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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인사이트]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스타트… “정공법으로 순환출자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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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1호 정의식⁄ 2018.03.30 11:30:52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사옥.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이 마침내 지배구조 개편안을 확정지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통해 그간 공정위로부터 해결 압박을 받아온 4개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어내는 묘수를 내놓은 것. 지주사 전환 없이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사재를 털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정공법’을 택해 공정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다만 두 회사의 합병 비율을 놓고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과연 현대차는 불안 요인을 일소하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을까?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 드디어 발표

 

오랫동안 현대차그룹의 발목을 잡아왔던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드디어 해결될 전망이다. 

 

3월 28일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이 얽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는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차’,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결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29일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 (사진 = 연합뉴스)

이번에 현대차가 내놓은 해법은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인적 분할‧합병과 대주주들의 지분 정리다. 

 

구체적 절차는 이렇다. 먼저 현대모비스가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흡수합병시킨다. 이후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기아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계열사들은 합병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현대글로비스를 기아차 산하 기업으로 만든다. 이렇게 되면 현대글로비스는 대주주 지분이 줄어들면서 그간 지적됐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게 되고, 대주주의 세금 부담도 가벼워진다. 

 

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경영권 승계와 무관”

 

이미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이날 현대모비스가 이사회를 열고 모듈·AS부품 사업을 인적 분할하기로 의결한 것. 분할된 사업부는 현대글로비스에 흡수 합병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은 순자산 가치 기준에 따라 0.61 대 1로 결정됐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비상장 상태인 현대모비스 분할 사업 부문과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비율은 전문 회계법인이 자본시장법에 준거, 각각 본질가치와 기준주가를 반영해 산정됐다.

 

즉, 현대모비스 주주는 주식 1주 당 현대글로비스 신주 0.61주를 배정받는다. 현대모비스 주식의 경우 분할 비율만큼 주식 숫자는 줄어들지만, 지분율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모비스는 핵심부품 사업을 보유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 기술’ 주도 기업으로 남게 된다.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정보통신 연계 차량) 등 미래 자동차 핵심 기술 분야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지배구조 차원으로 보면, 법적 의미의 지주사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 내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된다. ‘존속 현대모비스’의 지배주주가 현대차그룹의 오너가 된다는 의미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최종 승인은 오는 5월 29일 열릴 각사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7월 말 이후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과 계열사 간 지분 거래가 시작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구조. (사진 = 연합뉴스)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할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을 대주주가 최대한 매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는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16.9%, 5.7%, 0.7% 보유해 순환출자 고리가 유지되고 있는데 이를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약 4조 5000억 원(27일 종가 기준)을 들여 모두 매입할 예정이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에 매각하는 등 보유한 여러 계열사 지분을 적극적으로 처분할 예정이다.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부자가 납부할 양도소득세 규모만 최소 1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부터 대주주 대상 과세표준이 3억원 이상인 경우 양도세율이 주식을 매각하여 생긴 소득의 22%에서 27.5%(주민세 포함)로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그룹의 지배주주 자리는 정몽구 현 회장이 계속 맡는다. 두 부자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을 최대한 매각해야 하는데, 현재 보유 지분 가치를 기준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여력을 따져보면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보다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권유에 따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것으로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주사 아닌 ‘정공법’ 택한 이유

 

그간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법론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3사를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정리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최종 선택한 건 지주사 체제 변환이 아닌 대주주가 현대모비스를 지배하고, 현대모비스가 다시 현대차와 기아차를 지배하는 전통적인 지배체제다. 

 

‘지주사 체제 전환’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직접 지분 매입 방식을 채택한 배경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대주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설명했다. 편법을 동원하지 않는 적법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핵심사업인 완성차 경쟁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주사 개편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각각 투자·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 두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부분이 투자 부문을 따로 분리한 사례가 없는데 굳이 현대‧기아차가 투자사업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면, 지주회사 체제 내 자회사는 공동 투자를 통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불허되고 단독 인수만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적극적인 인수 합병에 나서기가 어려워므로 이같은 상황을 피하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이외에도 지주사 체제를 선택하면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처리해야 하고, 자회사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하는 의무를 갖게 되는 등 이런저런 제약이 많다. 반면 단순 ‘지배회사’의 경우 세금 등 다양한 비용 부담만 감수하면 되므로 사업 확장에 한결 유리하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분할 후 현대모비스의 외양을 더 키워 수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지만 현재 현대차그룹의 출자 구조를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총자산이 5000억 원을 넘고, 보유한 자회사 총 주식가액 합이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자동차 주식 20.8% 등을 갖고 있는데, 분할 후 ‘존속 현대모비스’의 총 자산(18조 8000억 원)에 비해 현대차 등에 대한 총 지분가액은 4조 1000억 원에 불과하다. 50%에 턱없이 모자라는 22% 수준이다.

 

공정위‧증권가 ‘호평’… 현대모비스 주주 반발 ‘변수’

 

현대차그룹도 밝혔듯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배경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전후로 여러 차례에 걸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고, 최근에는 자발적 개혁 데드라인을 ‘3월 말 주총 시즌’까지로 콕 집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김 위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는 주주와 시장이 평가할 일”이라면서도 “공정위에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저의 경우 현대차그룹이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호평했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 발표에 대부분 호평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반대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몸집이 크게 커지며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됐지만 현대모비스는 주요 사업을 내주며 규모가 크게 축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9일 주식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대조를 이뤘다. 현대글로비스는 전 거래일보다 4.90% 오른 18만 2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21만4천500원에 거래되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2.87% 하락한 25만 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위)와 현대글로비스의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사진 = 네이버증권)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이번 지배 및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일감 몰아주기 이슈와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등 규제 리스크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오랜 기간 현대글로비스 주가를 짓눌러왔던 할인 요인의 해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비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양도세 등 지출이 수반돼도 대주주뿐 아니라 정부·관련 기업 투자자 대부분이 만족할 안을 선택했다”고 호평했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기존 주주들이 합병비율에 다소 불만을 보일 것”이라며 “합병비율 산정 과정에서 분할부문의 가치가 9조 2700억 원으로 평가됐는데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부품 사업의 가치평가로는 조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계획대로 분할·합병했을 때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30조 원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분할 전 예상시총보다 적정 가치가 오히려 18.4% 하락한 것”이라며 “현대모비스에 불리한 분할 조건으로 인해 주주총회 의결에 난항을 겪을 수 있으며 부결될 가능성도 있어 보수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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