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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갑질 ②] 원조 美-佛에선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호" vs 한국선 “말도 안 돼”

가맹본부-가맹점 관계를 계약관계→근로관계로 본 판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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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48호 김광현⁄ 2017.08.11 13:58:16

치즈 통행세, 보복 출점, 일방적 가맹계약 해지… 가맹본부의 갑질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부끄러운 단면이 드러나는 가운데 가맹점주의 열악한 노동 환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맹점주는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 즉 '사장'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맹본부의 엄격한 매뉴얼 적용에 따라 가맹본부에 사실상 종속돼 있는 형편이다. 가맹점주들은 사장도 직원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건 현재로선 꿈도 못 꾼다. 밤샘근무로 치아가 다 나가도 일을 계속해야 한다.


반면, 미국 등 프랜차이즈 선진국에서는 무늬만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를 사실상 가맹본부 직원, 즉 노동자로 인정하는 사례가 최근 늘어가고 있다. 한국과는 영 딴판이다. 프랜차이즈의 본고장 미국과 프랜차이즈라는 단어가 유래된 프랑스에서 일어난 판결 사례를 차례로 들여다본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에 휩싸인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7월 6일 구속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치즈 유통 단계에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업체를 끼워 넣고 이른바 ‘치즈 통행세’를 받아 5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전 회장에 대한 재판은 8월 11일 처음 열렸다.(사진 =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고향, 미국


미국은 프랜차이즈의 나라다. 우선 역사적으로 그렇다. 현대적 의미의 프랜차이즈 역사는 1850년대 미국의 싱어(Isaac M. Singer)가 재봉틀 판매를 원하는 판매자에게 라이센스 비용을 받고 유통망을 확장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밀크쉐이크 믹서기 판매원이었던 레이 크록(Ray Kroc)이 캘리포니아에서 햄버거 판매대를 패스트푸드점 ‘맥도날드’로 변신시키면서 전성기를 맞았다.


미국은 질적으로도 프랜차이즈의 나라다. '프랜차이즈 다이렉트'가 발표한 ‘2017년 상위 100대 글로벌 프랜차이즈 랭킹’을 보면 상위 10곳이 모두 미국 업체들이다. 맥도날드, KFC, 버거킹, 서브웨이, 세븐일레븐 등 익숙한 외식·편의점은 물론 매리엇 인터내셔널, 힐튼 호텔&리조트 등 호텔 프랜차이즈도 있다. 상위 100대 글로벌 프랜차이즈 랭킹 중 미국 브랜드는 85개나 된다. 세계 프랜차이즈 시장을 지배하는 미국이라고 할 만하다. 


▲맥도날드 초대 회장 레이 크록(Ray Kroc)이 세운 첫 번째 맥도날드 매장.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사진 = 위키미디어)


프랜차이즈의 고향인 미국에서도 프랜차이즈 탄생 초기에는 별의별 사기가 다 일어났다. 피해가 하도 심하자 미국 정부가 나서 법 체제를 정비한 뒤에는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의 분쟁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일은 드물었다. 상인과 상인 사이의 계약관계이므로 민법으로 해결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미국 정부는 연방법 또는 주법을 통해 △가맹본부가 가맹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가맹점 희망자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계약 체결에 강압은 없었는지 등을 규제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런 관행은 오바마 정부 들어 확연히 달라졌다. “노조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오바마 정부는 가맹점주의 ‘노동권’ 보호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미 노동부(DOL)와 전미노동관계위원회(NLRB) 등 정부 기관은 가맹점주의 권리보호 정책들을 펼쳤다.


독립계약자라고? 사실상 가맹본부 직원 성격이 강한데…


대표적인 예가 ‘직원 오분류’ 단속이다. 직원 오분류(employee misclassification)란 직원을 개인사업자 또는 자영업자(미국에선 ‘독립계약자’라고도 함)로 잘못 분류하는 행위를 말한다. DOL 산하 노동기준국(WHD)은 “직원을 독립계약자로 잘못 분류해 노동법 준수를 피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꼼수에 엄격하게 대처하겠다“고 2015년 7월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개인사업자와 근로자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쉬운 예로, 화물차 운전자가 직원(근로자)으로 회사에 취직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무시간이나 연장근로수당 등에서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운송업체와 계약한 개인사업자가 되면 "자기 일을 자기가 알아서, 즉 사장이 자기 업체를 경영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따라서 화물차 개인사업자는 아무리 고된 일을 하더라도 '사장이 알아서 하는 일'이 되므로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됐던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근로자로 인정되면 최저임금과 연장근로수당, 실업보험, 산재보험 등의 비용을 가맹본부가 부담해야 한다. 예컨대 편의점주가 가맹본부 소속 근로자로 분류되면 최저임금은 물론 야간근무에 따른 수당, 4대 보험 비용까지 가맹본부가 부담해야 한다. 


