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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의 골프만사] 런던 택시운전사 토니의 행복한 VIP골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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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0호 김덕상 (사)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8.06.04 09:33:56

(CNB저널 = 김덕상 (사)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지난 30년간 약 1700회 라운드를 하며 국내외에서 정말로 많은 골퍼들을 만났다. 유명 프로 선수도 만났고, 후배에게 골프를 지도하는 태국 남자 캐디도 만났으며, 골프 때문에 공무원 신분을 거침 없이 벗어던진 회계사도 있었고, 71세 고령에 입문하여 라운드 10번 만에 보기 플레이를 기록한 노인 골프교실 제자도 있다.


시각장애인이면서 골프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음반을 여러 개 발표한 복음성가 가수 겸 성공학 강사가 된 노처녀도 있다. 그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 운전이 본업인지 골프가 본업인지 헷갈리는 런던 택시 운전사 토니의 행복한 골프 인생을 먼저 소개하고 싶다.


25년 전 이야기다. “굿모닝, 히드로 공항으로 갑시다.” 북아일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런던 호텔을 나와 택시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나는 운전사가 던진 첫 번째 질문에 눈이 둥그렇게 떠졌다. “How is your shortgame?(숏게임은 어떠십니까?)” 도저히 택시 운전사로부터 들을 수 있는 인사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골프에 관한 한 무척이나 행운아인 나는 1년에 한두 차례는 꼭 골프채를 들고 여러 나라에 출장을 갈 수 있었고, 덕분에 당시 나는 20여개 국의 골프장에서 300여 라운드를 해보았다. 안정되게 80대를 칠 무렵부터 옷가방은 없어도 골프채는 꼭 가지고 다녔다. 아까운 외화를 골프채 빌리는 데 쓸 수 없다는 위장된 애국심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그 좋아하는 골프 한 타라도 더 잘 치기 위해서 클럽을 가지고 다닌 것이다.

 

“마중나오지 말라”고 엄명하는 일본 VIP들


“저는 캐디백과 항공 커버만 봐도 핸디캡이 어느 정도 식별됩니다. 하하하. 저는 핸디캡이 2입니다. 한때 프로로 도전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상금으로 먹고 살기는 힘들 것 같아 포기하고, 적당히 일하며 골프를 즐기기 위해 택시 운전을 합니다.” 주니어 선수로도 활약했었다는 그는 택시 운전하는 시간보다 돈을 받고 골프장에서 플레이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했다. 특별히 일본 회사의 CEO급 단골 고객이 많다고 하였다.


“일본에서 출발하기 전에 저에게 국제 전화가 옵니다. 몇 시에 무슨 항공 편으로 도착하니, 공항에서 자기를 픽업해 시차 적응도 할 겸 함께 라운드를 하자는 것이지요. 둘이서 라운드를 할 때 필드 레슨을 해드리지요. 공항에서 만나 라운드 후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모셔드리는 시간까지 택시를 대절한 것으로 카운트해서 요금을 받습니다. 물론 그린피는 고객이 함께 부담하고 대신 필드 레슨비를 따로 받지는 않습니다.”

유서깊은 런던은 택시도 개성있다. 사진 = Øyvind Holmstad 

일본인 중역들은 회사 주재원들에게 공항에 나오지 말라고 엄명을 한다. 그리고 핸디캡 2인 토니로부터 필드레슨을 받으며 긴 여행의 시차 조절을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맛을 본 고객들은 꾸준히 자기를 찾는데, 어떤 때는 고객들이 겹쳐서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까지 생긴다고 했다. 또한 자기 회사의 CEO나 중역들이 좋아하는 기사 골퍼라는 것을 알고 주재원들조차도 함께 골프 치자고 몰래 연락을 해오기 때문에 무척 바쁘다고 했다.


실제로 나 또한 토니에게 필드 레슨을 받아보려고 신청했지만, 선약이 꽉 차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택시 운전사 골퍼 토니. 그는 걸어 다니는 관광 홍보 요원이고 민간 외교관이며, 훌륭한 골프 코치이고 돈 벌며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골치 아프게 국정에 시달리는 대처 수상보다 제가 훨씬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습니다”라고 내게 말했다. 틈틈이 불우이웃돕기에도 동참한다는 토니는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 멋진 골퍼로서 지금도 행복한 골프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를 통해 얻은 교훈은, 골프도 인생도 행복하게 즐기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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