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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디자인 - 티볼리] 스타 디자이너 없이 ‘개미들’이 기적 일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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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7호 윤지원⁄ 2017.03.20 09:51:00

▲쌍용자동차 티볼리. (사진 =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기적의 차다. 가장 인기 없는 기업에서 개발되어 가장 인기 없는 세그먼트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 시장을 두 배 이상 성장시키며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기세를 몰아 2년 후인 지난해에는 8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더니 늪에 빠진 쌍용자동차를 9년 만의 흑자 기업으로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지난 해 국산 완성차 5개 업체가 국내에서 판매한 SUV 열 대 중 한 대는 티볼리였다. 쌍용차의 고객층이 한층 젊어졌고, 여성 고객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어필한 티볼리 디자인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티볼리가 3년 만에 일궈낸 성적

지난해 쌍용자동차는 9년 만에 흑자를 이룩했다. 2007년 44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이후 2015년까지 8년 연속 영업 손실을 본 이후의 부활이다. 한때 대우그룹과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팔렸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구조조정에 따른 ‘옥쇄 파업’ 등의 난관을 거쳐 오는 동안 쌍용차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쌍용차 내부에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0년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면서 안정적 재무구조와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정상화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적자에 따른 구조조정 속에서도 연구개발(R&D) 및 엔지니어 인력을 내보내지 않고 버틴 결과 2015년 신차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 신차는 자기가 속한 세그먼트의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쌍용차의 부활과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 바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였다.

티볼리가 출시되기 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SUV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2014년 국내에서 팔린 소형 SUV는 모두 3만 2932대에 불과했다. 2013년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이 각각 트랙스와 QM3를 내놓으며 시장 문을 열었지만 소비자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했다.

그런데 티볼리는 출시된 바로 그 해에만 4만 5021대나 팔리며 단숨에 해당 세그먼트 판매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시장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워냈다. 이듬해에도 티볼리는 5만 6935대나 팔렸다. 수출도 증가해 글로벌 판매량이 8만 5821대에 달했다.

쌍용차 전체가 1년 내내 판 판매량의 55%를 티볼리가 만들어냈다. 쌍용차는 2002년 이후 14년 만의 최대 실적이자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3조 6285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80억 원을 달성하며 2007년 이후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 사이 국내 소형차 시장도 몇 배나 커졌다. 지난해 전체 SUV 판매량은 전년 대비 0.5% 증가에 그쳤지만 소형SUV 판매량은 11만 621대로 전년대비 증가폭이 28%에 달했다.

또한,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SUV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45만 4669대다. 티볼리가 그중 12% 이상을 차지했던 것이다. 국내에는 존재조차 미미하던 소형 SUV 시장은  티볼리의 등장으로 2017년 가장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QM3가 꾸준히 선전했고, 기아자동차가 지난해 하이브리드 소형SUV 니로를 선보이며 시장 2위를 차지했으며, 한국GM은 ‘뉴 트랙스’로 반격을 시도했다. 지금껏 이 세그먼트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현대자동차도 올해 5월 경 이 회사의 첫 소형SUV 코나를 선보일 예정이며, 기아차도 또 하나의 신차 스토닉(가칭)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모든 변화의 선두에 쌍용차의 티볼리가 있다.

▲티볼리의 실내 디자인. (사진 = 쌍용자동차)


어느 땅에서 솟구쳤나?

티볼리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처음 소개된 XIV1을 포함 4차례의 국제 모터쇼에서 선보인 5대의 XIV 콘셉트 카 시리즈를 원형으로 한다. XIV 시리즈의 디자인을 중심 테마로 두고, 수년간의 품평회를 통해 소비자의 반응을 청취해가며 전반적인 디자인을 오랫동안 다듬어 개발한 차종이다. 쌍용차 디자인 팀은 전체적인 디자인 뿐 아니라 TIVOLI의 서체와 자간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발전시켰다.

