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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경제 - LG전자]“제품아닌 작품”…0.1초만에 느끼게 하는 ‘시그니처’ 작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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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7호 윤지원⁄ 2017.03.20 09:51:29

▲LG시그니처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을 견인하고 있는 OLED TV. 두께가 2.5mm에 불과해 벽에 붙여 놓으면 액자보다도 얇다. (사진 = LG전자)


샤오미를 위시한 중국 브랜드의 저가·실속형 가전의 추격이 빨라지면서, 기존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모델들로 시장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가전 시장이 양분되었지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두드러진 실적을 올리고 있는 LG전자는 여유를 되찾은 듯 보인다. LG전자는 프리미엄 TV와 세탁기의 매출 비중 증가에 따라 2o17년 1분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지속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가전제품, 이젠 “중국산 아니면 프리미엄”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저성장의 지속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결과로 분석된다. 젊은 소비층의 소비 성향이 실속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변한 것도 이유로 들 수 있다. 3월 9일 모바일 설문조사 전문업체인 오픈서베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서는 최근 결혼하는 커플들은 결혼할 때 가전제품 구입에 가장 돈을 적게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외에 가장 많은 돈을 들이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결혼식-신혼여행-가전제품 순으로 응답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브랜드의 저렴한 가전제품의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가전을 유통하는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대형 업체에 못 미치는 수치지만 중국 브랜드 제품의 판매량이 제법 늘고 있다”며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젊은 층이 선호한다”고 밝혔다. 일례로 샤오미가 3월 6일 국내에 출시한 공기청정기 미 에어 프로(Mi Air pro)는 온라인 마켓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월 출시되어 옥션 판매 행사에서 7시간 만에 완판을 기록한 전작 미 에어 2의 전례가 있어 일시적인 인기라고 할 수 없다.

글로벌 가전제품 시장의 거물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브랜드의 빠른 성장에 차별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두 기업은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7에서 소개한 프리미엄 모델들을 3월 들어 잇달아 소개하고 있다. 

먼저 LG전자가 4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에서 올레드(OLED) TV W 2종을 출시했다. LG 시그니처 OLED TV W 65인치 형의 출고가는 1400만 원이나 한다. 이어 9일에는 삼성전자가 전자동 세탁기와 드럼 세탁기를 하나로 담은 일체형 제품 플렉스워시(FlexWash)를 국내에 공개했다. 플렉스워시 드럼세탁기 23㎏ 용량 모델은 269만 9000원이다.

일반 제품 대비 3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비싸다. 그러나 프리미엄 라인 제품의 소비층은 견고하다. 업계 관계자는 백색 가전(에어컨, 세탁기, 냉장고)은 영업이익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저수익 사업이지만,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영업이익을 발생시키는 등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사업 부문에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2조원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LG전자 HE사업본부는 프리미엄 가전에 집중하며 영업이익률 7.4%를 기록해 5.6%에 그친 삼성전자 CE부분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앞섰다.

이는 유통 현장에서도 체감되는 현상이다. 서울의 대형 가전 매장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된다고는 하지만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고객은 늘 일정했고 최근에는 오히려 많아졌다”며 “이런 소비자들은 제품의 차별화된 성능에 만족하면 젊은 신혼부부라도 가격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아예 저렴한 실속형 제품이 아니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만 팔린다”며 “어중간한 가격대의 제품을 찾는 사람이 드물어 일부 제품은 매장에 전시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졌음을 시사했다.

▲LG전자의 초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 제품들. (사진 = LG전자)


프리미엄 TV 앞세운 ‘LG 시그니처’ 브랜드 성공적

최근 큰 인기를 끌며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LG전자의 프리미엄 TV다. LG전자 HE사업본부는 지난해 프리미엄 TV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 1조 2374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11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상위권 5개 업체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출하량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반면, LG전자는 출하량에서 전년 대비 120만 대 가량 줄어든 2820만 대를 판매해 12.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시장조사업체 위츠뷰 통계).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는 제품군이 모두 LCD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TV 사업은 SUHD TV와 커브드 TV 등 프리미엄 TV의 판매량을 늘리며 선방했지만 패널 가격이 오르며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전자는 전략적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집중하면서 LCD 패널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고, 사업 실적이 강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OLED TV의 선도적 기업이라는 위치를 굳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지난 2월 23일 열린 '2017 LG TV 신제품 및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은 "OLED TV의 판매 대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며 "작년에 10% 이상을 비중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보수적으로 봐도 15% 이상을 OLED TV로 구성할 예정"이라며 올해 OLED TV의 매출 기여도가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세계 프리미엄 TV 제조사들이 잇따라 OLED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TV 부문에서의 성공은 고무적이었다. 지난해 3월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 라인의 성공을 선도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 G6의 성공과 더불어 올해 1분기 실적 기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전 관련 사업부는 사상 최대인 2조 5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1분기에도 가전·에어컨과 TV 영역에서 트윈워시, 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가 이어지며 1분기 추정 영업 이익을 크게 상승시켰다. 시장은 기존에 LG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4264억 원 정도로 추정했으나 3월 14일 미래에셋 투자증권은 80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치를 대폭 높였다. 

