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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내년 한국야구에 ‘스캇 보라스’ 등장한다

2017년 도입되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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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12.12 10:11:0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으로 김선웅 변호사가 취임하여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야구 선수출신이 아닌 변호사가 선수협의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김 변호사님은 프로야구 선수협 사무국장을 오래 지내왔고, 프로야구에서는 가장 유명한 법률 전문가 중의 한 분이십니다. 김 변호사님이 취임하시면서 프로야구에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활성화를 중점 추진 과제로 꼽았습니다. 

저는 스포츠에이전트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를 말합니다. 제리 맥과이어는 톰 크루즈(Tom Cruise)가 주연으로 스포츠 에이전트의 삶을 보여 주었던 영화입니다. 특히 톰 크루즈가 마지막에 연인인 르네 젤위거(Renee Zellweger)에게 했던 “You complete me. I am not what I am without you.(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라는 대사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톰 크루즈는 자신에게 소속된 선수의 경기를 관전하고, 선수의 건강이나 심리상태를 살피고, 선수를 대리하여 연봉 교섭을 합니다. 이 영화가 국내에 개봉된 때는 1997년으로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 리그에 진출해 한창 활동하고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의 직업인 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명작 ‘제리 맥과이어’로 유명해진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저는 2014년도에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위촉을 받아, 스포츠에이전트 도입연구 TF팀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선수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고, 구단에 대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연구팀의 결과물로 2014년 11월 ‘스포츠에이전트 제도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그 당시 신임 선수협 사무총장이신 김선웅 변호사님과 위 TF팀에서 처음 만나, 심포지엄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대리인으로 KBO의 경쟁제한행위 및 야구선수 계약상의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한 시정조치를 촉구하기 위해 불공정거래행위신고를 했습니다.

▲2015년 10월 24일 프로야구 두산베어스와 NC다이노스의 플레이오프 5차전 경기에서 승리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에이전트 제도가 도입되면서 선수 개인 기량이 향상되면 팀 성적과 함께 경기 수준도 향상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프로야구 시장 확대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당시만 해도, 한국 프로축구의 경우 공식적으로 대리인 제도를 인정하고 있고,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외국인 선수의 경우 대리인 제도를 인정하고 있는데,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의 경우와는 달리 국내 선수에 대해서는 대리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01년 3월 9일 KBO에 대해 구단의 우월적 지위 남용으로 인한 선수들의 권리 제한을 인정하면서 시정명령을 내렸고, KBO는 2001년 10월 31일 대리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야구규약 제30조 단서에서 “대리인제도의 시행일은 부칙에 따로 정한다”고 규정했고, 15년 째 부칙을 따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까지 프로야구 선수 대리인 제도는 시행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고, 그 결과물로 내년에 드디어 한국 프로야구에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대리인 제도)가 도입됩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8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한국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개인적인 일탈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도박 사건, 승부조작 사건부터 음주운전까지 여러 가지 사고가 있었습니다. 내년에 구체적인 규정이 나와야 하겠지만, 에이전트는 단순히 연봉 협상의 대리인에 머물지 않습니다. 선수를 전반적으로 관리해 선수의 가치를 높이고, 선수의 멘토 역할을 합니다. 야구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만 하다 보니, 구단의 선·후배, 동료 외에 자신의 속을 털어 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전트가 이런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돈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기량·경기 질 향상에 기여

그리고 항상 구단에 대해 약자였던 선수들의 인권이 보호될 것입니다. 에이전트는 타 팀의 연봉 구조, 다른 선수들의 계약조건 등 다양한 정보를 앞세워 교섭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대신해 구단과 협상을 진행합니다. 결국 선수들의 구단에 대한 협상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선수는 경기 외적인 일들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자신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에이전트 제도의 도입으로 선수의 개인적인 기량이 향상되고, 팀의 성적이 좋아지고, 선수에 대한 가치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들은 장기적으로 전체 프로야구 시장이 커지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에이전트라는 직업의 세계를 우리나라에 알린 톰 크루즈 주연의 1996년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사진 = 트라이스타 픽처스

한국 프로야구의 에이전트는 내년 1월에 KBO 규약이 발표되면서 구체화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에이전트가 언론에 등장하는 시기는 2018년 연봉 계약을 시작하는 2017년 말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이저리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캇 보라스(Scott Boras)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스캇 보라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에이전트의 한 사람으로 박찬호, 류현진, 추신수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2017년에는 한국에서 제리 맥과이어와 스캇 보라스가 탄생하기를, 그리고 두산 베어스가 다시 한 번 우승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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