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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달력 대세는 “힐링”…위로 글 담고, ‘달력 음악’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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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8호 윤지원⁄ 2017.01.16 09:30:02

▲다양한 2017년 기업 달력들 중 텍스트를 이용해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유형의 달력들이 여럿 눈에 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새해를 맞아 기업들이 내놓은 달력에서 올해 특히 눈에 띄는 트렌드는 텍스트의 활용이다. 달력에 그림이나 사진 이미지가 실리는 것은 흔하지만, 그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얹어서,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도가 몇 개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형식적으로는 달력이 기업과 소비자 간, 기업과 기업 구성원 간의 적극적인 소통의 창구로 진화하는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텍스트에 담긴 메시지의 내용은 위로, 격려, 응원이라는 점도 뚜렷한 공통점이었다. 2010년대 대한민국 사회, 특히 기업 달력이 주로 배포되는 2016년 11월의 대한민국 사회는 위로가 절실한 시기였기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기업 달력들 사이에서 발견된 이 메시지들은 예사롭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의 2017년 달력 ‘좋아해’. (사진 = 윤지원 기자)


신한금융그룹 ‘좋은 해’
2017년 신한금융그룹의 달력의 테마는 ‘좋은 해’다. 2016년 한 해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는 달리, 새로 다가오는 해는 좋은 해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으면서, ‘좋은 해’라는 말과 호응하는 메시지를 매월 전달한다.

한 해를 시작하는 1월에는 “당신을 맞이하는 건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합니다. 시작해”, 새 학기가 시작하는 3월에는 “첫 걸음, 첫 등교, 첫 출근, 기대되는 첫 시작 내가 응원할게요. 응원해” 등의 메시지를 담은 문구가 변우재 작가의 따뜻한 일러스트와 어울리게 적혀 있다.

신한금융그룹의 CI는 ‘미래를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이다. 고객과 얼굴을 맞대는 일이 많은 금융 서비스의 속성을 가진 기업이니 인간적인 면에 어필하면서, 고객의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되겠다는 금융업체의 제안을 담은 말이다.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기업 달력 기획은 전년도 달력에 대한 피드백으로부터 시작된다. 1월 중순부터 그룹 내 전 임직원이 새 달력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하면, 담당자가 이를 수렴해서 이듬해 달력 기획에 반영한다. 외부의 여러 디자인회사로부터 다양한 시안을 받아 이를 검토해서 최종적인 시안을 선정하는데, 이때 직원들의 내부 의견과 그룹 CI에 얼마나 적합한지가 선정 기준이 된다고 밝혔다.

국내 일러스트 작가가 작업하게 되면 외국의 유명한 그림에 저작권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저렴하면서도 그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잘 부합하는 달력을 제작할 수 있어 수년 동안 이런 방식으로 달력을 제작해오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교보생명의 2017년 달력 ‘곁에 있어 힘이 되는 가족’. (사진 = 윤지원 기자)


교보생명 ‘곁에 있어 힘이 되는 가족’
교보생명은 ‘곁에 있어 힘이 되는 가족’이라는 테마로 달력을 제작했다. 자연스러운 소재와 기법으로 따뜻하고 소박한 인물과 동물을 표현하는 도예가 김운희 작가의 꼭두인형 작품 열두 점이 중심이 되며, 작품 사진마다 그 장면을 따뜻하게 설명한 텍스트가 담겼다.

봄이 한창인 4월에는 “우리 손주의 첫 번째 소풍을 함께해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뻐요”라는 글귀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주 아이가 벚꽃 숲길을 걷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다. 할아버지 목마를 탄 손주 아이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눈사람을 함께 만든 가족들을 연출한 작품과 함께 “매 순간을 함께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행복해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이런 식으로 교보생명은 보험의 가치가 나 자신보다 가족을 생각하는 데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따뜻하고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 달력은 거의 매년 가족을 주제로 위로와 응원이 되는 메시지를 전하는 글귀를 달력에 활용해 왔다고 밝혔다. 2014년 달력의 경우에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라는 주제로, 아동문학가이자 일러스트 화가인 이규경 작가의 ‘그림 글씨’ 일러스트를 실었다.

▲SK그룹의 2017년 달력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 사진 = 윤지원 기자


SK그룹 - ‘뷰티풀 라이프’
SK는 1월부터 다음 해 달력 기획을 시작하는 등, 기업 달력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이는 기업 중 하나다. SK의 2017년 달력은 국내 뮤지션 제이래빗과 해외 일러스트레이터 케빈 월드론(Kevin Waldron)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제작됐다. 

제이래빗이 만든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라는 곡의 노랫말에 맞춰 케빈 월드론이 그린 그림이 짝을 이룬다. SK 캘린더의 기획과 제작을 진행한 담당자가 밝힌 바에 따르면, ‘뷰티풀 라이프’ 캘린더의 주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는 의미를 담아 ‘꿈과 모험’의 메시지로 정했다. 

