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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 '공룡박사', "고래밥 사촌" 꼬리표에 “제조기술 달라” 항변

포장 디자인 아이디어는 영국이 원조? 우연의 일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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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3호 윤지원⁄ 2018.04.13 09:17:14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공룡박사'를 야심차게 출시했는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과자가 오리온의 스테디셀러 '고래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롯데제과가 지난해 말 출시한 과자 ‘공룡박사’가 최근 SNS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은 후기가 올라오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공룡에 푹 빠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콘셉트"라는 호평이 대부분이지만 경쟁사 오리온제과의 스테디셀러 ‘고래밥’과 흡사하다는 꼬리표 역시 따라붙고 있다. 여기에 공룡 종류별로 포장 디자인을 달리한 콘셉트가 외국 과자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롯데제과 측은 공룡박사가 오랫동안 야심차게 기획한 브랜드이며, 형태를 구현하는 기술만 1년 넘게 공들인 제품인데 괜한 오해를 받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공룡 배우는 재미’ 앞세운 전략 브랜드

 

‘공룡박사’는 롯데제과가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겨냥해 출시한 과자다. ‘핫치킨 맛’과 ‘양념바베큐 맛’의 두 가지 맛으로 출시됐는데, 밀가루와 감자, 옥수수 등이 섞인 혼합 전분을 유탕 처리해서 각각 다른 시즈닝을 뿌린 스낵 제품이다. 과자는 통통하게 부푼 형태이며, 표면은 얇지만 단단해서 입안에서 씹으면 바삭한 식감을 준다.

 

공룡박사의 가장 큰 특징은 과자의 모양에 다섯 종류 공룡의 형태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수많은 공룡 중 티라노사우르스, 알로사우르스,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르스, 울트라사우르스 5종 공룡이 지닌 외형적 특징을 과자의 실루엣에 각기 다르게 묘사했고, 이들 모두 한 봉투에 골고루 섞여 있어 과자를 집을 때마다 매번 다른 공룡을 고르는 재미가 있다.

 

공룡박사는 다섯 종류의 공룡 모양을 묘사한 과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윗줄은 핫치킨맛, 아랫줄은 양념바베큐맛 제품이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봉투 안에는 공룡 5종 과자가 모두 들어있지만, 봉투 포장은 서로 다르게 디자인됐다. 5종의 공룡 각각을 주인공으로 하는 5종의 디자인으로 판매된다. 두 가지 맛 포장의 색상이 다르니 모두 10종이 있는 셈이다. 또 각각의 포장에는 해당 공룡에 대한 설명이 다르게 기재됐다. 예를 들어 전면에 트리케라톱스가 크게 그려진 포장의 뒷면에는 트리케라톱스의 생존 시대, 식성, 크기, 발견지, 간단한 소개 등이 약 4분의 1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제품명이 왜 ‘공룡박사’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포장 앞면에는 “트리케라톱스와 함께 똑똑한 공룡박사가 되어보세요!”라고 적혀 있다. 아이들은 지금 집어든 과자가 어떤 종류의 공룡인지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포장의 설명을 통해 해당 공룡에 대해 자세히 배울 수도 있다.

 

이쯤 되면 포장을 공룡 종류별로 달리하면서 내용물은 모두 섞어놓은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제법 영리한 아이디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트리케라톱스 포장의 과자를 먹던 아이가 울트라사우르스에 관해서도 더 알고 싶어 한다면? 부모는 스마트폰에서 검색한 지식을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기왕이면 울트라사우르스 포장의 공룡박사를 원할 것이다. 포장의 재미와 지식은 아이의 차지고, 여분의 과자는 부모의 맥주 안주가 될 것이다.

 

공룡박사는 롯데제과가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브랜드다. 공룡에 열광하는 아이들이 많고, 다양한 공룡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구별하고 배우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데서 시작된 기획이다. 롯데제과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공룡박사 스낵은 앞으로 이 브랜드로 내놓을 다양한 제품군의 1번 타자이며, 향후 쿠키나 초콜릿 등 다양한 제형의 제품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공룡박사 스낵이 지금처럼 5종의 공룡으로 구성된 이유는 까다로운 성형 기술 때문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유탕 처리하는 과자로서 지금처럼 뚜렷이 구별되는 외형의 특징을 드러내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몰딩(금형)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면서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선정된 후보 공룡 목록에는 익룡도 있었고 종류가 많았지만 몰딩으로 만족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지금의 5종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많은 종류의 공룡들은 향후 다른 제형의 과자 제품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룡박사 한 봉투 안에는 다섯 종류의 공룡 모양 과자가 모두 들어있지만, 포장에는 각 공룡이 한 마리씩 디자인되어 있다. (사진 = 윤지원 기자)

다양한 마케팅 시도…네티즌 ‘괴식’ 인증으로 관심 높아져

 

롯데제과에 따르면, 공룡박사는 멀리까지 내다보는 기획으로 야심차게 출시한 브랜드다. 따라서 마케팅에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만큼의 뚜렷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는 않다. 다만 4월 들어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공룡박사 시식 후기가 올라오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신상 먹거리는 뭐든지 일단 리뷰하고 보는 소위 얼리어‘먹’터(얼리어답터를 응용한 말장난)들 중에서도 공룡박사 시식 후기를 공유한 사람들이 있다. 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 특히 엄마들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공룡박사 시식 후기를 꾸준히 올려왔다. 아이들 간식을 고민하는 부모에게 새로운 먹거리 시식 후기는 유용하고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관심을 표현하는 댓글도 활발하다.