▲커버롤(Coverall)은 1985년 설립돼 미국과 전세계에 8000여 개 가맹점을 둔 청소 프랜차이즈 업체다.(사진 = 커버롤 블로그)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노동자로 인정된 대표적인 사건이 2010년에 발생한 ‘커버롤(Coverall)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국 대형 청소 프랜차이즈 업체 커버롤의 가맹점주들이 “우리는 독립계약자가 아니라 사실상 가맹본부의 직원”이라며 임금과 수당은 물론 가맹본부가 사전공제한 로열티와 운영수수료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을 담당한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은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맹점주들의 사업이 가맹본부(커버롤)의 사업과 긴밀한 관련이 있어 가맹점주들을 독립계약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300만 달러(한화 3418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맹점주들에게 배상하라”는 명령을 커버롤 본부에 내리며 “매사추세츠 가맹점주들을 근로자로 재분류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에 앞서 캘리포니아의 커버롤 가맹점주들이 먼저 움직였다. 점주들은 “커버롤이 우리들을 개인사업자로 잘못 분류했다”며 2009년 커버롤에 집단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100만 달러를 가맹점주 원고들의 법률대리인에게 변호사 비용으로 지급하라”고 중재안에서 명령했다. 커버롤은 항소했지만 항소법원은 원심 판결을 2014년 확정했다.


다른 프랜차이즈의 유사한 소송에서도 가맹본부는 패소했다.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은 "청소 프랜차이즈 재니킹(Jani-King)이 가맹점주들을 개인사업자로 오분류했다"며 가맹점주들에게 가맹비와 사업 비용, 보험 급여 등을 배상할 것을 2012년 명령했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 리스-리오단(Liss-Riordan)은 “이것으로 재니킹 가맹점주들이 사실상 재니킹 직원이라는 우리의 주장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하명진 법무법인 긍정 변호사는 "한국의 현행법상 독립된 사업자로 분류되는 가맹점주가 근로자로 인정되기에는 매우 어렵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외국 판례들이 가맹점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에서는 큰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늬만 사장인 가맹점주들을 국가가 법으로 보호해야”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프랜차이즈 관계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았다. 이런 정책 기조가 한국에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며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랜차이즈 관련 정책 변화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미국의 가맹점주 보호 움직임은 소득과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며 “하청, 프랜차이즈, 공급 체인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사업 관계에 대한 노동법적 내지는 국가적 개입이 없이는 소득 양극화나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처럼 우리 정부도 무늬만 가맹점주인 가맹본부 산하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업장들을 점검하고 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취약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고용노동부 장관 등 국가가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도 법적으로 가맹점주를 보호

 

한국에서 가맹사업으로 해석되는 프랜차이즈(franchise)의 어원은 고대 프랑스어다. 12세기 말 프랜차이즈(franchise)의 의미는 ‘자유, 면제, 권리, 특권’이었다가 14세기 들어 ‘자유인’이란 의미로 쓰였다. 15세기 초 시민권, 회원권 등의 의미로 쓰였다가 18세기에 특별한 법적 권리와 투표권으로 의미가 바뀌었다. 20세기 중반부터 오늘날 통용되는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팔기 위한 독점권’의 의미로 바뀌었다.  


프랑스에는 한국의 ‘가맹사업법’처럼 프랜차이즈만을 다루는 법은 없다. 다만 프랜차이즈가 개인 간의 계약이란 점에서 상법(Code de commerce)이 프랜차이즈 분쟁 처리에 동원된다. 다만 필요할 때는 공정거래법, 노동법 등 관련 법들이 폭넓게 적용된다. 


▲프랑스의 최고법원 중 하나인 파기원(Cour de Cassation).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최고법원이 4개나 있는데 그중 민사·형사의 최고법원이 파기원이다. 프랜차이즈 계약은 민사에 해당하기 때문에 파기원에서 다룬다. 이 기사에 나오는 대법원은 모두 파기원을 가리킨다. 사진은 수도 파리에 위치해 있는 파기원. (사진 = 위키미디어)


프랑스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관계를 '사장 대 사장'이 아닌 '사장 대 직원'으로 본 판결이 있었다.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직원으로 인정되면 가맹점주는 임금, 유급휴가수당 등을 가맹본부에 청구할 수 있음을 프랑스 판례들은 보여준다.


