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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 옐로스톤] 30년전 에어컨 없이 본 그때도 지금도 ‘국립공원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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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5-546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07.28 11:08:03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17일차 (팽귀치 → 솔트레이크시티 경유 → 아이다호 몬트필리어)

유타를 떠나며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은 한 여름에는 숙소 자체를 구하기 어렵거니와 있더라도 무척 비싸다. 공원에 비교적 가까이(그래도 여전히 공원 입구에서 100마일인 160km 바깥이다) 위치한 아이다호(Idaho) 주 어느 작은 마을의 모텔을 오늘 밤 숙소로 정했다. 그래도 총 거리 400마일(640km)을 예상한다. 다만 중간에 들를 곳이 별로 없고 이동만 하면 되는 일정이므로 시간은 여유가 있을 것 같다. I-15 고속도로에 올라 유타 주를 종단하며 북행한다. 거대한 건조 스텝 초원이 벌써 여러 시간째 계속된다. 소싯적 지나치며 봤을 법한 풍경이다. 돈이 없던 그때, 게다가 에어컨도 없는 낡은 차여서 밤을 틈타 이 사막을 건넜던 추억들이 몰려온다. 젊음처럼 든든한 무기가 또 어디 있을까? 

솔트레이크시티 개관

몰몬교의 성지(聖地)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고속도로를 잠시 빠져나온다. 인구 19만, 메트로폴리탄까지 하면 100만의 대도시다. 몰몬교의 성지이지만 정작 도시 인구 중 몰몬교도는 절반이 채 안 된다. 1847년 몰몬 지도자 브리검 영(Brigham Young)과 추종자들이 건설한 도시이다. 미국 동부의 종교 갈등과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한 것이다. 골드 러시(Gold Rush) 시절에는 캘리포니아 행 전진 기지 역할도 했고, 1870년 대륙횡단 철도 개통 이후에는 비(非)몰몬 이주자들도 대거 몰려왔다. 

▲그랜드티턴의 장엄한 산들. 최대 높이는 4196m에 이르며 미국 로키 산맥의 절정이다. 사진 = 김현주

유타 전쟁

솔트레이크 역사에서 중요한 이른바 유타 전쟁(Utah War)을 언급하고자 한다. 1857~1858년 일부다처제(polygamy)를 놓고 유타 준주(Utah Territory)와 연방정부가 갈등을 일으키는데 연방정부는 유타 주가 연방에 반기를 든 것으로 받아들여 연방군을 파견한 사건이다. 말이 전쟁이지 사실상 전쟁은 없었다. 유타는 1890년에 일부다처제를 포기하고 1896년에 주로 승격되었다. 

▲솔트레이크시티 템플스퀘어에 있는 몰몬 사원인 솔트레이크 템플(Salt Lake Temple). 사진 = 위키피디아

▲워싱턴 DC의 국회 의사당을 모델로 만들어진 유타 주 청사. 사진 = 김현주

세계 몰몬교 중심

솔트레이크시티는 2002년 동계 올림픽이 열린 곳이고 미국 아웃도어 스포츠의 메카이다. 도시 언덕 높은 곳, 캐피톨 힐(Capitol Hill)에 주청사가 거대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남쪽으로 두 블록, 몰몬 성전(Salt Lake Temple)과 템플 스퀘어(Temple Square)를 둘러본다. 세계 몰몬교의 중심으로서 교회 관련 각종 단체와 기구들이 자리 잡고 있고 많은 역사적 건물들이 즐비하다. 

시원한 푸른 목장

이어서 북행을 계속한다. 유타 북부 끝에서 아이다호(Idaho) 주로 진입하니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있는 와이오밍(Wyoming) 주가 멀지 않다. 출발 후 7시간, 320마일(512km)을 달렸다. 기후대가 완연히 바뀌어 사방이 한결 푸르러진다. 수많은 목장(ranch)을 보며 계속 진행한다. 드넓은 자연 초지에 방목하는 소, 말, 양들. 행복한 녀석들이다. 가축에게도 태어난 곳이 중요한가 보다. 

▲아이다호(Idaho) 주 풍경. 탁 트인 하늘과 평지가 막힌 가슴을 뚫어준다. 사진 = 김현주

▲옐로스톤 강. 영화 ‘반지의 제왕’의 반지 원정대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사진 = 김현주

아이다호 시골 마을 저녁 풍경

몸은 무척 힘들었지만 지난 몇 주, 캐나다 로키와 알래스카, 미국 서부의 대자연에 호강한 나의 눈이 귀국 후 번잡한 한국 도시 생활에 재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시골 마을 몬트필리어(Montpelier)에 도착한다. 인구 2500명 마을에는 마침 축제가 열린다. 축제라고 해봤자 컨트리 웨스턴 가수가 부르는 노래 몇 곡이 전부이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였다. 


