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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전자 vs. 쿠첸, 해묵은 밥솥 특허분쟁 승패 향방은?

미래전략으로 렌탈 vs 유아가전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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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94호 윤지원⁄ 2018.06.28 10:52:04

쿠쿠전자의 광고모델 김수현(왼쪽)과 쿠첸의 광고모델 송중기. (사진 = 쿠쿠전자, 쿠첸)

전기밥솥 시장의 라이벌 쿠쿠전자와 쿠첸의 오랜 특허 분쟁에서 법원이 또 한 번 쿠쿠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6월 쿠쿠전자가 처음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후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벌써 만 5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수년째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다툼일 수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더 이상 해당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지 않고 있는 데다 제2의 도약을 위한 새로운 활로 개척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소모적인 분쟁은 무의미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체된 시장 속, 해묵은 라이벌 구도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시장의 규모다. 전기밥솥 내수 시장은 연간 약 5000억~6000억 원 규모인데 2014년 무렵부터 좀처럼 성장하지 않고 있다. 전기밥솥 보급률이 95%를 훌쩍 넘는 데다 전기밥솥의 내구성이 점점 좋아져 수명이 7~10년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시장 점유율이다. 전기밥솥 내수 시장은 쿠쿠전자와 쿠첸, 양대 기업의 과점체제다. 부동의 시장 점유율 1위인 쿠쿠전자가 65~70% 정도, 2위 쿠첸이 30~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치냉장고로 유명한 대유위니아가 2015년 ‘딤채쿡’으로 출사표를 던지고, 그 외에도 대웅모닝컴, 키친아트 등이 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세 번째는 쿠쿠전자와 쿠첸의 라이벌 구도다. 두 회사는 모두 1970년대에 출범한 생활가전 전문업체이고, 대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2세 경영 체제 및 지주회사 체제에 들어섰다는 점 등 비슷한 면이 많다. 마케팅 측면의 경쟁도 볼만하다. 쿠쿠전자와 쿠첸은 각각 김수현, 송중기라는 톱클래스 한류스타를 전속 모델로 내세워 중국 및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두 회사는 모든 면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지속해왔지만 국내 시장 경쟁에서 쿠쿠전자는 한 번도 쿠첸에 1위를 내 준 적이 없다. 하지만 쿠첸 또한 30% 전후의 점유율에서 눈에 띄게 밀린 일도 드물다.

 

두 회사는 신기술 개발이나 신제품 발표에서도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 왔다. 전기밥솥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디자인이나 가격이 아니라 밥맛, 즉 제품의 기술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순위 1, 2위가 오랫동안 고정된 것은 쿠쿠전자가 쿠첸보다 기술력이 월등해서라기보다 제품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추세에 있고, 게다가 전기밥솥이 본래 수명이 짧은 제품이라고 가정한다면, 시장 순위는 그동안 몇 번이나 요동쳤을지도 모른다. 두 회사가 신기술 및 특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쿠쿠전자의 원터치 분리형 커버(위)와 쿠첸의 분리형 커버.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함. (사진 = 쿠쿠전자, 쿠첸)

특허 분쟁, 만 5년 넘게 지지부진

 

쿠쿠전자와 쿠첸은 2013년 6월부터 본격적인 특허 분쟁을 시작했다. 당시 쿠쿠전자가 쿠첸을 상대로 증기배출장치 문제 해결 기술과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에 대한 안전 기술 부분 등 두 건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하면서 부터다.

 

이에 대해 쿠첸은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거나 해당 특허에 대한 권리범위확인 심판을 제기하며 맞섰다. 그 결과 증기배출장치 문제 해결 기술과 관련해서는 쿠첸이 특허심판원의 인용 심결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에 대한 안전 기술과 관련해서 법은 주로 쿠쿠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최근의 판결은 지난 6월 21일에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63부(박원규 부장판사)는 2015년 쿠쿠전자가 법원에 제기한 ‘분리형 커버’ 기술에 대한 특허 침해 금지 및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쿠쿠전자 측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쿠첸이 쿠쿠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한 데 따른 피해액 35억 6000만 원을 쿠쿠전자에 배상하라”며 “쿠첸 측이 쿠쿠전자의 특허 기술을 적용한 밥솥의 생산이나 전시 등 상업 활동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창고에 보관 중인 관련 제품이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설비도 모두 폐기하라는 판결이었다.

