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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급팽창 저가항공에 정부 규제강화…기성 vs 신참 희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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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0호 정의식⁄ 2018.03.22 10:21:29

눈에 띄게 늘어난 저비용항공사 여객기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의 이용객이 급증해 해외여행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를 굳힌 가운데 정부가 일련의 LCC 규제 정책을 내놓고 분위기 환기에 나섰다. 국토부가 최근 신규 LCC 설립‧인가기준을 강화하고 기존 LCC 사업자에 대해서도 재무상태를 지속 점검한다는 방침을 공개하고 주요 LCC에 대한 정기점검 실시 계획을 밝힌 것. 신규 LCC 참여를 준비하던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불만이 표출되지만 국토부로서는 함량미달 LCC로 인한 안전사고 유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존 LCC사업자들도 자본잠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 보다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상황이다.

 

LCC 6개사 이용객, 1년 만에 41.9% 늘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항공 여객은 사상 최대인 약 1억 900만 명이었다. 이 중 국내선 이용 여행객이 3200만여 명이었으며 국제선은 7700만여 명이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파로 인해 중국 노선 이용객이 크게 줄었지만 5월 어린이날 및 10월 추석 등 황금연휴가 이어지고 주요 기업들의 휴가 장려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고루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제선 여행객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FSC(Full Service Carrier, 대형항공사)가 3200만여 명,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가 2000만여 명, 외국 국적 항공사가 2400만여 명이었는데 2016년과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것은 LCC 6개사였다.

 

FSC가 1년 전보다 여행객이 1.9% 줄어들고 외항사들도 5.5%나 급감하는 동안 LCC 6개사의 이용객은 무려 41.9%나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전체 국제선 이용객 중 LCC의 분담율은 2013년 9.6%에서 2017년 26.4%로 불과 5년새 약 3배 가량 늘었다.

국제선 항공사별 여객 실적. (출처 = 국토부)

국제선 수송여객이 가장 많은 LCC는 약 582만 명을 기록한 제주항공이었다. 이어 약 485만 명의 진에어와 327만여 명의 티웨이항공이 뒤를 이었고, 에어부산은 약 300만여 명, 이스타항공 약 251만여 명, 에어서울 약 82만여 명 순이었다. 

 

2016년 7월 첫 상업비행을 시작한 ‘신참 LCC’ 에어서울은 전년 대비 599.4%라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다른 LCC도 약 62.1%(티웨이항공)에서 21.3%(이스타항공)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마디로 2017년은 LCC업계가 최고의 성장을 구가한 한 해였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부진을 겪었다. 대한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2016년 1903만여 명에서 2017년 1892만여 명으로 소폭(0.6%) 감소했고, 아시아나항공은 1386만여 명에서 1334만여 명으로 3.8% 줄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모두 합친 국제선 여객 수송은 2016년 3290만 2778명에서 2017년 3226만 8468명으로 1.9% 감소했다. 탑승률도 하락해 대한항공의 탑승률은 78.2%에서 78.0%로, 아시아나항공은 83.0%에서 82.0%로 줄었다

 

LCC 실적의 열쇠 ‘부가 매출’

 

LCC의 성장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대런 헐스트 보잉 상용기 부문 동북아 마케팅 총괄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보잉 상용기 및 시장 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세계 항공 시장이 승객수 41억 명, 순이익 35억 달러, 여객 수송 증가율 7.6%, 탑승률 81.2% 등을 달성하며 기록적인 실적을 거둔 가운데 글로벌 LCC가 차지한 비중이 31%로 사상최초로 30% 벽을 넘었다고 밝혔다.

 

보잉은 한국 항공 시장에서도 “중단거리 노선의 40%를 LCC가 점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중단거리 시장이 8% 성장할 동안 LCC는 이에 2배에 달하는 15%를 성장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돌파한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사진 = 연합뉴스)

LCC의 성장에 따라 6개 LCC 기업의 실적도 최고조를 이어갔다. 항공업계와 증권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CC 6곳은 매출 3조 6309억 원, 영업이익 2783억 원(별도 기준)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보다 매출 규모는 35.0%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92.7%나 급증했다. 특히 ‘LCC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 LCC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000억 원 달성에 성공했다.