▲LG시그니처 브랜드의 글로벌 성공을 견인하고 있는 OLED TV. (사진 = LG전자)


‘초’프리미엄의 핵심은 직관

LG전자는 지난해 1월 CES 2016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를 처음 공개했다. LG시그니처 시리즈는 OLED TV를 비롯해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 3월 28일 국내에서 개최한 브랜드 발표회에서 안승권 LG전자 CTO는 "LG시그니처는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사용성을 고려했다"며 "시그니처를 통해 '가전 제품'의 시대에서 '가전 작품'의 시대로의 출발을 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모토를 바탕으로 LG전자는 ‘LG시그니처’를 평범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초’프리미엄 가전 브랜드라고 칭한다.

직관은 LG시그니처를 여타 가전제품과 차별화하는 핵심 키워드다. LG시그니처 제품들은 디자인과 사용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그 프리미엄 성능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감각적 포지셔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서 ‘감각을 디자인하라’를 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김병규 교수는 “이제는 품질 경영의 시대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한다. 요즘 제품의 성능은 소비자가 그 성능을 실제로 모두 실감하지 못할 만큼 뛰어나며, 어느 브랜드 제품이다 할 것 없이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추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런 시장에서 브랜드의 차별성을 소비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광고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제품을 만나고, 구매해서 사용하는 소비 과정에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 경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이엔드급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의 뛰어난 품질을 일반 소비자가 사진 작업을 통해 직접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묵직하고 정교한 라이카의 셔터 소리, 손에 잡히는 그립감은 사진 문외한이라도 라이카를 잡는 순간 “어, 이거 고급인데” 하는 느낌을 귀와 손을 통해 인간의 감각으로 전해준다.

이런 ‘감각경험 포지셔닝’ 시대에 LG시그니처 브랜드는 ‘직관적인 사용성’에 중점을 두고 제품을 개발했다. 이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제품을 찾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직감적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LG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 비 온 뒤 공기가 깨끗해지는 자연의 원리를, 상단의 투명한 유리를 통해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사진 = LG전자)


LG시그니처의 가습공기청정기(AW141YAW)도 눈에 띈다. 이 제품은 비가 온 뒤에 공기가 상쾌해진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자연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했다는 게 LG의 주장이다. 업계 최초로 적용한 ‘에코 워터링 시스템’은 고속 회전을 통해 물 입자를 공기 중에 흩뿌려 오염물질을 한 번 더 제거한다. 소비자는 공기청정기의 기계 속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기술적인 내용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제품은 상단에 적용된 투명한 창을 통해 그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창문에 빗물이 흘러내린 뒤 공기가 상쾌해지는 기분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시각을 통해 브랜드의 뛰어난 품질을 0.1초 안에 느끼게 해주는 특징은 OLED TV에도 있다. 이 TV는 ‘보다’와 ‘듣다’라는 TV의 본질을 실현하고자 단지 그것에만 집중한 정제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뛰어난 색 재현력은 기본이지만 소비자가 바로 이를 자기 눈으로 구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리얼 글래스 소재를 이용한 ‘픽쳐 온 글래스’ 디자인으로 고급감을 높이고, OLED로만 구현 가능한 2.5mm의 극히 얇은 두께가 주는 차별성은 TV 옆면을 보는 순간 역시 0.1초만에 확인할 수 있다. 

두께가 너무 얇아서 벽에 걸면 그림 한 장을 붙여 놓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프리미엄 고객이라면 베젤을 얇게 만든 TV와 비교해도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구현한 LG시그니처 OLED TV에 한번 더 눈길을 줄만하다. 또한, 곡면 디스플레이를 갖춘 대형 LCD TV들이 다양하게 시장에 나와 있지만, LG시그니처 OLED TV는 제품 두께가 워낙 얇아 스탠드 겸 스피커에 제품을 설치할 때 아예 휘어서 들어간다.

▲LG시그니처 트윈워싱 머신. 고효율·저소음을 구현한 기술과 본질에 충실한 정제된 디자인도 뛰어나지만,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한 세심한 배려가 직관적으로 체험된다. (사진 = LG전자)


12Kg 드럼세탁기와 2Kg 미니워시를 결합해 동시에 분리세탁이 가능한 ‘트윈워싱 머신’은 센텀 시스템(Centum System) 기술을 적용해 고효율·저소음을 구현했다. 무엇보다 도어의 상단을 뒤쪽으로 17도 가량 기울인 디스플레이 조작부는 고개를 숙이거나 한발 물러나지 않고도 세탁기를 조작할 수 있게 했다. 하단의 미니워시 제어도 이 상단 조작부에서 제어가 가능하게 하는 등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권 부사장은 “차원이 다른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강조하며 초 프리미엄 이미지 굳히기에 돌입한다는 전략을 밝혔다. 각 제품별로 프리미엄 라인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할 때 프리미엄 전문 브랜드 ‘시그니처’를 내세운 LG전자가 더 감각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 형국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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