것”

1985년 10월 처음 출시된 쏘나타는 국내 최장수 브랜드이며, 내수 시장에서 누적 330만 대를 판매한 최다 판매 브랜드다. 스텔라의 상위 트림으로 등장한 1세대부터 현재 7세대인 LF 쏘나타까지, 출시 때마다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도입해 한국 중형차 시장을 점령하며 ‘국민차’ 별칭을 얻었다.

2009년 나온 YF 쏘나타는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집약한 디자인으로, 과감하면서 유려한 곡선을 내세운 4도어 쿠페 스타일에,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까지 이어지는 크롬 벨트 라인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패밀리 세단으로 통하는 중형차는 가장들이 많이 찾는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보편성과 안정감이 요구되는데 YF 쏘나타 디자인은 너무 과감하고 젊은 편이어서 호불호가 갈렸다. 그래서 한때 쏘나타 판매량을 준대형차 그랜저가 넘어서는 기현상도 일어났었다. 기아 K5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과의 구상 교수는 NF 쏘나타에서 YF 쏘나타로 바뀔 때의 커다란 변화를 “개벽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5년 만에 나온 현재의 7세대 LF 쏘나타는 짧은 트렁크 설정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주면서 실내 공간 중심의 비례를 구축했다. 2세대 제네시스에 이어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이 두 번째로 반영되어 선과 조형은 한층 절제되었고, 30년 가까이 축적된 완성도와 자신감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내재된 디자인이라는 의미에서 ‘이너 포스(Inner Force)’라는 표현을 현대측은 사용했다.

LF 쏘나타는 얼핏 보면 제네시스로 보일 정도로 현대차의 패밀리 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네시스보다는 선을 더 단조롭게 가져가고 디테일에 기교를 부리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차별을 두기 위한 선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려함을 과시한 YF 쏘나타의 과감한 디자인에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만큼, 그때의 비판을 의식한 현대차가 LF 쏘나타에서는 무난하고 보편적인 인상을 추구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LF 쏘나타의 이런 디자인 특징을 보수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읽힌다. 쏘나타의 굳건한 지지층을 믿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나쁘다는 의견도 딱히 많지 않다. 호불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관심을 끌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러나 구 교수는 쏘나타가 보수적인 디자인의 차는 아니라고 설명하며 “컨템포러리”라는 표현을 썼다. 구 교수는 “현대차 디자인은 매우 스포티하고, 충분히 진보적이며 젊다”며, “쏘나타 디자인에 비판적인 소비자는 부족함을 느낀 것이 아니라, 너무 그것만 보다 보니 다른 것에 대한 욕구가 있어 매력을 덜 느끼는 것 뿐”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 YF 쏘나타는 과감하고 화려한 디자인 감각을 뽐냈으나, 중형차의 보편적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는 등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렸다. (사진=현대자동차)


LF 쏘나타에게 신차효과는 남의 얘기
현기차 디자인, 무엇이 달라졌길래?

LF 쏘나타는 2014년 3월 출시 당시 사전 예약 3일 동안 1만 15대가 계약되면서 흥행 조짐을 보였고, 4~5월에만 2만 9천여 대를 팔았다. 그러나 신차 효과는 거기까지였다. 6월에 1만대 초반으로 줄어들더니 8월(7307대)에는 1만대 이하로 떨어졌다. 8월엔 4년 된 구형 YF 쏘나타가 더 많이 팔리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YF 쏘나타가 출시 다음 해인 2010년 13만 5735대나 팔리며 인기를 오래 이어갔던 것과 크게 다른 양상이 펼쳐진 것이었다. 

2년이 지난 올해 성적은 더 안 좋다. 1~10월 쏘나타의 내수시장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9.2%나 줄었다. 여전히 1위는 유지하는 판매량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고, 이는 단순히 다른 업체들이 신차 효과를 누린다고 보기보다는 더 장기적인 흐름 같아서 쏘나타의 성적이 더 저조해 보인다.