 

이러한 후기에 달린 반응을 보면, 공룡을 사랑하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여타 과자 후기들에 비해 공룡박사에 관한 관심이 좀 더 높은 편이며, 제품에 대한 평가 또한 맛이나 영양보다는 공룡 콘셉트가 아이들에게 환영받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는 공룡박사를 밥과 함께 먹는 인증 게시물 올리기 이벤트를 벌였다. (사진 = 네이버 '악어팬까페' 웹사이트 캡처)

그런데 4월 들어 갑자기 인터넷 상에서 공룡박사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4월 1일, '마크에이지‘라는 사설 MMORPG 게임 관련 유튜브 방송에서 공룡박사와 게임 아이템을 연계한 PPL을 진행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PPL과 관련해 누군가 공룡박사를 밥에 비벼서 먹어 봤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해 화제가 됐고, 이를 실천해 커뮤니티에 인증하면 혜택을 주자는 다소 장난스런 이벤트가 시작됐다. 이날 약 3시간가량 진행된 생방송을 평균 9만 명 정도가 동시 시청한 만큼 이 이벤트는 파급력이 적지 않았다.

 

이날 이후 해당 방송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룡박사를 밥에 비벼먹었음을 인증하는 게시물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고, 재미있다거나 자기도 해봐야겠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또한, 다른 커뮤니티 및 SNS 등에서도 이 놀이가 화제가 되면서 공룡박사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고래밥’ 사촌? “따라한 것 아니야”

 

아이들과 간식을 나눠 먹은 엄마들이건, 밥에 비벼 먹어본 게임 팬들이건, 공룡박사를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동소이하다. 여러 종류의 공룡이라는 콘셉트가 아이들을 사로잡겠다거나,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시즈닝이 많아서 짜다는 의견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장 빈번한 반응은 공룡박사가 오리온의 ‘고래밥’과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두 과자를 비교하는 반응이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공룡박사를 체험해본 소비자들은 대부분 ▲한 개의 제품 포장 안에 여러 가지 동물 모양의 과자가 섞여있다는 점 ▲통통하게 부풀린 형태가 기본이라는 점 ▲얇고 단단해서 식감이 바삭하고 시즈닝으로 짭짤한 맛을 더했다는 점 ▲시즈닝 없는 과자의 색깔이 거의 똑같다는 점 등을 고래밥과의 유사점으로 꼽는다.

 

반면 두 제품의 차이점으로는 ▲공룡박사 과자 한 알의 크기가 고래밥보다 크고 ▲고래밥이 더 바삭하며 ▲공룡박사의 시즈닝이 더 많고 짜다는 것 등이 지목됐다.

 

롯데제과 측은 소비자들이 두 제품을 유사한 것으로 보고 비교하는 것을 섭섭하게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공룡박사는 고래밥과 엄연히 다른 제품”이라는 게 롯데제과 측의 항변이다.

 

공룡박사 양념바베큐맛과 고래밥 볶음양념맛 과자를 한 데 섞어보았다. (사진 = 윤지원)

"기존 제품 이미지가 강할 뿐, 제조 기술 판이해"

 

롯데제과 관계자는 “공룡박사와 고래밥은 콘셉트가 다를 뿐 아니라 과자의 조리법, 그에 따른 제조 기술 등이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공룡박사는 과자 반죽을 몰드로 성형해서 기름에 튀겨내는 유탕 처리 제품인 반면, 고래밥은 성형한 반죽을 구워서 조리한 뒤 표면에 기름을 바르는 유처리 제품이다. 이 관계자는 “공룡박사의 성형 기술은 과자를 튀기는 과정에서 부풀어 오르는 과자가 디테일한 형태를 유지하고, 잘 부서지지 않게 하는 기술”이라며 “적합한 몰딩 기술 개발에만 1년 이상 걸렸을 뿐 아니라 고래밥에 적용되는 기술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과거 허니버터칩 붐에 편승한 수많은 ‘미투’ 제품들은 개성을 감추고 저마다 허니버터칩처럼 보이려고 해서 문제였던 것”이라며, “공룡박사는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공룡을 과자에 담기 위해 시작한 기획이고, 마케팅 역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있는 독자적인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제형과 식감이 유사한 것을 문제 삼는다면 수많은 감자칩 종류나 껌 종류도 다 문제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두 제품의 제조기술이 다르다는 것은 고래밥 제조사인 오리온 측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공룡박사와 고래밥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소비자 반응에 대해 들어보긴 했지만, 고래밥을 따라한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조방식 같은 기술적 측면에서 우리가 문제 삼거나 신경 쓸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같은 지적을 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롯데제과 관계자는 “고래밥은 30년 이상 사랑받아왔고 공룡박사는 출시된 지 반년도 안 됐으니, 소비자가 낯선 것을 익숙한 기존 제품과 쉽게 연관 짓는 것은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공룡박사가 앞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고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가 뚜렷해지면 소비자도 대등하게 바라봐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제과기업 캐드베리(Cadbury)가 2012년 출시한 '미니 애니멀스: 다이노소어즈' 포장. (사진 = www.ocado.com 쇼핑몰 상품 이미지)

