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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 왜 비싼가 했더니…

이면조약에 이상한 통행량 계산법까지 ‘복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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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8호 윤지원⁄ 2017.01.16 09:30:26

▲서울-춘천고속도로의 비싼 요금 논란이 해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 = 연합뉴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비싼 통행료에 관한 논란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직전인 지난 2009년 7월, 당시 국토해양부와 사업자인 (주)서울춘천고속도로 간에 통행료 할인을 둘러싼 ‘이면합의’ 논란이 지난해 12월 15일에 일어났다. 개통 당시 처음에 책정됐던 요금 6900원에 대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2009년 7월 15일, 이보다 1000원 낮춘 5900원으로 통행료가 결정됐다. 그런데 통행료 인하 바로 전날, 국토해양부가 사업자인 (주)서울춘천고속도로에 은밀하게 내민 당근이 있었다는 사실이 7년이 지난 작년 말에야 알려진 것이다.

국토부가 밝힌 당시의 비공개 합의서에 따르면, 사업자가 민심을 반영해 통행료를 5900원으로 낮춰 책정하면, 그로 인해 사업자에게 발생하는 손실은 국토부가 보전해주고, 3년이 지난 후에도 자금재조달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 통행료 인상을 통해 원안인 6900원으로 환원한다는 조건에 양측이 합의했다. 그렇게 통행료는 1000원이 싸졌고 민심은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준 셈이니 결국 아무도 큰 이익이나 손해를 안 보는 조건이었다. 속았던 민심만 바보가 됐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가 정확하게 재현된 꼴이다.

통행량 산출 방식이 왜 이래?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처음부터 높은 통행료를 책정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통을 앞두고 통행료 논란이 있었던 2009년 7월, 사업자는 이 도로가 다른 지역의 도로에 비해 터널과 교량이 유난히 많아서 도로 유지관리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통행료를 책정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통행 차량의 숫자다. 고객(통행량)이 많으면 통행료는 낮아지고, 고객이 적으면 통행료는 올라간다. 이건 가격 결정에 관한 기초적인 상식이다. 도로의 유지관리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통행량이 늘어나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통행량과 관련된 두 가지 보고서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나타난다. 첫 번째 보고서는 사업자인 서울춘천고속도로가 춘천시에 보고한 총 통행량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의 누적 통행량은 개통 7년 만에 2억 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 보고서는 국토부와 사업자가 산출해 국회에 보고한 통행량 보고서다. 앞서 춘천시에 보고한 연간 통행량을 1일 통행량으로 환산하는 경우와 비교해 보면, 대략 절반 가까이 적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다. 

연도

춘천시 보고에 근거해 환산한

1일 통행량

국회 보고서의

1일 통행량

차이

2010

6만 9354대

3만 5747대

3만 3607대

2011

7만 5683대

3만 8397대

3만 7286대

2012

7만 6644대

3만 9190대

3만 7454대

2013

7만 8551대

3만 9768대

3만 8783대

2014

8만 1979대

4만 1020대

4만 959대

2015

8만 8062대

4만 3900대

4만 4162대

*표: 춘천시 보고 통행량 보고서 및 국토부와 사업자가 국회에 보고한 통행량 보고서

두 보고서의 통행량에 이처럼 큰 차이가 나온 이유는 통행량 산출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국토부와 사업자가 산출한 통행량은 서울(미사IC)부터 춘천(춘천JCT)까지의 61.4km 전체 구간을 통과한 차량만을 집계한 것이다. 즉, 서울이 아닌 덕소나 화도 등에서 진입했거나, 종착지인 춘천 이전의 강촌이나 남춘천 등에서 빠져나간 차량은 1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산출된 1일 통행량은 사업자가 손해를 입지 않는 수준에 대한 예상 통행량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으므로 적자이며, 통행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항의 덫
민자고속도로는 정부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데 민간의 투자를 받아 부족한 예산을 아끼고, 대신 투자한 민간기업에 해당 고속도로의 운영권을 보장해주는 계약에 의해 만들어진다. 1990년대 IMF를 겪으며 국고가 바닥난 정부가 마련한 고육지책이었는데 그 폐해가 지나치게 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이어져 왔다.

