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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카잔] 내년 월드컵 열릴 ‘러시아 스포츠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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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35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05.15 09:46:36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일차 (키시너우 → 모스크바 환승 → 러시아 카잔)

몰도바와 러시아

자정 지난 0시 50분, 모스크바행 에어로플로트 항공기는 만석으로 몰도바를 떠난다. 키시너우 공항에서 떠나는 항공기의 거의 절반이 모스크바 행이지만 수요를 감당 못하는가 보다. 지긋지긋했던 소비에트 시절이 바로 엊그제인데 러시아와 몰도바는 관계가 좋다는 뜻이니 국제 질서의 원리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러시아 입장에서 몰도바는 작지만 중요한 나라다. EU 지역인 루마니아와 붙어 있으니 서방 세계와 완충 역할쯤에 해당하는 중요한 위치고 사이가 나쁜 우크라이나와도 붙어 있어서 우크라이나를 견제하기에도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인 것 같다.

몰도바의 문제? 유럽의 문제?

이번 여행을 통해 과거 소비에트 국가를 떠날 때마다 생기는 가슴 먹먹한 일이 지금 이 순간도 예외가 아니다. 가는 데마다 구걸하는 아이들, 상이군인들, 가난한 노인들, 어두컴컴한 도심지 인도, 쇠락한 채 흉물로 방치된 초대형 소비에트 건물들…. 이런 것들이 강렬하게 기억에 박히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소비에트가 해체된 지 불과 25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특히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는 갈 길 바쁜 신생 독립국들의 발목을 붙잡았으니 갈 길이 더욱 멀어졌다. 발트와 우크라이나, 몰도바의 문제를 넘어 유럽 전체의 문제를 보는 것 같아서 더욱 답답하다. 허여멀건 사람들만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제3세계 어디쯤이었을 몰도바를 떠나는 마음이 착잡한 건 당연하다. 항공기는 740마일(1184km), 1시간 50분을 날아 새벽 3시 45분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 도착했다. 인구 1050만 명의 대도시에 다시 입성했다.

▲카잔 역. 볼가 강 중류, 카잔은 카잔카 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인구 기준 러시아 8위의 도시로서 130만 명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진 = 김현주

모스크바 약사(略史)

이번에는 환승 공항으로만 이용할 뿐이지만 모스크바에 대해서 간략히 정리해 본다. 원래 슬라브족의 중심축은 키예프와 모스크바 두 곳이었지만 1237년 몽골군의 키예프 정복으로 모스크바가 슬라브족의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꾸준한 투쟁의 결과 1480년에는 이반 대제가 가까이까지 와 있던 몽골 세력을 퇴치해 240년 몽골 지배에서 벗어난다.

1712년에는 표트르 대제가 수도를 페트로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로 옮겨 갔지만 1917년 혁명 이후 레닌이 다시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겨 왔고 이후 명실공히 러시아의 중심으로 더욱 컸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수도가 옮겨갔던 200여 년 동안에도 모스크바는 여전히 상업과 공업의 중심으로 발전했고 역대 러시아 황제들도 모스크바에서 대관식을 치르는 관례를 지켜왔을 정도다.

▲에피파니 성당은 평범하지만 종탑은 대단히 화려하다. 사진 = 김현주

카잔 개관

아침 6시 45분 카잔(Kazan)행 항공기로 모스크바를 떠난다. 1시간 30분 비행하니 타타르스탄(Tararstan) 공화국 수도 카잔이다. 볼가 강 중류, 카잔카 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한 인구 기준 러시아 8위의 도시로서 130만 명의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연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는 유명 관광지로서 ‘러시아의 스포츠 중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2013년에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렀고, 2018년 러시아 FIFA 월드컵 때는 준결승전이 예정된 도시다. 그에 따라 각종 인프라 확충으로 건설 붐이고 치안도 아주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기계, 석유화학, IT 등 볼가 경제지구(Volga Economic Region)의 산업과 교역, 과학기술의 중심인 만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이어 러시아에서는 생활수준 3위의 도시다.

