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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날다④ : 비씨카드] 'IMF멍' 달랜 "부자 되세요~" 이후 '~세요' 광고로 15년 롱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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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54-555-556호 윤지원⁄ 2017.09.25 18:23:14

▲2001년 말, 비씨카드는 국민에게 새해 덕담으로 "부자 되세요"라고 외치는 광고를 내보내 큰 반향을 끌어냈다.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게 광고다. 잘 만든 광고는 그 기업을 '다른 차원'에 올려놓음으로써 추월 불가 단계로 진입시키기도 한다. 광고로 날아오른 기업의 역사를 훑어보는 CNB저널의 ‘광고로 날다’ 시리즈의 이번 순서는 비씨카드다. 


어떤 산업의 파이가 급격히 커지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광고 경쟁도 그만큼 심화한다. 당대 최고의 모델들이 해당 업계 광고로 몰리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첨예해진다. 21세기가 시작되던 무렵 한국에서는 두 개 업종의 광고가 이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그 하나는 이동통신이고 다른 하나는 신용카드였다.

2001년 대한민국은 IMF 구제금융의 암담했던 터널을 막 빠져나와 재도약을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국민의 정부는 그동안 위축됐던 경기를 부양한다는 취지에서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했고, 내수 활성화 및 세금 투명화를 목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다.

카드 시장이 커지면서 카드회사들은 더 많은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몰두했다. 거리에서 카드 고객을 모집하는 일이 흔해졌고, 일정 소득이 없는 대학생도 신분증만 있으면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무분별한 카드 발급 경쟁은 2년 뒤 약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를 낳았고, 업계 1위를 다투던 LG카드가 부도 위기에 몰릴 지경의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이른바 ‘신용카드 대란’의 바탕이 되었다.

2년 뒤의 이런 사태를 예측했건 간과했건 간에, 2000~2001년 무렵은 카드사들이 광고를 통한 마케팅에 올인하던 시기였다.

▲김정은(오른쪽)과 이문세가 출연한 'BC로 사세요'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똑소리 나는 김정은 앞에서
‘이영애의 하루’는 남 얘기

카드업계 1위를 다투던 LG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이영애와 고소영을 모델로 내세웠다. ‘이영애의 하루’는 남들보다 바쁘게 살면서도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내세웠다. 고소영 역시 특유의 통통 튀는 이미지를 강조하며, 남자 엉덩이를 철썩 때릴 정도로 자유롭고 당당한 소비 주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여기에 배용준(LG카드)과 정우성(삼성카드)까지 가세하면서, 두 재벌 그룹의 카드사는 도시적이고, 세련되고, 럭셔리한 카드회사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연합에서 비롯되어 좀 더 서민 친화적인 이미지가 강한 비씨카드는 정반대의 전략을 택했다. 

모델 이미지부터 달랐다. 이영애와 고소영은 당시에도 이미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모델이었다. 비씨카드의 새 모델이 된 김정은은 아직 영화 ‘가문의 영광’이나 드라마 ‘파리의 연인’ 같은 대표작을 찍기 전으로, 이제 막 대중과 친해지기 시작한 신인이었다. 다양한 예능에서 활약하며 보여준 친근함과 순발력, SBS 사극 ‘여인천하’ 등에서 조연이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로서의 신뢰감 등이 김정은의 장점이었다.

당시 김정은은 또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이미지를 가졌다. 비씨카드 모델 선정 때도 매월 용돈으로 30만 원을 받아쓰는 검소한 태도 덕분에 발탁됐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영애·고소영은 명품 매장 안에서 VIP 대접을 받는 이미지로, 소비자가 LG카드나 삼성카드를 사용하면 상류 사회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대중에게 심어줬다. 반면 김정은은, 매장 밖에서 쇼윈도를 들여다보며 통장 잔고를 계산하고 있을 것 같은, 익숙한 친구의 이미지였다. 

비씨카드 광고에서 김정은은 대선배 이문세가 별생각 없이 아무 카드나 꺼내 카운터에 내밀자, 수수료나 은행신용 같은 것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폭풍 같은 잔소리를 쏟아내 이문세를 머쓱하게 만든다. 이 광고의 캐치프레이즈인 “비씨로 사세요”는 현명한 소비를 하라는 말로 들렸다. 국민 동요 ‘얼룩 송아지’의 멜로디를 차용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기억하고 따라 할 수 있어 당시 유행어처럼 번졌고, 이후 비씨카드의 많은 광고에서 계속해서 사용됐다.

