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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실천 ② SK·CJ·카카오 등] ‘휴가 셀프승인’ ‘출장 간김에 휴가’ 등 휴가 늘리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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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9호 윤지원⁄ 2018.03.16 16:05:08

봄을 맞아 일상에서 탈출해 강원도 강릉시 안목해변을 찾은 관광객들. (사진 = 연합뉴스)

 

‘일과 삶의 균형’이란 의미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트렌드를 추구하는 개인과 기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휴가다. 우리나라의 직장인은 그동안 경직된 조직문화 때문에 자신에게 주어진 보름 남짓한 휴가도 잘 사용하지 못하면서 근로 시간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긴 연간 평균 2069시간이나 됐다. 독일은 우리보다 연간 706시간이나 덜 일 하면서도 휴가는 1년에 기본 30일을 가며, 프랑스는 ‘바캉스 법’에 따라 직장에 근무하는 국민은 누구나 매년 5주의 유급휴가를 받는다. 최근 우리나라도 휴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주어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게 하고 2주 이상 장기휴가를 갈 수 있게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런 제도의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다.

 

휴가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경제종합정책에서는 일자리 확대, 근로시간 단축 외에도 근로자 휴식 보장을 위한 연차·휴가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중요하게 거론됐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정부 기관의 연월차 사용실적을 점검, 평가해 연월차 사용 활성화를 유도하고, 전년에 다 쓰지 못한 연차를 이듬해로 넘겨 쓸 수 있게 하는 ‘연가저축제’ 채택을 장려해 2주 여름휴가 등 장기휴가를 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기로 했다.

 

지난 2월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공휴일 유급휴일화’가 포함됐다. 이는 기존에 대기업 등 일부 민간 사업장이나 공공부문에나 해당되던 제도인데 이제 민간에도 적용되게 된 것이다. 연간 유급휴일로 지정되는 일수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15일 남짓이었는데, 이 제도의 도입으로 공휴일에 연차를 내고 쉬어야 했던 노동자들에게 15일의 연차휴가가 새로 발생하는 효과가 생긴다.

 

2월 28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사진 = 연합뉴스)

재계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장기 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등 휴가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주말·휴일 포함 1주일 정도의 여름휴가는 해외 패키지여행 계획을 짜기에도 벅차다. 하지만, 2주~45일씩 주어지는 장기휴가가 늘어나면서 대륙을 횡단·종주하거나 제주도 한 달 살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지 순례 여행에 나서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대기업이 휴가제도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수한 인재 확보와 노동 생산성 증대 등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취업난이 심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은 우수한 인재가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면서 “장기근속에 따른 장기휴가 제공 등의 직원 복지 제도는 우수한 인재를 더 많이 유인하고 이직을 막기 위한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또 “자유롭고 넉넉한 휴가 등 사원 친화적인 기업 문화는 애사심으로 연결되며, 충분한 휴식으로 번아웃(Burn-out: 탈진)을 방지하고 재충전을 통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관광객이 넓은 바다를 보며 '자유'라고 적힌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 pixabay)

휴가, 눈치 보지 말고 맘대로 가라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휴가 제도는 크게 ▲연차 모두 쓰기 ▲집중 휴가제를 통한 장기휴가 ▲일-가정 양립형 휴가 ▲장기근속 보상 휴가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1년에 평균 14.2일의 연차휴가를 보장받지만, 이 중 60%만 사용하고 있다. 연차 제도가 없지는 않지만 기업의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보장된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매년 여름이면 한 달씩 휴가를 내서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떠나는 프랑스식 휴가를 생각하기 전에 있는 제도부터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기업 문화 조성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K텔레콤 로고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해법을 내놓은 기업은 SK그룹이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휴가 셀프 승인제’를 실시하고 있다. 직원이 상사의 결재 없이 본인의 휴가 안을 기안하고, 상사 결재 없이 본인이 스스로 승인하는 절차만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휴가 신고 제도다. 직원이 자신의 휴가안을 올리고 승인을 하면 소속 팀장 및 유관 부서 팀원들에게 알림이 전달된다. 출근 전에 기안 후 승인만 하면 당일 휴가도 문제없다.

 

기존에는 직원이 휴가를 쓰기 위해서는 팀장에게 구두로 휴가 날짜를 알린 다음에 결재를 올리는 중복 승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러나 자기 주도적이고 선진적인 휴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SK C&C와 SK텔레콤은 작년에 휴가 셀프 승인제를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2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우선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이후 직무별·사업장별 특성을 감안해 지방사업장에서도 별도 운영방안을 수립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연초에 연간 휴무 일정을 공지해 직원들이 여유 있게 휴가 계획을 미리 준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단체휴가제도’를 도입, 휴일을 단체 연차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임직원들이 휴가를 미리 계획하도록 월 1회 연차 사용하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2주 장기휴가 권장 기업 늘어나는 추세

 

장기휴가에 대한 요구가 늘고 휴식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장기휴가를 장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다만 직원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는 중소기업은 직원이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을 때 업무를 대체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종사자 가운데 장기휴가를 누리는 비율은 3%에 불과했다.

 

그래서 장기휴가는 아직 공공기관과 일부 대기업 임직원들만 누리는 혜택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대기업이 장기휴가를 보장한다고 해서 갑자기 기존의 휴가 일수보다 대폭 늘어난 휴가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현재 많은 기업이 집중 휴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이유다.

 

집중 휴가제는 기존의 휴가 제도를 간단히 보완한 것으로, 5일 정도씩 주어지는 여름휴가에 연차와 월차를 붙여 더 길게 갈 수 있게 한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많은 경험과 자기계발을 할 기회로 삼도록 2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권하기도 한다. 기업에 따라 3주 이상의 장기휴가를 허용하기도 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이라도 연휴와 명절을 활용해 3주 이상 휴가를 가는 것은 대부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통해 직원이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하는 연차를 다 사용하게 할 수도 있다.