포장 디자인 콘셉트, 영국이 먼저다?

공룡 관련 제품들 전략 비슷해

 

한편, 고래밥과의 유사성 논란과는 별개로, 공룡박사의 독특한 포장 디자인 아이디어에 관한 다른 의문도 제기됐다.

 

CNB저널이 취재 과정에서 받은 제보에 따르면, 194년 역사의 영국 제과 회사 캐드베리(Cadbury)가 지난 2012년 이와 유사한 포장 방식으로 공룡 테마 과자를 출시한 사례가 있다.

 

캐드베리의 ‘미니 애니멀스’라는 비스킷 시리즈는 하나의 큰 포장 안에 4~6개 정도의 미니백 포장이 들어있는데, 미니백의 포장이 각각 다르게 디자인됐다. 미니 애니멀스 시리즈는 사자, 코끼리 등의 동물 모양 비스킷이 골고루 담긴 평범한 제품 외에 박쥐나 두꺼비 같은 할로윈 관련 동물들을 테마로 한 ‘할로위니즈’, 공룡들을 테마로 한 ‘다이노소어즈’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중 다이노소어즈 제품 안에 든 6개의 미니백 포장은 각각 다른 종류의 공룡 캐릭터를 한 마리씩 주인공으로 그려 놓고, 그 옆에 캐릭터 설명을 달아놓은 방식이어서 공룡박사의 포장과 유사하다.

 

예를 들어 익룡 캐릭터가 주인공인 포장 디자인에는 익룡 그림과 함께 “익룡 테리: 테리는 언제나 잘난 척하며 날아다녀요. 자주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른 친구들이 찾아 나서야 해요”라는 캐릭터 소개 글이 적혀 있다. 티라노사우르스가 주인공인 포장에는 “티라노사우르스 트래비스: 자기 종족의 이름에 ‘폭군’이라는 뜻이 있어서인지, 트래비스는 자기가 진짜 왕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을 괴롭혀요”라고 적혀있다. 그밖에도 트리케라톱스인 트루디, 스테고사우르스인 스파이크, 디플로도쿠스인 데이지 등이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미니 애니멀스: 다이노소어즈' 미니백 중 티라노사우르스 트래비스 디자인의 포장. (사진 = www.mummymummymum.com 블로그 화면 캡처)

또 각각의 미니백 포장에는 해당 공룡과 관련된 재미있는 토막 상식이 설명되어 있다. 예를 들어 “티라노사우르스의 이빨 하나는 과도와 맞먹는 크기였다”는 사실 등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모양의 공룡 과자를 접하면서, 공룡에 대한 지식도 배우는 용도로 포장을 활용했다는 점이 공룡박사의 포장 콘셉트와 유사하다는 의문이 생길만 하다.

 

CNB저널이 확인해본 바로는 해당 제품이 출시된 것은 적어도 2012년 9월 이전이다. 따라서 만약 어느 한 제품이 다른 제품을 따라한 것이라면, 포장 아이디어의 원조는 공룡박사가 아닌 미니애니멀스: 다이노소어즈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런 제품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명했다. 내부에서 알아본 결과, 공룡박사 브랜드를 개발한 팀에서도 CNB저널의 취재 요청 이전에는 해당 제품에 대해 몰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공룡박사는 스낵 제품 하나로 끝날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장할 브랜드로, 롯데제과가 오랫동안 신중하게 준비한 프로젝트”라며 “그런 중요한 사업의 첫발을 내딛는데 디자인 도용 같은 얕은 차원의 속임수를 쓸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한 가지 제품을 포장만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은 아니다”라며 롯데제과의 해명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그는 “완구 매장에 가 보면 공룡 소재 제품들은 학습 효과가 중요하며, 공룡의 종류를 구별해 아이들의 수집 욕구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기획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공룡박사의 포장 디자인 아이디어 역시 그러한 효과를 노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며, 관련 상식을 기재하는 아이디어가 겹친 것도 우연의 일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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