‘자동차, 시대의 풍경이 되다’(책세상, 2016)의 저자 이문석은 현대차 브랜드들이 패밀리 라인으로 가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움보다 통일성을 추구하는 디자인 경향으로 변했음을 언급했다. 현대차는 원래 신차가 나올 때마다 이전과 파격적으로 다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외국 명차 디자이너 출신인 수장을 앉히고 ‘디자인 철학’을 내세우면서 이젠 그런 면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디테일보다 조형적으로 새로운 것에 더 눈길을 주는 경향이 짙다. 외국 소비자들이 변화가 큰 것에 반감을 느끼는 보수적 경향인 것과는 다르다”며 “그래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최근 현대차의 디자인 경향인 패밀리 룩을 ‘거기서 거기’라고 느끼고, 익숙한 것이 아니라 지루하게 느낄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LF 쏘나타는 2년간 그 모습 그대로였으니 소비자들이 새로운 중형차에 목마를 때도 됐다. 여기에 르노삼성 SM6가 새로움을 던져줬다. SM6 디자인의 디테일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어떻게 멋있다는 것보다 비율을 비롯한 조형 자체가 다르다. 디자인 언어가 다른 새 차가 나타났으니, 새로움에 쏠림 현상이 있는 내수 시장의 반응이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점유율 줄어들었을 뿐 우려할 정도 아냐”
디자인 외에도 고려할 점 많은 게 자동차

중형차 시장에서 쏘나타의 점유율이 줄어든 현상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기차만큼 확고한 내수시장을 가진 자동차 업체는 전 세계에 드물다. 내수 점유율이 좀 줄었다고 해도 잘 안 풀린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50%~70%를 유지하는 현기차의 시장 점유율을 두고 우려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의 판매 호조에 대해서도 “밥 외의 식량 소비가 늘었다고 해서 쌀 소비량을 걱정하는 것과 똑같다. 소비자가 선택할 메뉴가 늘어난 것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쏘나타의 디자인에 대한 자신감도 확고했다. “예전보다 덜 팔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디자인이라는 지적에는 동의 못 한다. 글로벌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게 그렇다”며 “또한 디자인에는 호불호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이 자동차의 성패를 가르는 유일한 잣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어울림 모터스의 ‘스피라’나 마이바흐를 예로 들었다. 특히 마이바흐에 대해 “디자인의 정점이라는 평가도 받았으나 회사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시장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트림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많아졌다"며 ”현대차 역시 새 차급을 내놓을 때 인접 모델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하고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31년 된 쏘나타의 장래를 생각하면 영원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계속해 새로움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르노삼성 SM6. (사진=르노삼성)



Part2 “쏘나타? 그랜저가 맞수” 자가용 1위 SM6

르노의 탈리스만은 배기량 2000cc를 넘지 않는 중형차다. 르노삼성은 이 차를 국내 모델  SM6로 내놨다. 기존에 중형차 SM5가 있고, 준대형에 SM7이 있는데 그 사이 숫자를 쓴 것이다. 이름 그대로 SM6는 중형차의 체급과 가격대에서 준대형의 고급 품질을 추구하는 차다.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과 구상 교수는 SM6의 돌풍에서 과거 그랜저XG까지 있었던 그랜저 2.0모델을 떠올렸다. 준대형차의 2.0이라면 ‘덩치만 크고 엔진은 작은 모델’로 여겨지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라인이었다. 준대형 이상의 차는 법인 판매가 많은 편인데, 법인에서는 굳이 작은 배기량의 2.0을 구매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랜저 2.0은 주로 개인 고객이 많이 샀다. 구 교수는 2.0이 국내 중산층 개인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늘고 중형차 시장이 줄어드는 등 큰 차, 고급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구 교수는 그러나 “2.0 배기량을 넘지 않으면서 그랜저 수준의 고급 품질을 갖춘 차를 원하는 수요가 분명 존재했고, 그 시장을 SM6가 찾아낸 것”이라고 SM6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SM6의 LED 주간주행등(DLR)의 인상적인 디자인. (사진=르노삼성)



르노 최상위 브랜드의 존재감 담은 디자인

탈리스만은 소형차-경차의 강자인 프랑스 르노의 가장 상위 모델이다. 2010년의 1세대 탈리스만은 르노삼성의 준대형 SM7이었다. 회사의 간판이어야 할 최상급 모델인 1세대 탈리스만이 시장에서 별 호응을 얻지 못하자 르노는 모든 것을 갈아엎었다. 

준대형에 대한 미련을 접고, 2세대 탈리스만의 체급을 중형차로 과감히 내렸다. 거기에 기존 라구나(Laguna)와 래티튜드(Latitude) 브랜드까지 단종시키면서 전사적 총력을 기울였다. 라이벌이랄 수 있는 다임러벤츠와 기술 개발에 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지구촌 최고의 고급차 강자랄 수 있는 벤츠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두아이(Douai) 공장에 다임러벤츠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탈리스만의 품질 향상을 위한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했다.

