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조은이 프레스코 기법에 기반한 작업을 선보이는 김영리 작가의 개인전 ‘아(Ah)…'를 2월 22일까지 연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감탄사를 연상시키는 외마디 타이틀 ‘아…’의 연작에서 사계(四季), 남과 여, 사랑, 고독 등 삶 속 이야기를 파노라마와 같이 풀어 놓았다. 그의 작품은 평행선, 사선, 바둑판 무늬 등 단순하고 반복적인 형태와 명도가 같은 유사색, 보색을 병렬시켜 조화로우면서도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작가는 10년 동안 뉴욕에서 생활하며, 현대미술의 중심지 소호에 위치한 갤러리를 기반으로 활동해 왔다. 미국 생활 중 기획자의 눈에 띄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도시에 방영되는 아트 프로그램에 34인의 아티스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후 귀국해 25년 동안 자연 속에 터를 잡았지만 눈에 보이는 자연보다 인간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세계를 모색했다.
작가의 작업은 화면에 회(灰)를 칠하고, 회가 마른 뒤 그 위에 천연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기법은 본래 회반죽 벽이 마르기 전, 즉 축축하고 신선(이탈리아어로 프레스코)할 때 물로 녹인 안료로 그리는 부온 프레스코(buon fresco) 기법 및 그 기법으로 그려진 벽화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회반죽이 마른 후 그리는 기법을 세코(secco), 어느 정도 마른 벽에 그리는 것을 메초 프레스코(mezzo fresco)라고 부른다. 이중 작가는 회반죽이 마른 후 그리는 세코(secco)기법을 지향한다.
작가는 전시 타이틀에 대해 “발음 그대로의 소리를 낼 때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타이틀이다. 관람자가 타이틀이 주는 정의보다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각자의 정의를 내리길 바란다. 내 작품이 내면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은주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시작을 뜻하는 ‘아’의 의미다. 오랜 시간 침묵을 깨고 제한된 예술세계의 껍질을 벗어 던지며 30년 화가인생을 걸어온 김영리 작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자 시작”이라며 “전시를 통해 겨울 지나 꽃을 피우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깊고 숭고한 내면의 메시지를 전달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