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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나홀로 세계여행 (146) 아제르바이잔] 유럽·아시아가 만나는 눈·평야·현대건축의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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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0호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2017.11.06 10:07:21

(CNB저널 =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8일차 (이스라엘 텔아비브 → 아제르바이잔 바쿠 → 셰키)

텔아비브 벤구리온(Ben Gurion) 공항(TLV)을 향하여 1번 도로를 달린다. 이스라엘의 대동맥이지만 오늘 토요일 오전, 안식일이라서 도로가 텅 비었다. 차량을 무사히 반납하고 보니 700km 주행했다. 국토 면적 2만 2000㎢, 남한의 22%에 불과한 작디작은 나라이지만 북쪽 끝에서 거의 남쪽 끝까지 주행했으니 이동 거리가 꽤 길었던 셈이다. 

오묘한 나라 아제르바이잔

텔아비브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 3시간, 키예프에서 환승하여 다시 3시간을 더 날아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수도 바쿠(Baku)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2시 가까운 시각이다. 도착비자(VOA, Visa on Arrival)를 미화 20달러에 구입하여 입국장을 빠져 나온다. 도착 게이트까지도 카펫이 깔린 공항에서 오일 머니의 힘을 느낀다.

인구 917만 명, 면적 8만 6000여㎢(남한의 90%)로 크지는 않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참으로 독특하고 다양한 나라이다. 아시아인도, 이란인도, 터키인도 아닌 사람들의 생김새가 우선 오묘하다. 자유로우면서도 경직된 묘한 분위기를 금세 느낀다. 공항에서 자동차를 렌트하여 바쿠 북서쪽 330km 지점 셰키(Sheki)를 향하여 새벽길에 오른다.

▲셰키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표지판. 사진 = 김현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부스탄 선사유적지의 모습. 사진 = 김현주

고즈넉한 코카서스 산록 마을

사마흐(Samaxi), 이스마일리(Ismaili) 등 코카서스 산록 마을들을 지나는 아름다운 길을 달려 점심 무렵 셰키 올드타운에 도착했다. 줄지어 서있는 카라반 사라이(caravan sarai), 마을 칸(khan)의 저택, 군데군데 섞여있는 모스크, 동양 어디선가 모티브를 따온 듯한 대문 장식들. 겨우내 내린 눈이 겹겹이 쌓여서 골목 탐방이 쉽지 않다. 그러나 아늑한 산자락이 풍기는 평화로운 분위기는 긴 운전에 지친 여행자를 감싸 안는다. 멀리서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싼 코카서스(카프카즈) 산맥의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이제 실크로드 대상(隊商, 카라반)의 행렬은 끊겼지만 인구 6만 3000명의 도시는 여전히 활기차다. 중국에서 지중해 연안 지역으로 향하던 실크로드의 굵은 한 줄기를 차지했던 이곳은 트랜스 코카서스 지방에서 가장 큰 카라반 도시이다. 카라반 사라이의 수로 미루어 그동안 이 도시를 통하여 이루어졌을 교역량의 규모를 짐작해본다. 눈 덮인 산골 마을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난생 처음 와보는 국경 카라반 마을의 햇살 따스한 오후를 즐긴다. 동화 속 마을이 따로 없다. 


9일차 (셰키 → 고부스탄 → 바쿠 도착)

셰키의 겨울 아침은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춥다. 밤새 차 유리에 두껍게 낀 성에를 녹이는 데만 몇 분 걸린다. 눈 덮인 들판이 달빛을 반사하는 차가운 새벽, 길을 나선다. 먹을 것 부족하고 일자리 부족한 이곳 사람들은 이 춥고 긴 겨울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해발 고도 1000미터, 아제르바이잔 북서부 산악 지대에서 남동부 평야 지대로 접근하니 어제 올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날씨도 현저히 따뜻해진다. 평야가 드넓게 펼쳐진 곡창이다.

중앙아시아를 닮은 아제르바이잔

유럽의 동쪽 끝자락에 있기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은 차라리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을 많이 닮았다. 지형, 인종, 기후 등 종합적으로 볼 때 그렇다. 사실 코카서스 지역에서 카스피 해를 건너면 곧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 카자흐스탄(Kazakhstan) 땅 아닌가? 당연히 아제르바이잔은 예로부터 중앙아시아 지역과 왕래가 많았을 것이다. 한편 같은 코카서스 지방이지만 바로 옆 조지아는 유럽에 훨씬 가깝다. 

고부스탄 선사 유적지

셰키를 떠난 지 5시간 정도 걸려 고부스탄(Gobustan)에 도착한다. 2만 년도 넘은 선사 시대 암각화(rock carving)들이 유명하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선사 이래 오랜 인류 이동의 길목이었음을 확인한다. 

구석기 이전 유물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을 나와 기암괴석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선사 주거지역으로 옮긴다. 수만 년 비와 바람의 침식 끝에 현재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구석기인들이 살았을 바위틈 안식처는 바람과 비를 막아주는 안온한 곳이다. 고부스탄 국립공원을 떠나 바쿠를 향하여 북동쪽으로 64km를 이동한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크고 작은 마을들, 온화한 날씨, 모스크, 조선소와 원유 정제 및 저장 시설들. 인구 214만 명,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카스피 해의 보석이다. 