새 디자인을 위해 세계 각지의 르노 디자인 드림팀이 총동원되었다. 반 덴 애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네덜란드인), 안소니 로 르노 외관 디자인 총괄 부사장(홍콩인), 르노디자인아시아의 크리스토퍼 듀퐁 상무(프랑스인), 그리고 한국의 성주완 르노디자인아시아 수석디자이너 등을 비롯해 수십 명의 프로젝트 팀을 아예 프랑스에 1년간 체류시키며 본사에서 탈리스만에만 매달리게 했다.

따라서 탈리스만, 즉 SM6에는 르노의 최상위 모델다운 존재감을 드러낼 디자인 요소들이 강조되어 있다. 르노의 디자인팀은 한 눈에 시선을 사로잡을 SM6 디자인의 핵심을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SM6의 휠베이스는 SM5보다 50mm 더 길어져 상위 모델인 SM7과 같아졌다. LF소나타나 K5보다 길다. 전폭도 10mm 넓어져 역시 경쟁차량들보다 넓다. 그러나 프론트 오버행(앞바퀴보다 튀어나온 부분)을 매우 짧게 만들어 오히려 전체 길이는 동급에서 가장 짧아졌다. 덕분에 상대적으로 휠베이스가 더 길어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전고(전체 높이) 또한 동급 경쟁 차보다 낮아졌다. 여기에 18~19인치의 커다란 휠을 적용했다. 낮아진 무게중심으로 균형과 안정감이 커졌고, 카리스마 넘치는 역동적인 비율을 갖춰, 이문석 작가가 언급한 “조형 자체가 다른” 새 외관을 일궈냈다.

▲SM6의 알로이 휠 표면의 섬세한 타공. 눈에 잘 띄지 않는 디테일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고, 고급스러움을 부여한다. (사진=르노삼성)


프랑스 감성이 고객의 ‘고급차’ 욕구에 호응

구 교수는 여기에 더해 ‘프랑스 감성’과 ‘완성도 높은 디테일’을 SM6 디자인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가 말하는 프랑스 감성은 “실용성에 최우선을 두면서 틀에 얽매이지 않는 감성”이다. “자동차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차 감성이 수치적 성능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장식보다 효율적인 디자인을 추구하는 ‘쿨 엘레강스’ 감성인 것과 프랑스 감성은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프랑스 차는 독일, 일본, 미국, 한국 차와 비교하면 낯설다는 인상이 있다. 실제로 운전석에 앉으면 다른 나라 차들과 달라 낯설고 우주선에 탄 것 같다”며 “창의적이고 자유분방하고 패셔너블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SM6에 반영된 이런 감성이 “한국 소비자에게는 ‘고급스럽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문석 작가가 SM6 디자인의 인기에 대해 “디테일보다 조형적 새로움이 컸다”며 신차 효과로 분석한 것과 달리, 구 교수는 “인테리어를 포함해 설득력 있는 디테일이 많고 이런 점이 한국 소비자의 고급지향 욕구와 맞아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적 완성도보다 디테일에 감동하는 것이 소비자 심리라며 “도어 몰딩의 크롬 몰드만 봐도, 얼마나 집중력 있게 디테일을 다듬었는지가 느껴진다”고 사례를 꼽았다. 

SM6 전면의 LED 주간주행등(DLR)은 특히 창의적인 프랑스 감성이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상에 강렬하게 각인된다. 모든 메이커가 DLR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의 DLR은 소뿔 같다.” 멀리서 마주올 때는 달려오는 느낌을 주고, 빠르게 옆을 스쳐가기 전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데 효과적이다. 대개 LED 라이트로 헤드라이트를 감싸며 ‘아이라인’을 장식, 눈매를 강조하는데 비해, SM6의 LED DLR은 헤드라이트 아래로 꼬리를 길게 내려, 그것 자체의 존재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치타의 눈 얼룩이나 검투사의 투구를 연상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또한 SM6의 르노 아이덴티티 그릴은 QM3부터 모든 르노삼성 차량에 적용되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갖춰가고 있다. 대중 브랜드는 원래 브랜드 아이덴티티보다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로 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앞서 현대차의 경우에도 패밀리 룩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담긴 디자인이 ‘너무 흔해진’ 인상을 주는 단점으로 여겨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점유율이 적은 르노삼성은 노출빈도를 높이며 “르노도 많이 팔리나 보다”라는 인상을 주는 상승작용이 있다는 것이 구 교수의 분석이다.

SM6는 르노의 플래그십 모델로, 명품을 지향하는 차다. 구 교수는 “명품의 차별점은 디테일에 있다.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지루할 틈이 없다”며, SM6의 고급스러운 디테일의 예로 휠 표면의 오밀조밀한 타공 무늬를 강조했다. “눈에 띄지 않는 디테일이다. 그런데 양산되는 휠에 그런 디테일을 하나 추가함으로써 생산 원가가 비싸진다. 현대차는 이런 데 원가를 높일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법이다.

