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은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미술관의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MMCA 연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 올해 첫 프로젝트로 동시대 현대미술관의 다양한 실천을 탐구하고 비전을 모색하는 국제 심포지엄 ‘미술관은 무엇을 연구하는가’를 4월 7~8일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미술 장르 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기획자와 작가의 역할이 융합되고, 길거리 퍼포먼스가 미술관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수집품 연구와 전시를 지칭하던 큐레이팅이라는 단어의 의미 또한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이런 변화의 맥락에서 미술관이 이론과 실천, 사유와 감각, 시각예술과 언어, 테크놀로지와 아날로그 등 다양한 축과 어떻게 균형을 맞춰갈 것인가 탐구한다”고 심포지엄의 취지를 밝혔다.
심포지엄 첫날은 총 3부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미술관에서 연구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미술사학자이자 시각이미지 비평가인 시카고예술대학 교수 제임스 엘킨스가 기조 발제를 진행한다. 그는 미술관 속 연구의 갈래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짐으로써 그 맥락과 기능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2부 ‘태도에서 실천까지’에서는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미술관들이 새로운 전환을 시도한 배경과 과정, 의미에 관해 논의한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연구개발센터를 이끈 파올라 안토넬리는 대중과의 문화 접촉을 넓히기 위한 본인의 실천과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2016년 미디어시티서울 총감독을 역임했던 백지숙은 2000~2016년 한국 미술현장에서 시도됐던 아카이브 프로젝트와 비정기출판물 작업이 미술기관 활동과 맺는 관계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해본다. 그리고 암스테르담시립미술관 연구저널 편집장인 마르흐르트 셰버마커르는 암스테르담시립미술관에서 급진적 논의를 이끈 전시와 공공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과 현실 정치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3부 ‘큐레이팅, 오늘과 내일’은 큐레이팅을 둘러싼 환경과 그 흐름을 살피고 미래 미술관을 위한 또 다른 가능성을 살펴본다. 헬싱키 퍼블릭스 예술감독 폴 오닐은 큐레이팅의 개념이 큐레토리얼 개념으로 확장되면서 전시 방식 또한 달라졌음을 언급하며, 고착화된 큐레이팅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전시의 가능성을 논의한다. 그리고 영국 왕립예술학교 빅토리아 월시 교수는 테크놀로지 발달과 더불어 미술관이 맞이한 온오프라인 문화의 새로운 국면을 위해 큐레이터가 생산해야 하는 지식과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논의한다.
둘째 날인 4월 8일 심포지엄은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와 2017년 6월부터 영국 테이트미술관의 총괄관장을 맡은 마리아 발쇼가 오늘날 미술관의 역할과 미래의 전망에 관한 대담을 나눈다. 마리아 발쇼는 1897년 테이트미술관이 설립된 이래 120년만의 첫 여성 수장이자 아홉 번째 총괄관장이다. 두 수장은 첫날의 논의를 바탕으로 동시대 미술기관의 역할과 발전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5월 30일에는 MMCA 연구 프로젝트 2 ‘수직에서 수평으로: 예술 생산의 변화된 조건들’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두 번째 심포지엄에서는 동시대의 사회구조적 변화가 예술제도 및 생산조건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또 이 변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주요 발표자로 파스칼 길렌(벨기에 사회학자, 앤트워프대학 교수), 렉스 터르 브라크(얀반에이크 아카데미 디렉터), 엘스 반 오데이크(라익스 아카데미 자문위원), 이영준(기계비평가,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국제 심포지엄 개최와 더불어 연구 출판물 기획 프로젝트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국내외 보급해 공공미술관의 역할과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다. 우선 영국의 템즈앤허드슨 출판사와 미술관 소장품에 관한 ‘MMCA 하이라이트’(가제)의 영문본 발간사업을 추진해 한국미술의 대표작들을 시대별로 조망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 미술의 당대성을 국제적인 맥락에서 담론화하고자 뉴욕 현대미술관과 프라이머리 도큐먼츠 시리즈의 ‘한국 현대미술’편 공동 기획을 논의 중이다.
이밖에도 한국 중견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층적으로 조망하는 비평집(국영문본)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한국 현대미술과 작가 연구를 위한 학술적인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첫 성과물인 임흥순 비평집은 5월에 발간된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국제 심포지엄 개최와 연구 기획 출판물 사업 프로젝트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본격적으로 학술연구 및 출판 프로그램을 추진해 국내·외 미술 현장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