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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정책&기업 ①]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안착을 밝히는 녹색 신호들

하나·우리은행보다 늦었지만 광산 개발 등 도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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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65호 윤지원⁄ 2017.12.08 16:54:09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홍보하는 지면광고. 인도네시아인들의 사진을 과감하게 배치했다. (사진 = 신한금융그룹)


신한은행이 글로벌사업 성패의 핵심이 걸렸다고 여기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에서 최근 의미 있는 청신호가 잇달아 켜지고 있다.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 협력을 위한 신 남방정책 추진' 선언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 재계 2위 기업인 살림(Salim) 그룹의 광산개발 사업 자금 조달 참여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지난 2009년 베트남에 국내 은행 최초로 해외 법인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추진해 온 아시아 금융 벨트 조성에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의 영업력 확대 기회가 주목된다.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는 신한은행은 일찍부터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글로벌 시장 누적 순이익에 있어 KEB하나은행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은 1782억 원인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이 33%나 되어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현지 진출 국내 은행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 내 모든 외국계 은행 중 현재 자산규모 1위이고, 지난해 순이익 규모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한은행의 전체 누적 순이익에서 해외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시장에서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 글로벌 사업 비중을 더욱 높여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에 현재 가장 중요한 아시아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국내 경쟁 은행들보다 출발도 늦었고, 지점 수도 적어 할 일이 많다. 또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지역이 인도네시아이기도 하다.

▲신한금융그룹의 2017 베트남 현지 사업 관련 광고. (사진 = 광고 화면 캡처)


해외 진출, 동남아 신흥국 성장률이 기회

2010년대 들어 국내 은행들은 해외로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금융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수익성 확보가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간 경쟁도 심하고 연 1%대 저금리 기조가 변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니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바닥 수준이다.

이에 4~6%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는 신흥국들이 다수 모여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은 은행들이 가장 눈독을 들일 지역이다. 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예대마진도 비교적 크다는 의미인 데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의 신흥국보다 거리도 가깝고 문화적 공통점도 상대적으로 많다. 

은행의 해외 진출을 막고자 했던 정부가 태도를 바꿔 우량 은행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 9월부터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은행의 해외 진출에 체계적으로 힘을 보탠 일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 목표를 설정하고 1993년에 베트남에 진출한 뒤 2009년 법인 전환을 완료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국내 은행이 현지법인 형태로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9월까지 18개 지점을 운영 중이고 그 수를 계속 늘리고 있다. 또한, 올해 4월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해 올해 순이익 규모에서 베트남 내 외국계 은행 중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국내 은행들의 동남아 진출 1순위도 베트남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두 번째로 공략한 나라는 인도네시아였다. 

▲신한은행이 신한베트남은행과 공동으로 지난 11월 30일 베트남 하노이 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2018 글로벌 및 베트남 경제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 = 신한은행)


왜 인도네시아인가?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5천만 명으로 세계 4번째 인구 대국이다. 동남아 최대의 시장이며 아세안 전체 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금융 시장은 2016년 기준 총 자산액 5058억 달러, 대출액 3347억 달러, 수신액 3607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26위 규모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은 2015년 기준 20개 은행, 지점 수 331개에 이른다.

인도네시아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기업의 금융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가처분소득 증가로 인도네시아 중산층 인구가 2020년에는 약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2015년 한-인도네시아 금융당국 MOU 체결로 양국의 금융 협력 범위가 전 금융 권역으로 확대되어 국내 금융의 진출 시 이 상호협력조항이 유리한 도움이 된다.

신한은행은 2012년 12월부터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 인수를 위해 이 은행의 최대 주주인 메트로판카와 주식양수도계약(SPA)을 맺었다. 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12년 7월 금융기관 최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을 도입한 이후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이 외국계 은행에 지분 인수를 승인해준 최초의 사례였다. 이는 신한은행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등 금융감독 당국과 정부로부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정식 인도네시아 진출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하나은행은 1990년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했고, 2014년 외환은행과 통합법인 출범을 통해 가장 먼저 인도네시아 법인을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2014년 말 인도네시아 현지법인과 현지 30위권 은행인 소다라 은행을 합병해 폭넓은 지점망을 갖추게 됐다.