 

고유가와 중국의 사드 보복 악재에도 불구하고 2017년에 LCC업계가 고실적을 기록한 건 부가 매출 비중이 꾸준히 늘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가 매출이란 고객에게 항공권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을 제외한 초과 수하물, 좌석 선택 및 옆 좌석 추가 구매, 예약 취소 및 변경 수수료, 에어카페, 기내 판매 등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지칭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부가매출 비중이 2011년 1.4% 수준에서 지난해 8%까지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영업이익이 675억 원으로 전체의 3분의 2에 달했다. 티웨이항공도 2016년부터 기내식과 유료좌석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꾸준히 부가 매출 비중을 늘리고 유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LCC와 비교했을 때 국내 LCC의 부가 매출 비중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 LCC 수익 창출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으로도 주요 LCC가 부가 매출 확대를 주된 영업 전략으로 사용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토부 “신규 사업자 요건 강화하겠다”

 

LCC 업계가 순탄한 성장을 구가하는 와중에 최근 국토부가 일련의 규제 조치를 발표해 업계에 긴장이 감돈다. 

 

지난 12일 국토부는 LCC 면허 발급 요건을 현재의 자본금 15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늘리고 항공기 보유 대수도 3대에서 5대로 늘리는 한편 부실 항공사 퇴출도 용이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항공사업법 시행령·시행규칙,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LCC 산업이 충분히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거 20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완화했던 LCC 면허 등록 자본금 요건이 300억 원으로 상향되며, 보유 항공기 대수도 과거 5대에서 3대로 완화했던 것을 다시 5대로 되돌렸다. 국내선 2만 회 무사고 시 국제선 진입을 허용하던 규정도 폐지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는 LCC 등록 후 자본 부족으로 조기에 회사가 부실해지는 것을 막고, 경쟁력 있는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도록 유도해 안전과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올 3월에 국토부 안전운항체계 종합점검을 받는 진에어 소속 항공기. (사진 = 연합뉴스)

신규 면허뿐 아니라 기존 LCC 사업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경영이 부실한 항공사는 퇴출하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안전·소비자·서비스 등 부분의 품질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2분의 1 이상의 자본잠식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돼야 국토부가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개정안이 확정되면 개선명령 발동 시기가 2년으로 단축된다. 개선명령을 받은 뒤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이 3년 이상 지속되면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게 되며, 면허취소 시기를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전점검도 한층 강화된다. 3월 18일 국토부는 19일부터 23일까지 진에어에 조종·정비 등 분야별 전문감독관으로 구성된 점검팀을 보내 안전운항 체계를 종합점검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4월 LCC 안전 강화 대책을 통해 보유 항공기 숫자가 25대-50대 이상이 된 사업자에 대해 안전운항체계를 종합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이에 따라 제주항공에 대해 종합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기존 사업자 “시장 포화” vs 신규 사업자 “아직 성장여력 있다”

 

사실 국토부의 규제 강화는 지난해 12월 에어로케이와 플라이양양의 신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신청이 반려될 때부터 예견됐다. 2008년 국토부가 신규 항공사 진입 요건을 완화한 이후 시장에 진입한 대다수의 LCC가 자본잠식 상황에 빠졌는데, 다른 기업과 달리 항공사의 자본잠식은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국토부로서는 규제의 고삐를 한층 조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 강화를 두고 LCC업계의 대응은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라 양분되는 분위기다. 

 

기존 LCC사업자 측은 정부의 조치가 시의적절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 2곳, LCC 6곳 만으로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라 무분별한 LCC사업자 증가는 과열 경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항 시설, 조종사 등 여러 인프라를 감안해 신규 사업자 추가보다는 기존 업체들의 내실을 강화시킬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규 LCC 참여를 준비 중인 에어대구 홈페이지. (사진 = 에어대구)

반면 신규 LCC 참여를 준비 중인 사업자들은 “정부가 기존 업체의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라며 성토하는 분위기다. 한 신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LCC의 성장세로 보아 LCC 시장은 아직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며 “신규 진입자에게 과도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고 사실상 정부의 ‘사다리 걷어차기’에 다름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18년 신규 LCC 진입을 추진 중인 기업은 에어로케이, 에어대구, 플라이양양 등 3곳이다. 각기 청주, 대구, 양양을 기반으로 사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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