“수많은 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모두 다른 꿈을 꾸는 너와 내가 함께 걸어가는 이유...” 라는 노랫말은 케빈 월드론의 삽화와 만나 이야기가 되고, 달력 전체를 열 두 페이지로 구성된 한 편의 동화책으로 완성시켰다. 여기엔 한 소녀가 새장에 갇힌 새를 풀어주면서 함께 모험을 떠나고, 결국 꿈의 나무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동화 같은 달력을 만드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아예 팝업북 형식으로 된 VIP 달력도 제작했다.

달력 마지막 장에는 ‘뷰티풀 라이프’의 노래 가사와 함께 QR코드가 제공되어 있다.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해당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로 연결된다. 달력의 영역을 평면의 종이 너머 인터넷 공간까지, 시각을 넘어 청각의 영역까지 확장했다.

SK달력은 기획 및 제작 과정도 거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다. 2016년 달력도 뮤지션과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되었지만, 당시에는 뮤지션 ‘스윗 소로우’가 단순히 곡을 만들어 부른 데서 그쳤다. 하지만 2017년 달력에는 SK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해 뽑힌 합창단이 함께 했다.

‘뷰티풀 라이프’의 뮤직비디오는 바로 이 합창단이 처음 결성되고, 서로의 낯설음과 어색함을 극복하고 곡과 안무를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음원을 만들고, 수많은 사람의 한 해를 책임질 달력의 일부가 되는 과정은 2017 SK달력이 전하려고 한 ‘꿈과 도전’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과정이었다.

▲SK그룹의 2017년 달력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 뮤지션 제이래빗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QR코드를 통해 달력의 공간, 감각적 한계를 넘고 있다. (일러스트 = Kevin Waldron, 사진 = SK)



달력은 구시대 유물?
찾는 손길 줄지 않는 이유

디지털 문화의 발달로 대부분의 종이 매체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달력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캘린더 앱이 종이 달력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홍보용 달력을 제작하던 기업들도 해마다 인쇄 양을 줄이고 있다. 은행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7개 은행의 2017년 달력 제작 부수는 지난해보다 32만 부가 줄었다고 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아예 2017년 달력을 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달력을 생활필수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많다. 기업 달력 제작 부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판매용 달력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구하기 어려워도 기업 달력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그 이유는 기업 달력이 공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의 달력 제작 관계자는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은행 달력을 걸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에 은행 달력에 대한 요구가 매년 줄지 않는다”며 “제조업체들은 달력 제작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들었지만, 우리는 이런 이유 때문에 달력 배포에 인색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한금융은 달력 제작 부수를 줄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SC제일은행과 KEB하나은행처럼 이례적으로 2017년 달력 양을 늘린 기업도 있었다.

▲다양한 2017년 기업 달력들. (사진 = 윤지원 기자)


달력은 독특한 속성을 가진 홍보매체

소비자는 달력에서 날짜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달력 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그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방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기업에서 주는 공짜 달력 대신 고가의 달력을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미적 욕구가 아무리 강해도 달력을 매달 바꾸거나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한번 선택된 달력은 대개 소비자 곁을 1년 동안 지킨다.

기업 홍보실은 달력의 이런 속성들을 골고루 고려해서 달력을 기획한다. 질리지 않으면서 기업에 도움 되는 디자인과 그림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전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홍보든, 공익이든, 기업 이미지든 간에 소비자는 달력에 담긴 가치를 1년 동안 지켜보고 기억하며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카탈로그’식 달력은 고전과 다름없다. 패스트푸드, 배달음식점, 편의점 등에서 사용 가능한 다양한 월별 쿠폰을 제공하는 ‘쿠폰북’ 형태의 달력도 많이 눈에 띈다. 

가장 무난한 기획은 예술 작품들을 담는 것이다. 벽면, 테이블 위 등 달력이 흔히 놓이는 자리는 대개 액자가 놓이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쉬운 선택이다. 새 달력을 놓은 자리는 매달 새로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2016년 말 CNB에 전달된 많은 기업 달력들 중에서도 예술 작품을 담은 달력의 비중이 월등이 높았다.

어떤 작가를 선정하고, 어느 정도의 품질로 인쇄하느냐에 따라 VIP용 명품 달력과 일반 배포용 달력을 구분해서 제작하기도 한다. 삼성은 올해 VIP용 달력을 따로 제작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IMF 이전에는 인쇄가 아닌 진짜 판화작업을 통해 70만원 상당의 VIP용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다. 삼성의 VIP용 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사회적 성공의 한 기준처럼 여기는 풍조를 만들어, 차별화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크게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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