▲한국지엠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Part3 “1대1로 해봐?” 가솔린 중형 1위 말리부

한국지엠의 쉐보레 올 뉴 말리부(All New Malibu)는 9세대 풀 체인지 모델이다. 최초의 말리부는 쏘나타보다도 21년이나 먼저 나왔다. 자동차의 세대로 치자면 고조할아버지 격이다. 

한국지엠 디자인 본부의 스튜어트 노리스 전무는 9세대 말리부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으로, 유선형의 스포츠 쿠페 스타일이며 역동성을 강조했음을 들었다. 기존의 말리부가 단단한 느낌이 강했다면, 올 뉴 말리부는 날렵하고 세련된 형태를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처음 올 뉴 말리부가 출시되었을 때 실제로 신형 말리부를 많은 사람들이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유연해 보인다”고 느낌을 전했다. 공기 역학에 대한 고민을 디자인에서 드러내듯, 옆모습에서는 직선과 평면보다 곡선과 곡면만 눈에 들어왔다. 반면 전면부와 후면부는 수평선에 대한 과도한 집착까지 드러낸다. 가로로 더 가늘어진 헤드라이트와 날렵한 크롬 베젤까지 ‘가로 본능’을 드러내며 역동성을 강조했다.

길어진 휠베이스, 와이드 앤 로우 스탠스 스타일, 19인치 대형 휠 적용 등 SM6와 공유하는 디자인 코드들이 많다. 중형차의 휠베이스가 길어지는 것은 이전 LF 쏘나타 때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다지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하지만 2014년 무렵만 해도, 중형차 바퀴로는 16인치도 과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어느덧 19인치가 당연한 듯 장착되는 것에서 현재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가 ‘카리스마’로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 교수는 올 뉴 말리부의 첫인상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이 “상위 차급의 임팔라(Impala)를 연상시킨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중형차이면서 준대형차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SM6와 비슷하다. 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길이도 그랜저, 닛산 맥시마 등 준대형차보다도 길다. 전폭은 다른 중형차보다 작긴 하지만 임팔라와 동급이다. 2000cc 차에서 그랜저 급 크기가 장점만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올 뉴 말리부는 길어진 크기에 비해 공차 중량을 최대 130kg까지 줄였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는 흠이라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주차 공간이 미국처럼 크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중형차 가격으로 준대형 사이즈 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충분히 충족시켜줄 수 있다.

구 교수는 임팔라와 말리부의 디자인에 대해 “미국의 디자인 테이스트(구미)를 잘 반영하면서 동시에 쉐보레의 전통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지엠은 브랜드별로 디자인 공식이 있다. 공식이 있을 때의 장점은, 그 브랜드의 패밀리 룩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단점은 ‘그게 그거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지엠 쉐보레 올 뉴 말리부. (사진=한국지엠)


혁신? 부조화? 뭐라 해도 새롭다는 건 강점

쉐보레의 전면부는 전통적으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센터바를 가진다. 구 교수는 이번 말리부의 새로운 듀얼 포트 그릴에 대해 “가운데 바를 유지한다는 틀 안에서 아래 위를 다르게 만들어 틀을 깬다는 것으로 기존 쉐보레 디자인과 차별화시켰다”며 감탄했다.

이문석 작가는 “신형 말리부의 조형감에서 국내 소비자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유럽의 조형미가 선과 면의 조화를 선호한다면, 말리부에 담긴 미국식 디자인은 굵직하고 파격적이라는 전형적인 미국식 조형감을 던져준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뛰어난지는 상관이 없다. 새로워 보인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 교수는 신형 말리부 디자인에 대해 “이해 안 되는 디자인 요소들이 있고, 조화가 안 되어 보인다”면서도 “그런 것이 보기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도 차가 나올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신형 말리부의 디자인을 이국적인 멋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신형 말리부의 앞모습은 특히 조화롭지 않다”며 “심지어 주간 주행등은 방향성이 상당히 어긋나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분명하겠지만 의도가 뭔지 궁금할 정도다”라며 말리부의 파격을 강조했다.

“디자이너들이 완성도를 높이면서 조화롭게 하다 보면, 디자인은 평범해질 수 있다. 반대로, 특이함만을 추구하면 눈에는 띄지만 호불호가 갈린다. 그 선을 적절히 맞추는 게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말리부는 안정보다는 변화와 쇼킹한 이미지를 선택한 것 같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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