한 푼이 아쉬웠던 정부가 민간 자본에 손을 벌리면서, 민간 기업이 제시한 실시협약의 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이 오랫동안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민자도로 건설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건설해주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리스크를 무릅쓰는 대신, 훗날 예상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수익을 정부로부터 보전받을 것을 약속받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조건의 실시협약을 맺는다. “나라를 돕는 일이니 큰 이윤은 추구하지 않는 것이 도리지만, 사업하는 입장에서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식의 대화가 오갔을 법하다.

그러나 사업자가 위와 같은 통행량 산출방식을 수입의 근거로 삼는다면 민자도로가 예상 최소수입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실제로 서울춘천고속도로는 매년 전체 통행량의 절반 수준으로 산출된 통행량을 근거로 예상 최소수입의 80%에 못 미치는 수입을 거두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서울춘천고속도로가 2016년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손실보전금은 567억에 이른다.

서울춘천고속도로는 예상수입을 통행료 수입이 아닌 통행량 단위로 산출한다. 그리고 통행량을 적게 산출하는 산출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통행량이 줄어들면 그로 인한 손실만큼 통행료를 올릴 근거가 생긴다. 하지만 가격과 상관없이 사업자는 줄어든 통행량만큼의 손실보전금을 받는다. 즉, 통행료가 높아질수록 사업자가 받을 수 있는 손실보전금은 커진다.

반대로, 통행량이 많아지면 통행료를 인하해야 한다. 통행량이 예상 수입 대비 100% 이상 늘어나면 반대의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손실보전금보다 더 큰 수입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통행량이 늘어난 만큼 도로유지관리비 지출도 늘어난다. 

사업자는 도로유지관리비를 지출해가면서 통행량이 예상수입의 100%보다 많아지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MRG 기준보다 적게 유지해서 가격은 올리고 손실보전금을 더 많이 받으며 관리비지출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크고 확실한 이익을 보장한다.

지난해 8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은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7개 민자고속도로 사업자에게 정부가 계약만료시점까지 보전해줘야 할 MRG 보장액이 5조 286억이나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국토부는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MRG 방식의 실시협약 체결은 이미 2009년에 폐지했으며, 이전에 체결된 사업은 자금재조달이나 사업재구조화 협약 등을 통해 표준운영비보전(SCS)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MRG 보장 비율을 낮추는 등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국토부는 2015년 서울-춘천고속도로와 협약을 새로 맺어, 최소수입 보장 비율을 기존 80%에서 70%로 낮췄으며 그 결과 현재 MRG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 = 연합뉴스)


“동서고속도로 요금책정에 주민 이해 반영해라”
한편, 비공개 합의의 존재 사실이 알려지고, 서울춘천고속도로의 통행료 논란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강원 도민들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다. 서울-춘천 민자고속도로에 국가 관리 구간인 춘천(동홍천)~양양 구간으로 구성되는 동서고속도로가 올해 6월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속초·고성·인제·양양 등 설악권 4개 시·군 번영회가 모인 설악권번영회협의회는 2016년 12월 17일 성명을 통해 동서고속도로의 통행료가 책정될 때 민자구간인 서울~춘천 간 요금 6800원에 국가 재정으로 건설된 춘천~양양 간 요금 4900원을 합산해서 1만 1700원(1종 승용차 기준) 정도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표현했다.

이 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서울∼부산(394.9㎞) 2만 1000원, 서울∼광주(292.7㎞) 간 요금은 1만 5200원인데 거리가 절반(149.9km)에 불과한 서울~양양 간 요금이 이들 구간의 70∼80%에 육박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지역 대표기관 등이 참여하는 ‘서울~양양고속도로 통행료 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협의회는 비싼 통행료가 동해안을 찾는 관광객의 부담으로 돌아가 관광 산업의 비중이 큰 지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통행료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비싸게 책정될 경우 물리력까지 동원할 각오라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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