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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아베는 트럼프와 골프 치는데 우리는 비리 대통령이 골프금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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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4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7.02.27 10:25:45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아베 총리와 골프를 쳤다. 워싱턴 DC 근처 골프장에서 18홀을 친 것이 아니라 플로리다에 있는 개인 리조트로 내려가서 네 끼 식사를 같이 하며 27홀을 플레이 했고, 그 자리에는 남아공의 빅 이지(Big Easy) 어니 엘스 프로도 동석했다.

양국의 정상들이 골프 한 번 같이 한 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제1우방인 영국의 메이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단 한 시간의 만남만 가졌던 것에 비하면, 아베 총리를 골프장으로 초대한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환대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골프를 아는 일본의 외교관들이 물밑에서 실무적으로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유일한 초강대국의 정상으로서 일본과 아베 총리의 입지를 강화해 준 것은 틀림없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제 혼마 드라이버를 선물했으니, 혼마 드라이버는 졸지에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이 쓰는 드라이버라는 프리미엄 광고도 얻게 됐다. 세계 최정상의 프로들과 용품 사용 계약을 맺은 것보다 훨씬 큰 홍보 효과도 거둔 셈이다.

정상들의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약 4시간 동안 누구의 방해도 없이 그들만의 진솔하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특별히 작은 나라의 정상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이 탄핵을 받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초기 그 귀중한 시간에 허송세월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상들의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 아냐
천재일우의 기회 될 시간을 그냥 놓치고…

오래 전 고 김영삼 대통령 시절, 클린턴 대통령이 방한했고, 클린턴은 골프 라운드를 희망했지만, 김 대통령의 고집으로 골프 대신 조깅을 했다. 나는 그때 그 상황이 무척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LPGA와 PGA에서 막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였다. 대통령이 비록 골프는 시원치 않아도 ‘같이 걷거나 버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고, 박세리, 최경주 또는 미국적의 미셸 위 프로를 불러 함께 라운드 하면 얼마나 대화의 분위기가 좋았을까’ 생각하면 참 답답했다. 아니면 대통령이 갤러리로 따라 다니고, 골프에 조예가 깊은 김종필 총리 같은 분이 함께 플레이 했다면, 대통령의 인격이 훨씬 더 돋보였을 것이다.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2월 11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세번째)과 골프 라운딩을 즐겼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골프 라운딩 장면. 사진 = 연합뉴스

오래 전 고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중앙 연수원에서 골프 매너를 강의한 적이 있다. 그분들에게 보스의 골프를 치지 말고, 리더의 골프를 치라고 권했다. 군림하는 골프가 아니라 섬기는 골프를 하라며 기초 매너를 강의했다. 외교관 한 분이 휴식 시간에 “돌이켜 보니 골프장에서도 갑질이 몸에 배서 자기중심의 플레이를 한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재국의 공직자들이 자기를 보고 매너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올림픽 골프 금메달의 나라, 세계 정상급 골프 강국이면서도 유명한 골프 브랜드 하나 제대로 갖지 못하고, 400여만 명의 골퍼가 있으면서도 대중화의 길이 멀기만 한 나라. 공직자들과 경제 지도층의 골프가 부정부패의 이미지로 찍힌 나라. 비리에 싸인 대통령이 골프를 금지시키는 나라. 어느 하나 긍정적으로 보이는 게 없는 이상한 골프 강국인 우리나라는 이제 변해야 할 것이다.

30년 전 애들 방학 때 온 가족이 퍼블릭 코스에서 캐디 없이 플레이 했던 패밀리 스포츠 골프가 대중화돼 다시 부활하고, 공직자인 친구와 라운드 하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으며, 우리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정상들과 격의 없이 함께 골프 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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