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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태원 SK 회장의 두 가지 실험

그의 ‘공유 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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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84호 도기천 기자⁄ 2018.04.23 10:25:06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하이난다오 BFA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 회장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중소기업과 협업하는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대해 역설했다. 사진 = SK제공

(CNB저널 = 도기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공유와 혁신’ 플랜이 속도를 내고 있다. ‘10만 사회적기업’ 양성을 목표로 스타트업·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넓히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기업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0년 된 서린동 사옥도 구글·페이스북 사무실처럼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전면 리모델링한다. 최 회장의 이런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들어 최태원 회장만큼 주목받는 재계 인사는 없다. 최 회장의 평소 지론인 ‘사회적 기업론’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과 접목되면서 그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보아오(博鳌)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언급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쉬리룽 코스코해운 회장 등 글로벌 CEO 50여명이 참석한 좌담회에서 최 회장은 한국 재계 대표로 발언권을 얻었다. 이 자리에 한국기업인들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과 홍원표 삼성SDS 사장, 심은수 삼성전자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등이 참석했다. 


최 회장은 “대기업 보유 자산을 스타트업·중소기업과 공유하고 사회적 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은 시 주석의 국가 비전인 ‘인류 운명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의미 있는 실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천명해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때에 나온 그의 발언은 울림이 컸다. 대립과 갈등, 국경을 넘어 ‘나눔경제’를 실천하자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기업 자산을 사회와 나누는 공유 인프라, 대기업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풀뿌리 생태계 조성 등을 예로 들었다. 자신의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 중문판 500권을 참가자들에게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SK그룹 서린동 사옥. 7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구글·페이스북 사옥 같은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앞서 최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Sudden Death)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Deep Change)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의 이런 행보는 SK그룹 곳곳에서 ‘조용한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 


SK는 서울 서린동 본사 사옥을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사옥처럼 열린 사무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지정 좌석과 칸막이를 없애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업무 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카페나 도서관 등을 갖춘 복합공간을 마련해 업무와 휴식 간 전환이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서린동 사옥, 구글·페이스북 사무실처럼


오는 7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데, 지하 4층부터 지상 35층까지의 모든 공간을 새로 단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국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 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공유 인프라’ 확대에 따른 것이다. 공유 인프라는 유무형의 기업 자산을 사회와 공유하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같은 조직과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일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협업과 공유’를 활성화하는 환경으로 업무 공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K주유소에서 택배·먹거리 공유 


주요계열사들도 속속 최 회장의 공유 플랜을 현실화 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최근 SK주유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서비스 플랫폼’으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전국 3600여개의 주유소를 물류 대기업 및 스타트업 등과 연계해 사회적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 이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주유소 상상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됐다. 약 40일간 응모를 통해 1만건 가까운 아이디어가 나왔다. 


SK에너지는 우선 거점 주유소의 물류 허브화를 추진한다. 이를 위해 국내 최대 물류회사인 CJ대한통운과 사업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의 창업 지원, 실버 택배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또 ‘드라이브 스루(차에 탄 채로 서비스 이용)’를 활용해 지역 소상공인들을 주유소 자산에 입주시키는 등 지역경제와의 상생을 추진한다. 주유소에서 택배 물건을 받고, 차를 탄 채로 청년푸드트럭에서 만든 햄버거를 사는 식이다. 최 회장은 이번 보아오 포럼에서 이 프로젝트를 사회적 공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다. 

 

구글 사무실 전경. 협업과 공유, 일과 휴식이 사무 공간에 어우러져 있다. 사진 = CNB포토뱅크

SK하이닉스는 자사의 반도체 자산을 관계 협력사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협력사들을 위한 ‘공유인프라 포털’을 새롭게 오픈한다. 협력사들은 해당 포털에서 SK하이닉스의 각종 반도체 노하우를 무상 혹은 시중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취득할 수 있다.  


이밖에 SK텔레콤은 대리점 유통망을 공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회적기업이 빈부격차·실업 해소” 


사회적기업과의 직접적인 연계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시에서 무상 기증받은 교복을 수선해 새제품의 10% 가격으로 판매하는 ‘행복교복 실버천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교복 수거, 세탁, 수선, 판매 등 운영의 대부분은 65세 이상의 어르신을 통해 이뤄져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매년 해오던 ‘김장 나눔’에도 2015년부터는 ‘사회적 경제’의 의미를 부여했다. 작년 연말에는 8개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김치 5만6000포기를 구매한 뒤, 먹거리나누기운동협의회를 통해 전국 1000여개 사회복지기관과 취약계층에게 전달했다. 


작년 연말에는 SK그룹이 SK행복나눔재단과 KEB하나은행과 손잡고 사회적기업 투자를 위한 국내 최초 민간펀드인 ‘사회적기업 전문사로 투자신탁1호’를 개설했다. 


SK는 매년 100여개 안팎의 사회적기업을 선정해 ‘사회성과 인센티브’ 형태로 5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이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그의 실험, 재벌 편견 허물까


최 회장이 이처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집착하는 데는 빈부격차와 실업 등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공유 경제’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10만 사회적기업 창업’을 장기 비전으로 삼고 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상생’을 국정철학으로 갖고 있는 문 대통령과 코드가 잘 맞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수출대기업 지원 중심’의 성장 전략을 ‘사람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자리 안정 등 삶의 질을 높여 바닥에서부터 경제를 선순환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실례로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열린 청와대 주최 기업인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회적기업인 ‘전주빵카페’ 사례를 들었는데, 문 대통령은 SK의 사회적기업 성과에 대해 묻는 등 관심을 보이며 “지원 법안을 정부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작년 연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특사 자격으로 방문하기 직전에 임 실장을 만나 각종 경제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SK 사정에 밝은 한 재계 고위인사는 CNB에 “최태원 회장이 유독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며 “장학사업의 아버지로 불리는 최종현 선대회장(최태원 회장의 부친)은 70년대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해 수많은 한국의 인재를 선진국의 최고 교육기관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1973년 시작된 ‘장학퀴즈’를 40여년 간 후원했다. 그의 인재양성의 꿈이 오늘날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기업 후원의 바탕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그가 넘어야할 산은 여전히 높다.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5%(약1700개 기업)에 불과하다. 주요선진국이 5~10%를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사회적 관심이 낮다보니 정부 지원도 턱없이 모자란다.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그의 의지를 ‘이벤트’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런 여러 난관을 ‘공유경제’의 틀 안에서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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