 

2주 이상 장기휴가를 권장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직장인들도 늘고 있다. (사진 = pixabay)
SK이노베이션 로고. (사진 = 연합뉴스)

집중휴가제 도입은 정유업계가 솔선수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빅 브레이크’ 휴가제를 도입했다. 근무일 기준으로 5~10일, 주말을 포함 최장 16일의 장기휴가가 가능하다. 휴가를 계획할 때 휴가 사용 가능일을 사전에 알려주고, 해외 출장 일정이 있을 때는 나간 김에 휴가를 병행해서 사용할 것을 장려하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2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집중휴가제를 통해 직원들의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현대오일뱅크는 따로 정해진 제도가 없어도 여름휴가에 연차를 붙여 휴가를 늘이는 것을 2주까지 장려하고 있다. GS칼텍스도 2주 휴가를 적극 권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기존 여름휴가에 연차와 월차까지 붙여 최대 3주일까지 장기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팀장과 지점장 등은 8~10일의 장기휴가를 의무적으로 가야 한다. 오히려 이를 쪼개서 사용하려면 담당 임원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랜드그룹은 2주간의 휴가 일정을 임원과 팀장들이 먼저 확정하도록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휴가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도 지난해부터 직원들이 연차 휴가를 모아 평일 기준 10일, 주말 포함 2주간 갈 수 있는 ‘2주 휴가제’를 도입했다. 애경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연휴를 포함해 3주가 넘는 휴가를 다녀온 직원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이미 7년 전부터 집중휴가제를 시행해오며 2주까지 장기휴가를 다녀올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

 

3월 2일 서울 동호초등학교 입학식에서 왕관을 쓴 입학생 아이들과 학부모들. (사진 = 연합뉴스)

출산·육아 외에도 가족 위한 휴가 제공

 

많은 기업이 출산과 육아를 위한 긴 휴가를 남녀 임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갓난아이를 돌보기 위한 시간 외에도 자녀의 성장 과정에는 부모가 곁에 있어 줘야 하는 몇 번의 시기가 있다. 최근 여러 기업이 임직원 가족의 이러한 사정을 배려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수험생의 부모를 배려해 2015년부터 수능을 앞둔 자녀가 있는 경우 해당 직원이 그해 최대 100일까지 휴가를 내고 자녀의 입시 뒷바라지에 좀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했다. 이 휴가는 수능 100일 전, 두 달 전, 한 달 전 등의 시기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이 휴가는 특별한 상황이라 무급 휴가로 제공되지만, 올해 고3 수험생을 둔 임직원 대다수가 신청하는 등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동호초등학교 입학식 도중 한 입학생이 엄마에게 졸리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직은 부모 손길이 필요할 때. (사진 = 연합뉴스)
CJ그룹. (사진 = 연합뉴스)

CJ그룹은 올해부터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가 있는 임직원에게 입학식 전후로 4주간의 특별 휴가를 제공한다. 아이가 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부모가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을 챙기고, 적응을 도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제도다.

 

이 휴가 역시 특별한 경우여서 2주는 유급 휴가로, 2주는 무급 휴가로 제공된다. CJ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3월 15일 기준 15개 계열사의 대상자 1137명 중 63%인 716명이 이 휴가를 사용하고 있다. 이 중 80%인 572명은 남성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CJ그룹 관계자는 “내년에는 더 많은 임직원이 눈치 보지 않고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남녀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장 90일의 무급 휴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도심 출근길 풍경. (사진 = 연합뉴스)

장기근속자 안식 휴가·휴직 장려

 

다수의 기업이 장기근속 임직원에게 보상 차원의 장기휴가 혹은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장기간 휴직을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근속 10년 차와 20년 차 직원에게 해당 연도에 각각 45일의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CJ그룹은 근속 5년, 10년, 15년 등 5년마다 4주 휴가를 제공하며, 근속 연수에 따라 50만~500만 원의 휴가비도 지급한다.

 

카카오의 장기근속 안식 휴가 제도는 좀 더 후하다. 카카오의 모든 임직원은 근속 3년마다 30일의 안식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소속 부서의 장과 2주 전에만 협의하면 언제든지 원하는 시기에 쉴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연차 15일과는 별개의 휴가이고, 유급 휴가이며 동시에 휴가비 200만 원이 별도로 지급된다.

 

카카오 그룹 로고. (사진 = 카카오)
한화그룹. (사진 = 한화)

한화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과장, 차장, 부장 등 관리직 승진자를 대상으로 1개월의 ‘안식월 휴가’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를 시행하고 처음 3개월 동안에만 20여 명이 안식월 휴가를 이용했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좀 더 책임감이 필요한 관리직에 올라가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재충전하라는 취지에서 이런 제도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밖에도 대원제약은 장기근속 직원에게 5일짜리 휴가를 제공하는 ‘리프레쉬 휴가제도’를 올해부터 도입했으며, 포스코플랜텍 역시 장기근속 직원에게 안식 휴가를 제공한다.

 

자기 계발 휴직제를 시행하는 기업 역시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2015년 하반기부터 3년 이상 근속자 중 희망자에 한해 1년간 무급 휴직을 할 수 있는 ‘자기 계발 휴직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CJ그룹은 근속연수 5년 이상 된 직원은 누구나 어학연수 등을 위해 6개월간 무급 휴직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KT도 근속 10년차에 6개월, 20년차에 1년 동안 ‘리프레시 휴직’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유급 휴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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