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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칼럼] 밥상 위에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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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2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2017.07.03 10:06:30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세계 어느 나라를 다녀 봐도 현대식 밥상 위에 투박한 토기그릇에 부글부글 끓고 있는 찌개를 내놓는 곳은 한국식당뿐이다. 고려삼계탕, 북창동순두부찌개, 남원추어탕, 나주곰탕, 양주해장국 등 골목마다 이름을 날리는 식당들의 주 메뉴가 토기그릇에 끓인 찌개나 탕이다. 집에서도 작은 뚝배기에 아직도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나 고추장찌개를 밥상에 올려놓고 먹는다. 이 유별난 한국인의 음식 문화는 언제 어디에서부터 유래된 것일까?

지난달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국식품공학회(IFT) 연차총회에서 한국식품과학회가 주관한 ‘발효식품의 역사와 특색과 기능성’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에서 한국인의 찌개문화와 발효문화는 기원전 6천년경에 이 지역에 있었던 원시토기 문화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한반도 동남 해안과 일본의 규우슈 북서 해안의 대한해협 주변 지역은 오래된 조개무덤들이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기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대한해협은 한반도를 통해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를 연결하는 통로의 장애물로 작용하여 그 주변에 사냥감을 쫓아 이동하던 고대인들이 모였을 것이다. 이들이 장기간 이곳에서 해변의 채집자로 살면서 쉽게 부패하는 해산물을 저장하는 방법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이것이 토기를 발명하게 된 동기이며, 토기를 만들면서 물을 담아 음식물을 끓일 수 있게 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끓임 문화를 발전시킨 것이다.

해변의 채집인들이 토기에 바닷물을 담고 여기에 해산물과 씨앗과 풀과 열매를 넣어 끓이면 찌개가 된다. 찌개를 끓이는 과정에 그릇 내벽에 하얗게 돋아나는 소금을 발견하였을 것이며 이로부터 바닷물에서 소금을 만드는 방법을 아주 이른 시기(기원전 6000년경)에 이미 터득하였을 것이다. 소금을 만들면서 인류 역사상 건조 기술에 이어 두 번째 저장 기술인 염장발효 기술을 발전시켰을 것이다. 

한국 고고학, 시작은 늦었지만 
한국의 독특한 음식문화 발굴에 앞장

바닷물에 먹을 수 있는 풀이나 열매를 담구어 두면 김치 발효 유산균인 류코노스톡 메센테로이더스가 가장 먼저 잘 자란다. 이 균이 자라 수소이온농도(pH)를 4.5로 낮추어주면 그때부터 락토바찔러스균이 자라 pH를 3.0으로 낮추어 맛있고 저장성이 있는 김치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김치의 소금 농도는 바닷물과 같은 3% 내외이다. 김치는 중국이나 유럽에서 풀을 잘라 쌓아두어 혐기적 유산균 발효로 만드는 엔시레지와는 차원이 다른 해변가 원시토기 문화의 산물이다. 젓갈의 시초는 신맛이 나는 김치에 어패류를 섞어놓은 식해(食醢)와 같은 형태라고 생각되며 소금의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오늘의 젓갈로 발전하였다고 본다.

토기 항아리에 전분질이 많은 씨앗을 넣어두면 고온다습한 상태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이중에 생전분을 분해하는 라이조프스균이 전분을 당으로 분해하면 효모가 그걸 먹고 알코올을 생산한다. 항아리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와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 물질을 고대인들은 특별한 조화로 생각하고 즐겨 담궈 먹었을 것이다. 곡류의 알코올발효 기술이 발전하면서 곡류는 식량보다 귀한 존재로 농경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기원전 2천년대 전설 속의 요나라에 술이 1천 가지 있었다(堯酒千種)는 시경(詩經)의 구절을 봐도 기원전 2000년경에 1천 가지의 술이 있었다면 그 기원을 3천~4천 년 앞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고고학 연구와 발굴은 유럽은 물론하고 주변국들보다도 1세기 정도 늦게 시작되어 우리의 줄문토기가 유라시아를 거쳐 한반도로 유입된 것이라는 설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의 고고학연구에서 오히려 대한해협의 원시토기가 중국과 연해주로 전파되고 끓임문화와 발효기술이 이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3만여 명의 식품학자들이 모이는 IFT 총회에서 우리나라 원시토기문화 시대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왜곡된 고대사에 대한 반란으로 보인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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