▲김정은이 출연한 새해 덕담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새해 덕담’, ‘아빠 힘내세요’로 서민 경제 격려

김정은의 소박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앞세운 비씨카드의 광고 콘셉트는 그해 말, 한국 광고사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광고 한 편으로 이어졌다. 바로 “여러분, 부자 되세요” 광고다.

IMF 이전에 덕담이나 인사말로 “부자 돼라”, “돈 많이 벌라”는 흔히 쓰이지 않는 표현이었다. 배금주의를 경계해 온 전통적인 유교 문화 때문에 “복 많이 받으라”는 말로 돌려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IMF 전후로 돈이 없는 데서 비롯되는 온갖 좌절과 비극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대중은 전보다 노골적이고 현실적인 바람을 직접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처럼 “부자 되세요”는 멋 부리지 않은 평범한 표현으로도 동시대 대중의 열망을 날카롭게 낚아챈 캐치프레이즈였다.

“이 화장품을 사용해서 예뻐지세요”, “이 건강보조제를 먹어서 젊어지세요” 같은 말을 노골적으로 하는 광고는 뻔뻔하고 촌스럽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신용카드 광고가 “부자 되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도 김정은 특유의 친근함이었다. 이 광고에서 그는 눈밭에서 빨간 털모자를 쓰고 놀면서, 유치원 선생님이 어린이들에게 말하는 투로 이 말을 던졌다. 그런 애교와 천진함이 문장의 본래 의미에 담긴 통속성을 희석했다. “꼭이요”라고 강조하는데도 강요하는 느낌이 없고 순수한 의도만 전달됐다. 

대중은 이 광고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부자 되세요”는 유행어를 넘어 2002년 가장 인상적인 캐치프레이즈로 꼽히기도 했으며, 광고와 무관하게 대중이 어디서나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이 됐다. 

비씨카드는 2015년, ‘응답하라 1994’에서 비롯된 복고 열풍을 타고 2002년의 광고 화면을 이용한 리바이벌 ‘부자 되세요’ 광고를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고, ‘부자되세요 카드 시리즈’도 선보이는 등 이 캐치프레이즈를 최근까지도 마케팅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2004년 송혜교(오른쪽)가 출연한 '아빠 힘내세요'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또한, 이 광고 이후 비씨카드는 매년 새해 덕담 광고를 시리즈로 제작했다. 이듬해 김정은의 “여러분, 행복하세요” 광고와 새로운 모델 송혜교의 “여러분, 올해에는 꼭 뜨세요” 광고 등이 매번 좋은 반응을 끌어내며 비씨카드의 대중 친화적 이미지에 일조했다. 그리고 2004년 9월에는 두 어린이와 송혜교가 ‘아빠 힘내세요’ 동요를 통해 불황으로 지친 서민 경제 주체를 격려하는 광고로 또 한 번 호평 받았다.

비씨카드는 이러한 광고 덕분에 소박하고 친근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했다. 2003년 신용카드 대란으로 카드회사들이 비난의 대상이 됐고, 특히 ‘소비자가 경제력 이상의 소비를 하도록 부추긴다’며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분위기의 카드사 광고에 비난이 집중됐을 때 이러한 비씨카드의 이미지가 도움이 되었다.

특히 당시 한 광고기획사는 이러한 부정적 반응의 대상이 된 삼성카드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시도했으나, 서민적인 이미지를 비씨카드가 선점했기 때문에 곤란했으며, 결국 기존 이미지의 장점만을 부각해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라고 해서 특별히 신용카드 대란 책임의 비난을 면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카드사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던 2003년에 비씨카드는 유일하게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비씨카드의 매출 구조에서 결제망 수수료의 비중이 타 카드사보다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무렵 직불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증가하고 신용도 관리 및 현명한 소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회원사 은행의 체크카드 발급이 늘어난 덕도 있다.