18일차 (몬트필리어 → 그랜트티턴 국립공원 → 옐로스톤 국립공원 → 아이다호 포카텔로)   

부자 도시 잭슨 홀

이른 새벽, 서둘러 모텔을 나온다. 아침 공기가 서늘하다 못해 춥다. 그래도 뜨거운 사막을 달리는 것보다 열 배, 백 배 낫다. 곧 와이오밍 주에 입성한다. 미국 서부 여행은 이동 자체가 여행이다. 아름다운 길이 아니었다면 하루 평균 400∼500마일(640∼800km) 운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곧 스네이크 강(Snake River)을 끼고 돈다. 많은 래프팅 팀이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인다. 드디어 와이오밍 주 잭슨 홀(Jack Hole)이다.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이지만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남쪽 관문이자 공항이 있는 잭슨 홀은 옐로스톤에 접근하는 가장 가까운 루트로서 그로 인하여 도시는 사시사철 부가 철철 넘쳐 흐른다.

아, 그랜트티턴

곧 그랜드티턴(Grand Teton) 국립공원 지역이다. 입장료는 당연히 여행 초기 자이언 캐니언에서 구입한 ‘America the Beautiful’ 패스로 만사형통이다. 미국 국립공원은 보통 한 곳 입장료가 30달러이니 세 군데만 방문해도 패스는 본전을 뽑는다. 게다가 패스는 1년 동안 유효하지 않은가? 티턴의 산들은 보는 위치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최고봉 4197m, 평지가 1971m이므로 평지에서 2226m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윗덩어리 산이다. 산은 그 아래 제니 호수(Jenny Lake)로 이어져 멋진 산봉우리들을 호수에 드리운다. 미국 로키 산맥이 절정을 이룬 곳이 바로 여기다. 오늘도 이 천상의 풍경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거래한 그랜드티턴 산 밑으로 도로와 목초지가 작게 보인다. 사진 = 김현주

▲언제 어디서 분출할지 모르는 노리스 가이저. 지각 활동이 활발한 화산 지대로 알려져 있다. 사진 = 김현주

국립공원의 결정판

드디어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진입한다.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1872년 국립공원 지정), 유네스코 세계유산(1978년 지정), 오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30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열(地熱, geothermal) 현상의 절반인 1만 개가 여기 있고, 300개의 가이저(geyser, 간헐천, 間歇川), 진흙 유황천, 그리즐리 곰(grizzly bear), 바이슨(bison), 엘크(elk) 등 야생 동물, 협곡, 폭포 등 그야말로 국립공원의 결정판이다. 모두 5개의 입구 중에서 나는 오늘 남문(south entrance)으로 진입해서 공원을 한 바퀴 돈 후, 아이다호(Idaho) 쪽 서문(west entrance)으로 빠져나올 계획이다. 

옐로스톤의 추억

옐로스톤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이른바 황석공원(黃石公園)이다. 비자가 까다로운 미국 여행을 즐길 정도라면 중국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어쨌거나 미국은 중국 관광객들로 갈수록 대박 행진이다. 30년 전 미국 유학 시절, TV로만 봤던 옐로스톤에 직접 와보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던 기억이 난다. 그 산하는 변함없으나 내가 변했다. 영겁의 시간을 통하여 존재하는 대자연 앞에 인간은 찰나에 머물다 가는 미물(微物) 아닌가? 계곡 아래 강들이 소리로 화답하는 것 같다. 

▲터키의 파묵칼레를 떠올리게 하는 계단식 온천 매머드 핫 스프링스. 사진 = 김현주

옐로스톤의 압권 캐니언 지구

공원에는 크고 작은 호수와 연못이 수천수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공원 북동쪽 캐니언 지구로 접어든다. 분수령(分水嶺, continental divide)을 넘으니 옐로스톤 강이 드넓은 초원을 적시며 굽이굽이 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옐로스톤 폭포와 옐로스톤 그랜드 캐니언은 옐로스톤에서 가장 멋진 곳이다. 매머드 핫 스프링스(Mammoth Hot Springs)의 테라스에 들렀다가 노리스 가이저(Norris Geyser)에서 탐방을 끝낸다. 수십 개의 가이저가 수증기를 뿜고 있다. 언제 어디서 분출할지 모른다. 유황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오니 차라리 달콤하다. 옐로스톤은 남한 면적의 약 1/10, 주마간산으로 보는 데도 하루 온종일 걸렸다. 

굿바이 옐로스톤

공원을 떠나려니 참으로 아쉬워 액셀러레이터를 밟는 발이 자꾸만 무뎌진다.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미국하고도 와이오밍하고도 그 북서쪽 끝에 있는 이 머나먼 곳을. 굿바이 옐로스톤. 오늘 밤 숙소를 예약해 놓은 아이다호 주 포카텔로(Pocatello)까지는 족히 세 시간 거리이다. 어두운 밤길을 재촉하여 포카텔로에 닿으니 밤 11시가 거의 되었다. 아이다호의 전형적인 블루칼라 도시이지만 아이다호 주립대학교(ISU, Idaho State University)가 있어서 문화의 향기를 조금은 풍긴다. 오늘 먼 길, 게다가 밤길 운전을 무사히 마친 것에 크게 안도한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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