▲바우만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계속 걸으면 니콜라스 성당이 나온다. 사진 = 김현주

인종, 종교, 문화의 점이지대

당연히 카잔 국립대학을 비롯해 명문 대학이 많고 유학생도 많아서 개방적이고 다양성 높은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러시아와 타타르, 기독교와 무슬림 문화가 공존하고 인종적으로 뿐만 아니라 언어적, 종교적으로도 다양성이 높은 도시다. 2005년에는 카잔 도시 성립 1000년을 맞아 쿠올샤리프(Qolsharif) 모스크 헌정, 밀레니엄 대교 개통, 카잔 메트로 개통 등 여러 건의 중요한 성취가 이뤄졌다.

공항 터미널을 나오니 신기하게도 인종 구성이 제법 달라진다. 슬라브 백인 이외에 혼혈인의 야릇한 얼굴도 자주 본다. 한국인과 흡사한 얼굴도 적지 않다. 타타르인 40%, 러시아인 50%, 그밖에도 유대인, 우크라이나인, 아제르바이잔인, 조지아 및 아르메니아 등 카프카즈계 민족, 그리고 중앙아시아 계열(우즈벡, 타지키스탄)과 동아시아 계열 민족 등 그야말로 인종 전시장이다.

▲박물관 스태프인 림마는 러시아 여성인 줄 알았으나 우즈베키스탄 출신 타타르인이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았던 어릴 적 친구들이 거의 모두 한국계였다고 한다. 사진 = 김현주

▲카잔의 아름다운 거리. 카잔은 연 100만 명이 넘는 방문자가 찾는 유명 관광지로서 ‘러시아의 스포츠 중심’이라고도 불린다. 사진 = 김현주

소비에트 생활상 박물관

공항 철도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예약한 숙소에 가방을 맡기고 곧장 도시 탐방에 나선다. 음식점, 카페, 기념품 가게가 늘어선 바우만 거리는 카잔의 문화예술, 오락의 중심, 카잔의 아르밧(Arbat) 거리이다. 아침 활기로 가득 찬 거리를 따라 내려가 먼저 소비에트 생활상 박물관(Soviet Lifestyle Museum)을 찾는다. 1970~80년대 소비에트 시절 러시아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각종 기록물과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물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고려인 출신 전설의 록커 빅토르 최에 관한 기록이다. 시간 여행을 떠난 느낌이다. 

우즈벡 출신 타타르 여성 림마

박물관 스태프인 림마는 러시아 여성인 줄 알았으나 우즈베키스탄 출신 타타르인이라고 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살았던 어릴 적 친구들이 거의 모두 한국계였다고 한다. 그때 배운 한국어가 아직도 제법이다. 영어도 썩 잘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림마는 나에게 “한국어로 손수 작성한 포스터를 박물관에 새로이 내걸었다”고 알려 왔다. 아주 정확한 한국어 표현이다.

▲고려인 출신 전설의 록커 빅토르 최에 관한 기록을 소비에트 생활관 박물관에서 발견했다. 사진 = 김현주

카잔 명소

바우만 거리를 따라 서북쪽으로 걷는다. 에피파니 성당은 평범하지만 종탑은 대단히 화려하다. 계속 걷다 보니 피터폴 성당, 니콜라스 성당, 성요한 수도원 등을 계속 만난다. 교회 건축물들은 저마다 뭔가 특색이 있으니 문외한인 나도 금세 카잔풍(카잔 양식) 건축임을 깨달을 수 있다. 드디어 거리 북쪽 끝 지점 5월 1일 광장에 닿는다. 광장에는 1552년 이반 4세의 카잔 봉쇄 때 희생당한 수많은 영혼들을 추모하는 하얀 추념비가 서 있다.

광장에는 또한 역사박물관의 화려한 건물이 풍경을 압도한다. 타타르술탄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박물관이다. 고고학 출토품을 비롯해 10세기 이후 볼가 불가리아인(Volga Bulgaria)의 카잔 정착 시절, 1236년 몽골군 바투 칸(Batu Khan)에게 정복당한 역사, 그리고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의 치적을 소개하는 내용이 주요 전시물이다. 너무 러시아인(슬라브인)의 관점에서만 서술한 것 같아 아쉽다. 

(정리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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