한편, 비씨카드 광고는 아직 신인 연기자로 여겨지던 김정은에게도 좋은 기회가 됐다. 광고를 통해 발랄하고 서민적인 연예인임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었으며, 이는 ‘파리의 연인’을 비롯한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이나 ‘김정은의 초콜릿’ 같은 음악 토크쇼를 오랫동안 진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미뤄뒀던 중년의 꿈을 다시 시작하기를 응원하는 비씨카드 '지금하세요' 캠페인의 '때'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효도는 살아 계실 때, 즉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진리를 전하는 '효'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2017년, ‘지금’의 선택을 응원

2017년 9월 현재 비씨카드는 ‘지금 하세요, BC’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하세요’라는 말은 대중이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에 도달하려면 원하는 것을 미루지 말고 지금 해야 한다는 뜻으로, 만약 지금 선택이나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경제적인 여건이 곤란하다면 비씨카드가 ‘곁’에서 도와주는 역할을 하겠다며 다양한 혜택을 담은 서비스를 제안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지금’이라는 키워드와 다양한 삶의 가치를 연결한다. ‘때’ 편에서는 중년의 고객들이 그동안 바쁘게 가계를 꾸리느라 미뤄뒀던 꿈에 다시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광고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퇴근길에 드럼 교습소 앞에서 망설이며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잘 할 수 있을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다. 그 모습을 비씨카드(공유)가 곁에서 지켜보다가 환한 미소와 함께 지금 하라고 응원한다.

‘효’ 편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라며 풍수지탄(風樹之嘆)의 금언을 강조한다. ‘꿈’ 편에서는 “꿈은 꾸는 게 아니라 이루는 것”이라며, 역시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밖에도 우정, 사랑, 여행 같은 소중한 여러 가치를 붙잡고 싶으면 미루지 말고 지금 필요한 소비를 하도록 권한다.

비씨카드가 이 캠페인을 통해 전하려는 것은 고객이 지금 필요한 소비를 실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캠페인의 광고들은 그 혜택의 구체적인 내용을 눈에 띄게 설명하지 않고, 심지어 화면에 카드 한 장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그 ‘지금’이 언제가 되건 비씨카드가 고객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돕겠다는 메시지를 비유적으로 강조한다. 든든하고 한결같은 비씨카드를 공유라는 모델로 의인화해 고객 곁에 함께 다니는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혼자 쓸쓸히 여행하려던 최희서(왼쪽)에게 찾아와 함께 여행하며 곁을 지켜주는 공유의 이야기를 그린 비씨카드 '곁' 편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가장 최근의 ‘지금 하세요’ 광고는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공유와 최희서가 여행 중인 연인으로 등장하는 ‘곁’ 편이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이라면서, 이날은 최희서 혼자서만 관광을 나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싸웠는지, 일정이 달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희서는 쓸쓸한 표정으로 낯선 동네의 전차에 혼자 앉아 있다. 하지만, 공유가 서둘러 달려와서 최희서 곁으로 돌아오고, 결국 이날 하루를 함께 하니 더욱 달콤하고 행복한 여행이 되었다는 내용이다. 화면 상단과 엔딩의 비씨카드 기업 로고가 없으면 카드 광고인지 여행지 광고인지, 아니면 로맨스 영화의 예고편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카드와 관련된 설명이 없다.

광고 영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이다. 카드와 광고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노골적인 혜택 설명이 없어도 영상과 배경음악, 자막 등이 전달하는 느낌이 좋다는 평가가 더 많고, 흔한 카드사 광고 같지 않아서 좋다는 반응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세부적인 혜택을 알리기보다 늘 든든하게 고객 곁을 지켜온 기업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광고”라며 “명확한 메시지 전달 대신 모호해도 좋은 느낌을 그려내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있는데, 이번 비씨카드 광고가 그렇다”고 호평했다. 일기장 내용 같은 몇 줄의 자막과 ‘곁’이라는 친근한 단어가 주는 정서적 울림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비씨카드 광고가 “설명이 부족한데도 시청자가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브랜드의 힘”이라며, “15년 이상 일관되게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빨간 사과’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비씨카드 기업 로고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남들과 다른 콘셉트의 광고로 구축한 브랜드 이미지는 비씨카드가 국가고객만족도(NCSI) 신용카드 부문에서 9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2017년 1월 대한민국 퍼스트브랜드대상, 5월 브랜드 고객충성도대상 등의 신용카드 부문에서 1위를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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