쌍용차 역사상 이렇게 많은 시간 공들여 나온 차는 티볼리가 처음이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인 상명대학교 구상 교수는 티볼리가 그 동안의 쌍용 차량들이 약간 거친 느낌으로 나온 것과 달리 숙고한 디자인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티볼리가 등장하자마자 성공한 것은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숙고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XIV 콘셉트 카는 독특한 이미지와 건장한 SUV의 이미지가 잘 조화된 개성이 돋보였고, 콘셉트 카로써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양산형 차량으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었다고 구 교수는 밝혔다.

그러나 쌍용차는 3년이 지난 뒤에야 양산차 티볼리를 선보였다. 그러는 사이 XIV 콘셉트 카가 지녔던 건장한 체격과 역동적인 건강미는 다소 줄어들고 도시적인 감각이 첨가되었다.

쌍용차 관계자에 따르면, 쌍용차는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 가지 감성, 즉 장엄함(Dignified), 역동성(Dynamic), 경쾌함(Rhythmical)을 모티브로 자동차를 디자인한다. 쌍용차는 이를 ‘Nature-Born 3 Motion’이라고 부르며 쌍용차의 디자인 철학으로 삼고 있다.

티볼리의 외관 디자인은 그중 경쾌함(Rhythmical Motion)을 기조로 하고 있다. SUV 본연의 역동성뿐 아니라 모던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담아 어번 다이내믹(Urban Dynamic) SUV 스타일을 완성한 것이다.

▲티볼리 아이디어 스케치. (사진 = 쌍용자동차)

어번 다이내믹 SUV

티볼리의 도시적 감각은 SUV치고는 낮은 차체에 반영되어 있다. 티볼리는 앞모습이 넓고(동급 최대 전폭 1795㎜), 차체가 낮다. 이처럼 기존 쌍용차와 차별화되어 있는 차체의 비율 때문에 티볼리는 새로운 느낌을 준다.

티볼리 디자인을 이끈 쌍용차의 이근열 선행디자인 팀장은 “차체가 높으면 훨씬 SUV답게 보이지만, 티볼리의 방향성은 어반(도심)에 맞춰져 있었다”며 “도심형 젊은이들이 출퇴근하면서도 야외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외장디자인 팀의 박한종 책임 연구원은 티볼리와 반대 지점에 있는 차로 미니(MINI)를 꼽았다. 그는 “내외장재가 고급스럽고 색깔이 다양하지만 느낌이 다르다”며 “티볼리는 빌딩숲을 하나의 자연으로 보고 차를 그렸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빌딩은 강인한 직선으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티볼리의 전체적인 보디라인은 직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것이 너무 남성 취향일 수 있다는 것을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여성들의 반응도 좋았다.

다른 쌍용차 관계자는, 빌딩 숲의 스카이라인이 형성하는 다양한 높낮이의 리듬감 역시 티볼리 외관 디자인에 영감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체의 높이가 기대보다 낮다는 점은 확실히 티볼리에서 신선한 리듬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쌍용자동차 티볼리의 원형이 된 XIV1 콘셉트 카. (사진 = 쌍용자동차)


소형SUV가 ‘생애 첫 차’로 각광받는 트렌드

도심형 젊은이라는 타깃은 쌍용차 관계자가 티볼리를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라고 정리한 이유와도 관계가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스트리트 스마트란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실용적인 정보를 잘 알면서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쌍용차는 티볼리가 가치관이 뚜렷하면서 트렌드도 잘 아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쌍용차가 중년 남성이 아닌 젊은이를 타깃으로 삼은 것은 티볼리가 처음이다. 젊은층 공략은 티볼리가 생애 첫 구매 때 선택받고 싶다는 뜻이었다. 쌍용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분석하면서 소형SUV가 ‘생애 첫 차’로 자리 잡는 경향을 포착했다. SUV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 공간 활용성, 안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세단 수준의 안락함과 정숙성을 갖춘 세그먼트이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소형SUV 시장에서 QM3(캡쳐)가 3년 연속으로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트렌드다. 국내에서는 아직 시작 단계였지만 세계적으로는 소형 SUV가 생애 첫 차로 각광받는 추세가 지속·확대될 것으로 본 쌍용차의 판단이 결국 옳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리듬감이 강조된 디자인

티볼리의 전면부는 와이드하고 슬림한 그릴에서 헤드램프까지 연결된 라인이 특징이다. 이는 새가 날개를 벌리고 비상하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쌍용차 관계자는 밝혔다. 여기에 면과 디테일, 긴장과 여유 등을 최대한 조합해 리드미컬한 요소를 강조했다.

