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이 2월 8일 홍콩의 센트럴에 새로운 공간을 연다. 100여 평의 규모로 오픈하는 이 공간의 이름은 SA+(에스에이플러스)로, 서울옥션의 영문 이니셜과 플러스(+)를 합친 이름이다.
SA+ 전시장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옥션은 이우환과 야요이 쿠사마의 전시 ‘우환(UFAN) x 쿠사마(KUSAMA)’를 2월 8일~3월 17일 연다. 이우환의 시기별 대표 작품과 야요이 쿠사마의 ‘펌킨(Pumpkin)’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우환과 야요이 쿠사마는 끊임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탐구하며 다양한 발전과 혁신을 이뤄 왔다. 동아시아 출신의 두 아티스트는 생존 작가로 세계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우환(1936~)은 1956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한 후, 곧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60년대 당대의 일본 작가들과 교류하며 사물의 물성을 논하는 ‘모노하’의 주요 작가로 활동했다. 그는 평생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넘어 있는 외부세계, 즉 무한의 세계와 진정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왔다.
이번 전시는 이우환의 초기 작품 세계에 나타난 ‘반복’과 ‘차이’의 미학을 담은 대표작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비롯해 반복의 엄격함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역학적인 질서로 이행한 80년대 ‘바람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시리즈 등 이우환의 대표작들을 시기별로 살펴본다. 1992년 ‘조응’ 시리즈, 그리고 200년대 중반 시작된 ‘대화’ 시리즈 또한 볼 수 있다. 서울옥션은 “이우환의 작품은 후기로 갈수록 작가의 흔적은 점점 줄어들고, 타자와의 소통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화면상으로는 붓 터치가 점차 자유로워지고 궁극에는 최소화 되며 여백이 많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야요이 쿠사마(1929~)는 일본의 여성 아티스트로, 현재까지도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독창적 인 창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쿠사마는 1957년 일본을 떠나 미국에 정착했고, 1959년 열린 개인전에서 ‘옵세셔널 모노크롬(Obsessional Monochrome)’이라는 제목으로 ‘무한망(Infinity Net)’ 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1960년대 뉴욕 화단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무한망’은 단색조 점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그림으로, 포물선 모양의 붓질로 둥글고 조그만 여백들을 무수히 남겼다. 무한 반복의 작업은 ‘자기 소멸’을 의미하며, 내면의 고통을 예술로서 극복하고자 하는 쿠사마의 의지가 담겼다.
‘무한망’ 시리즈와 함께 널리 알려진 쿠사마의 작품은 ‘호박’ 시리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이 종묘원을 운영해 씨앗, 나비, 꽃 등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일찍이 접한 쿠사마는 이것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표현했다. 특히 호박에 애착을 갖고 1940년대 중반부터 활용했다. 1940년대 후반 교토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 호박 그림에 몰두하다가, 1973년 그녀가 미국에서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장르(그림, 판화, 조각, 설치 예술 등)의 호박 시리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옥션은 “이번 전시에는 쿠사마의 작품 중 가장 중요한 ‘무한망’ 및 ‘호박’ 시리즈 작품이 다수 전시되며 이외에도 과일 바구니, 모자, 꽃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