▲12월 5일 오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생산성본부 주관 2017 국가고객만족도(NCSI) 1위 기업 인증식에서 신한은행 위성호 은행장(왼쪽)이 한국생산성본부 홍순직 회장으로부터 상패와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인도네시아 경쟁력 확보 전략

신한은행의 BME 인수는 2015년 11월 말 마무리됐고, 2016년 5월 센트라타마내셔널은행(CNB)와 합병하면서 '신한인도네시아은행'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의 세 번째 인도네시아 진출이었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KEB하나은행은 55개 지점, 15만 명의 이용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고객 90%가 현지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은행은 현재 인도네시아 내에서 가장 많은 12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이 인수한 소다라 은행은 자산이 16억 달러로 인도네시아 40위 권 수준의 은행이었다. 이런 넓은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우리은행은 현지인 대상 소매 금융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신한은행이 인수한 두 은행은 총자산이 1억 달러 수준이다. 합병을 통해 인수한 지점 수도 자카르타 10개, 자바섬 41개에 불과하다.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데다 현지인 대상 영업을 확대하기에 유리한 여건도 아니다.

이에 신한은행은 기존 현지 고객 외에도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한 영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우선 펼치기로 한다. 특히, 현지에 이미 진출한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카드 등의 계열사와 협업하여 초기 경쟁력을 높이는 1단계 전략 실행이 가능하다.

2단계로 신한은행은 2019년까지 현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면서 소매 금융(리테일)도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4월 ANZ의 리테일 부문 인수는 외연의 성장뿐 아니라 다음 단계의 사업 전략 실천을 위한 포석이다. 이어 3단계로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가운데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7월 7일 서울 송파구 소재 국민연금공단 잠실 사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해외봉사단 발대식에서 (앞줄 좌측 세 번째부터) 신한은행 고윤주 부행장, 국민연금공단 이원희 이사장 직무대행, 코피온 이배용 총재가 봉사단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한은행)


현지화 현명하게 접근해야

금융계 전문가들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교포들만을 상대로 하는 현지 은행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해외 진출 은행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숙제로 현지화를 꼽는다. 외형 성장 못지않게 현지 전문가 양성 및 현지인 채용의 확대가 필수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특히 현지화에서 중요한 과제로 현지인 점포장 임명의 문제를 언급했다. 

국내에서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수년 마다 교체되는 순환보직 방식으로는 현지 고객들의 꾸준한 신뢰를 보장받기 어려우며, 현지인 고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지인 점포장은 감독 당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이끌고, 현지인 직원의 사기를 고취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신한은행은 앞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베트남에서 현지인 점포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러한 노하우가 인도네시아에서의 현지인 상대 영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 은행에는 현지에서의 사회공헌 활동(CSR)이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외국계 기업은 현지에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다른 재화가 아닌 돈이 직접 오가는 금융기관의 특성상 견제와 불신의 딱지를 떼어내는 데도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지난 7월, 국민연금공단과 공동으로 약 40여 명으로 구성된 해외봉사단을 꾸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의 현지 직원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해외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번 해외 봉사활동에서는 인도네시아 보고르 칠룽 시에 위치한 캄풍사와 초등학교의 체육시설 건축 및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 보수 활동을 진행하고, 물품을 지원했다.

▲신한은행은 인도네시아 살림(Salim)그룹이 진행하는 호주 석탄광산 개발자금 조달을 위한 신디케이션에 주간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지난 11월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소재 살림그룹 사옥에서 진행된 협약식에서 신한인도네시아은행 변상모 법인장(왼쪽 첫 번째)과 살림그룹 안토니 살림 회장(왼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신한은행)


국내외에서 긍정 신호 잇달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9일 발표한 신 남방정책 추진 선언은 신한은행뿐 아니라 현지에 진출했거나 현재 진출을 타진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계가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긍정적인 계기다. 또한, 한국 금융 당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금융 분야 협력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11월 27일 열린 제3회 주한 아세안국가 대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한-아세안 금융 분야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신 남방정책'과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에 따라 양측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아세안 국가들도 긍정적인 반응으로 화답했다. 라울 헤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향후 한국과 아세안의 협력이 극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아세안은 한국 기업들에게 해외 진출의 교두보인 동시에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다. 양측 금융기관이 이를 실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과 현지 기업과의 긍정적인 협업이 이루어진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17일, 인도네시아 재계 2위 기업인 살림(Salim) 그룹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지역 석탄광산 개발 신디케이션에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주간사 자격으로 참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광산 개발 사업비 약 5억 8000만 달러(한화 약 6339억 원)의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여러 금융기관을 주선하는 역할을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맡게 된 것으로, 신한금융은 향후 인도네시아에서의 금융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가능하게 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인도네시아 재계 2위의 대기업 살림그룹의 신디케이션 업무를 주간하게 되면서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신한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신한은행의 IB 역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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