범퍼 디자인은 역사다리꼴 라인으로 인테이크 홀을 강조, 역동성이 두드러진다. 이는 또한 시원하게 뻗은 후드 라인과 대비를 이뤄 긴장감을 자아낸다.

프론트에서 뻗어 나온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리어 펜더로 이어지며 풍부한 볼륨감과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여기에 역동적인 디자인의 16인치 및 18인치 알로이 휠과 18인치 다이아몬드컷팅 휠을 조합했다.

와이드 C필러는 쌍용자동차 디자인의 상징적 요소 중 하나로, SUV 고유의 힘과 강인함을 나타낸다. 뒷문에서 시작해 앞문과 펜더, 후드까지 연결된 크롬라인은 티볼리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후면부 디자인은 안정과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스타일 라인은 물론 클리어타입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측면과 연결 및 단절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도 다양한 생동감과 리듬감이다. 리어범퍼는 테일게이트 스타일라인과 연결되어 안정감을 주면서 범퍼 하단에 센터 포그 램프를 적용한 것이 독특하다.

컬러도 역동성을 부각시켰다. 젊음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실버, 블랙, 화이트 같은 무채색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밝은 톤을 유지하고자 했다. 또한 지붕과 차체의 색을 다르게 하는 투톤 컬러 적용, 인테리어 색상을 블랙·베이지·레드 중 선택하게 하거나 계기판 색상을 6가지로 다양화시키는 등 컬러 콤비네이션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티볼리의 원형이 된 XIV2 콘셉트 카. (사진 = 쌍용자동차)


소통과 노력으로 만든 결과

인터넷 자동차 관련 게시판에서 티볼리 관련 글들을 찾아보면, 소비자들은 대체로 티볼리의 디자인에서 ‘파격’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존 쌍용차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게 해 줄 뿐 아니라, 소형SUV들 중에서도 차별화된 실루엣을 갖췄다는 점 등을 장점으로 꼽는 사람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미니 컨트리맨의 벤치마킹으로 보인다거나 디테일의 완성도 부족, 실내 디자인의 산만함 등을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구상 교수는 티볼리가 XIV 콘셉트 카에 비해 강인함과 역동성이 떨어진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콘셉트 카에 비해 작아진 휠 때문에 SUV 특유의 강인함이 약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티볼리와 비슷한 차급의 스포티지가 더 큰 규격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휠 아치를 강조하는 차체 디자인이 더해지면서 더욱 건장한 하체를 갖춘 것으로 보이는 점과 비교되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콘셉트 카의 개성은 뚜렷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양산차로 발전하는 동안 법규를 비롯해 현실적으로 많은 것을 고려하면서 개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선택과 집중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선택을 하는 권한이 디자이너가 아닌 소비자에게 있었다는 점이 티볼리가 다른 차들과 다른 점이다. 티볼리는 한 명의 뛰어난 스타 디자이너의 영감과 추진력에 의해 탄생한 디자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디자인팀은 네 번의 모터쇼에 다섯 개의 모델을 선보이면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고자 했다. 국내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는 세그먼트에 과감히 신차를 출시한 것 역시 과감한 베팅이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예측한 결과였다. 쌍용자동차라는 한 회사에 몸담은 모든 역량이 동원되어 오랜 연구와 고민과 소통을 거친 끝에 만들어낸 티볼리는 결국 모두를 끌고 비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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