▲바쿠 시내 풍경. 사진 = 김현주

▲소비에트 시절 이 나라 최고 통치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사진 = 김현주

10일차 (바쿠)

바쿠의 현대 건축물들

바쿠 탐방은 건축물 탐방으로 시작하고 끝난다. 크고 독특한 미래지향형(futuristic) 건축물들이 이미 즐비하지만 아직 성이 차지 않은 듯 여러 개가 더 건축 중에 있다. 힐튼(Hilton), 포시즌즈(Four Seasons) 등 주요 호텔 건물과 함께 바쿠의 상징처럼 산언덕 중턱에 우뚝 선 플레임 타워(Flame Towers)의 세쌍둥이 건물이 단연 으뜸이다. 호텔, 아파트, 오피스 빌딩으로 사용 중인 플레임 타워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방문자들을 매료시킨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 이후 이 지역의 중심 종교로 이어져온 조로아스터(Zoroaster) 교, 즉 배화교(拜火敎)가 섬기는 불을 상징한 것이다.

건축 공학의 실험실?

바쿠를 상징하는 절묘한 모습의 현대식 건축물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에트 시절 이 나라 최고 통치자의 이름을 따서 지은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Heydar Aliyev Center)가 그것이다. 평범한 건축 상식으로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눈을 자극한다. ‘극한 건축물’(extreme architecture)이라고나 해야 할까? 중력의 법칙을 거부한 거대한 건축물을 탄생시킨 건축가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경의를 표할 뿐이다. 

▲카스피 해 해변 공원. 사진 = 김현주

이외에도 런던 아이(London Eye)를 닮은 듯 한 시티 아이(City Eye), 호주 오페라 하우스를 닮은 해상 건축물 등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오늘 카메라에 모두 담지 못할 정도이다. 두바이, 아부다비(Abu Dhabi), 싱가포르 등 세계 곳곳의 희귀 건축물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 하지만 분명히 현지인들의 재해석을 거친 모습들이다. 어쨌거나 모두 오일 머니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해변 공원을 걷는다. 카스피 해는 그 어느 대양 못지않게 넓고 크지만 현지인들은 그냥 ‘호수’라고 부른다. 대양으로 통하지 않는 막힌 바다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바쿠 유전에서 나오는 원유는 길이 1800km의 트랜스코카서스(Transcaucasian) 파이프라인을 따라 이웃 나라 조지아를 관통해서 흑해에서 세계 시장으로 선적된다. 

해변을 따라 동서로 이어지는 불르바드(boulevard)를 걷는다. 널찍한 공원길을 따라 곳곳에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펄럭인다. 터키 국기와 흡사하다. 아제르바이잔어는 터키어와 같은 계열의 알타이어라는 것까지 닮았다. 

▲바쿠 올드타운. 성곽 외벽 망루마다 대포와 투석기가 바깥을 향하여 걸려 있다. 사진 = 김현주

복잡한 역사, 긴 외세 통치

포시즌즈 호텔 근처에서 올드 타운의 성곽을 만난다. 옛 시내 중심이고 지금도 시내 중심이다. 성곽 도시 안의 골목길을 배회한다. 성곽 외벽 망루마다 대포와 투석기가 바깥을 향하여 걸려 있다. 지금은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중세에는 카스피 해가 바로 아래까지 찰랑거렸다고 한다. 

동서양 길목에 놓인 이 도시를 얼마나 많은 세력들이 탐했던가? BC 5세기 페르시아 아케메니드(Achaemenid) 왕조, 알렉산더 대왕, 아르메니아 왕국으로 통치자가 바뀌더니, 7세기에는 아랍 움마이아드(Umayyad) 왕조에 편입되어 이슬람화되었고, 이후 셀주크 터키, 티무르 제국,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 영토로 이어지다가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독립을 이룬 나라다. 

▲바쿠의 한류 팬들인 귀넬(왼쪽)과 사울. 사진 = 김현주

바쿠 올드 타운의 압권은 메이든 타워(Maiden’s Tower)다. 여태껏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이중 타워의 망루는 당연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파운틴 스퀘어(Fountain Square, 분수광장)에서 탐방을 마친다. 오늘 바닷바람이 꽤나 쌀쌀하지만 카스피 해의 보석 같은 바쿠에서 눈이 즐거운 하루였다. 인상 깊은 도시이다.

한국을 동경하는 현지 여성 귀넬

여기 유럽의 변방에서는 한국인이라고 하면 현지인들이 관심의 눈빛을 보내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한류를 잘 아는 젊은이들이 그런 반응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낸다. 바쿠에서도 두 젊은이, 귀넬(Günel)과 자울(Zaul)을 우연히 만나 하염없이 쏟아지는 궁금증에 정성껏 답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중학교 지리 교사인 여성 귀넬은 오래전부터 한국에 가서 공부하는 것이 꿈이라면서 나와의 대화를 통하여 행복감에 젖는다. 

(정리 = 김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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