산관리 프랜차이즈인 피벤티(Fiventis)의 가맹점주였던 A씨는 가맹본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A씨는 “가맹본부로부터 세세한 지시를 받으며 일했기 때문에 나는 가맹본부를 위해 일한 직원이 맞다”며 가맹본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2012년 민사·형사 최고법원까지 가서야 가맹점주의 승소로 끝났다. 


담당판사는 “프랜차이즈 계약이 가맹점주에게 세세한 의무를 부과하고 그에 대한 세부적인 교육이 이뤄졌다”며 “가맹점주는 자율권이 없는 단순한 업무 수행의 대행인”이라고 해석했다. 프랜차이즈 계약 해지는 곧 근로계약의 해지나 마찬가지이므로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근로자에게 해고수당에 준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가맹본부는 소급 임금, 유급휴가 수당, 해고예고 수당 등을 물어줘야 했다.


▲프랑스 파리의 한 이브로쉐(Yves Rocher) 매장.(사진 = 위키미디어)


화장품 프랜차이즈 이브로쉐(Yves Rocher)의 가맹점주 B씨는 가맹본부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했다. B씨는 자신은 개인사업자로서의 자율성이 없는, 가맹본부에 고용된 직원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계약 해지는 곧 부당해고”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점주의 손을 들어주며 “가맹본부는 해고수당과 해고로 인한 손해 배상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가맹본부는 대법원(파기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12년 이를 기각하며 2심 결정을 확정했다. 


최저임금·연장근로수당 보장이라고?


오래되기는 했지만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최저임금 이상을 보장해야 한다는 프랑스의 법원 판결도 주목할 만하다. 출판사 체인의 한 여성 가맹점주는 아파서 제대로 일을 못했고 가맹점은 적자가 났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에게 손해배상과 가맹점 반환을 청구했다. 프랑스 대법원은 가맹점 반환은 허용했지만 가맹점주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경영상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사업주이기 때문에 가맹점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프랑스 대법원은 이미 1978년에 판결한 바 있다.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에는 가맹점주에 연장근로수당을 줘야 한다는 판결도 이미 1989년에 있었다. 법원 판결은 “개점과 종점 시간이 정해져 있어 연장근로를 하는 경우 가맹점주는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5년에는 가맹본부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는 가맹점주에 대한 해고수당을 인정하는 판결이 있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관계를 근로계약 관계로 인정한 결과다. 당시 프랑스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파기로 발생하는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해고수당은 가맹점에서 취득한 이익이 얼마든지 간에 가맹점주에게 지급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벨기에 정유회사 페트로피나(Petrofina)의 한 주유소.(사진 = 위키미디어)


벨기에 정유회사 페트로피나의 자회사인 피나프랑스(Fina France)의 주유소 가맹점주 C씨는 가맹본부를 상대로 가맹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가맹본부인 피나프랑스는 소송을 걸었고 법원은 가맹본부의 편을 들어 C씨에게 “가맹본부에 해약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C씨는 상급 법원에 항소해 가맹 계약에 대한 무효 판결을 받아내는 등 공방전을 계속했다. C씨는 가맹 계약이 무효이므로 미지급 임금 및 수당과 함께 민간임금근로자 사회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프랑스 대법원은 미지금 임금과 수당을 청구한 점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가맹점주가 민간임금근로자 사회보험제도에 가입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가맹본부의 책임을 인정한다”고 2008년 판결했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관계가 형식상 근로관계는 아니지만 업무 특성상 가맹점주가 노동법의 적용을 일부 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법·정책 마련해 한국도 가맹점주가 받는 처우 개선해야"


양승엽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는 “프랑스는 프랜차이즈 계약 당사자 간 종속성이 약해도 노동관계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면 가맹점주를 노동법으로 보호한다”며 “그중 하나가 가맹점주에 민간임금근로자 사회보험제도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프랑스와 달리 한국의 경우 가맹점주에 대한 노동법상의 보호가 전무한 실정이다. 비록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있으나 노동관계적 시각이 아니라 경제법적인 공정거래의 시각에서 접근해 가맹점주 보호가 미흡하다”며 “하루빨리 가맹점주에 대한 노동관계적 보호 규정들이 노동법 내지는 가맹사업법의 특칙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용만 건국대학교 교수도 의견을 보탰다. 조 교수는 “특히 가맹점주에게 최소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가맹본부와의 관계에서 가맹점주가 처한 경제적 종속성을 완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수단이 된다”며 “프랑스의 사례들을 당장 한국에 적용할 순 없더라도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들의 상생협약을 통해 소득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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