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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기업들, ‘미투’ 방지 총력전…하지만 2% 부족 “왜”

진화하는 성희롱, 예방교육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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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79호 김주경 기자⁄ 2018.03.19 10:33:21

지난 8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여성의 날 민주노총 전국 여성노동자대회에서 한 참석자가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김주경 기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에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해 성희롱 대책을 한층 강화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미투 예방에 나섰다.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성추문이 발생하면 타격이 상당하다. CNB가 기업들의 대응책과 보완해야 할 점을 살펴봤다. 

 

미투 운동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정치권과 문화계 등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재계에서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해 성희롱 매뉴얼을 강화하고 회식 등 업무외적인 자리는 되도록 피하는 등 내부 단속에 나섰다.


재계가 미투 운동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되기 때문. 기업은 이윤추구 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회사 내부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발생하면 매출타격은 물론이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등 손해가 크다.


대기업들은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직위를 막론하고 임직원 모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성(性)문제와 관련해 유독 엄격하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 주요계열사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회식 마감시간을 오후 9시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회식 문화캠페인’을 실시한다. 피해자가 범죄사실을 신고하면 면담 및 보호 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지며, 가해자의 혐의사실이 인정되면 대부분 회사를 떠나도록 한다.


LG그룹은 성희롱, 성추행 등을 ‘LG 윤리규범’ 위반행위로 규정하고, 진상조사와 징계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SK그룹은 1년에 2회에 걸쳐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필수 이수해야 하며, 임원들은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윤리경영 교육을 별도로 받는다. 불미스러운 사건 발생시 피해자 보호조치는 물론 진상조사를 하고 사실이 밝혀지면 가해자에 대해서는 퇴사조치 등 중징계를 내린다.

 

남자 직원 많은 곳도 “고민”


남자직원의 비율이 많은 회사들도 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2회 오프라인 방식으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한다. 사내 성희롱 신고 상담센터와 신고 전화, 온라인 고충 상담 코너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어 성 범죄사실을 신고하면 즉각 진상조사에 나선다. 신고 내용이 사실로 판명되면 가해자에게 최고 퇴사조치를 내린다. 


현대중공업은 피해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필요한 조처를 취한다. 예방매뉴얼에 따른 재발방지대책 수립과 더불어 피해자 심리 치료 등을 지원한다. 


포스코 역시 2009년부터 정도경영실(감사실) 내에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규에 성희롱 예방지침을 넣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여성직원들의 비율이 높은 유통업계도 미투운동 예방을 위한 대책을 강화했다.


롯데는 그룹차원에서 지난 1월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신고 접수 및 조사, 피해자 보호 등의 조치를 신속히 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여성 전용회선인 ‘핫라인’을 구축했다. 롯데마트는 전 직원이 윤리서약서를 작성했으며, 성희롱을 당하면 ‘행복상담실’로 신고토록 했다. 롯데홈쇼핑은 ‘성희롱(성폭력) 대책위원회’를 신설해 사건 발생시 신속하게 조사하는 등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사내 성희롱, 추행 등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세스와 엄격한 징계기준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연간 1회 사내 예방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휴직 중인 임직원의 경우 복직 시 별도의 교육과정을 받아야 하며, 기업문화담당자와 점포별 인사 담당자를 중심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핫라인을 구축했다. 시각·언어적 성희롱 발생 시 견책 또는 정직 징계를 하고, 육체적인 성추행 시 감봉, 해직의 사유가 된다. 


반면. 금융권은 분위기가 다른 곳에 비해 잠잠하다. 남성 위주의 보수적 문화가 팽배한 점이 변화가 더딘 이유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CNB에 “지점장 등 주요관리직은 남성들이 많아 자연스레 남성과 여성 간에 갑·을 관계가 형성된 현실이라서 쉽게 바뀌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윗선에서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미투 운동’의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나름 여직원에 대한 행동을 조심하고 있고, 회식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유형별 예방기준 마련해야”


이처럼 기업들이 시행중인 성희롱 예방대책을 종합해보면 성희롱 예방교육, 핫라인 구축, 상담위원회 설치, 엄격한 징계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몇 가지 문제도 지적된다. 


우선 전문가들은 예방교육의 경우 동영상 강의, 책자 등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제 사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 강연 전문가인 정세현 경영컨설턴트는 CNB에 “성희롱 수법은 거의 3개월 단위로 진화하고 있다”며 “새로운 유형에 대한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사건 발생에 따른 대응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관련법이 개정됐음에도 이를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작년 11월 개정돼 오는 5월 2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직장 내 성희롱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의 조치의무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기존 법률에 근거해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한 대기업 사원은 “2015년부터 사용해온 자료로 이달 초 예방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정안 시행이 임박한 만큼 기업들은 변경된 내용을 숙지하고, 구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매뉴얼과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법안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가 피해자를 적극 보호하지 않거나, 직원대상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더라고 과태료 부과에 그치고 있기 때문. 이에 정부는 권력형 성폭력(직장에서 위력에 의한 추행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2차 피해 방지와 신변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CNB에 “성희롱 및 성추행이 발생했을 때 입증책임이 피해자에 있는데다가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기가 어렵고, 잘못하면 명예훼손죄로 역고소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이 문제에 적극 나서야할 회사 측이 오히려 쉬쉬하는 경향이 여전한 만큼, 정부차원의 관리감독 강화와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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