 

오랫동안 쟁점이 된 특허 기술은 전기압력밥솥의 내솥 뚜껑이 분리된 상태를 감지하고 분리된 경우 안전을 위해 동작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존 전기압력밥솥은 내솥 뚜껑이 분리되지 않는 설계로 세척이 용이하지 않아 위생 문제가 있었다. 용이한 세척을 위해 분리형 뚜껑을 적용할 경우에는 고온·고압을 내는 전기압력밥솥의 특성상 뚜껑이 견고하게 닫히지 않으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에 위생과 안전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쿠쿠전자가 2012년 출시한 풀 스텐 분리형커버 제품. (사진 = 쿠쿠전자)

“독자적 특허 인정해야” vs. “특별한 기술 아니고 원리도 달라”

 

해당 기술의 특허 문제와 관련해 쿠쿠전자 측에서는 "분리형커버는 제품의 안정성과 위생, 청결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만든 기능"이라며 "2008년 시장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매출을 일으키며 현재 밥솥시장을 75% 점유할 수 있는 발판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쿠첸 측은 “분리형 커버는 일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채택했고, 쿠첸도 1980년대부터 채택해온 방식”이라며 “또한 쿠첸의 ‘클린 커버’는 쿠쿠전자의 분리형 커버와 전혀 별개의 결합구조를 가지고 있어 작동 원리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2015년 특허심판원은 쿠첸이 제기한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를 기각하며 “이 사건 심판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있으며, 특허발명은 자유실시기술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제1항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설명해 쿠쿠전자의 입장을 옹호했다.

 

이에 따라 쿠쿠전자는 해당 특허에 대해 특허 침해 금지 및 손배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고, 이번에 35억여 원의 배상금 판결이 나온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를 두고 앞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쿠첸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므로 반드시 항소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쿠첸은 덤덤하게 반응하고 있다.

 

쿠첸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관해서는 현재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아직까지 항소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 “2017년 이후 쿠첸은 모든 관련 제품에 해당 기술을 대체하는 진일보한 기술을 적용해 생산해왔기 때문에 판매금지에 해당되지 않고 따라서 영업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전망”이라고 밝히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쿠첸 차콜 파워 3중 패킹 내솥 커버. (사진 = 쿠첸)

밥그릇 싸움보다 새로운 사업에 집중해야

 

한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이 5년이나 이어진 것에 대해 “분쟁 대상이 된 특허 기술은 특별히 상용화가 까다로운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볼 수 없으며, 쿠쿠전자 역시 지금은 해당 특허 기술이 아닌 개량된 기술을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두 회사는 35억 원의 손해배상금때문이 아니라 경쟁 회사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소송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식습관 변화, 인구 증가율 감소 등으로 인해 전기밥솥 내수시장 확장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두 회사는 소모적인 법정 싸움보다 최근 새롭게 발 딛은 신성장 사업 영역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매년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데 따른 분석이다.

 

쿠쿠전자의 경우 전기밥솥시장에서의 실적이 둔화되는 데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정수기 등 렌탈사업에 뛰어들었고, 최근 이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쿠쿠전자는 해외 시장에서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다각도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에서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수출 계약 및 렌탈 정수기 론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렌탈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 쿠쿠전자는 지난해 말 렌털 업체인 쿠쿠홈시스를 분할 상장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했다. 그리고 구본학 대표가 직접 쿠쿠홈시스의 사업 확대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현재 쿠쿠홈시스의 렌탈 부문은 지난해 기준 국내 가입자 수 117만, 말레이시아 27만 등 총 144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어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로 신시장을 개척하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약 40만 가입자를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

 

쿠첸은 프리미엄 유아 가전 제품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올해 젖병 소독기, 분유 포트 등을 출시한다. (사진 = 쿠첸)

쿠쿠는 렌탈, 쿠첸은 유아용 가전에 미래 걸었다

 

쿠첸은 지난해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3% 하락하고 영업 손실 76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데 따라 약 77%에 이르는 전기밥솥 의존도를 낮추고 사업 다각화를 생존 전략으로 택했다.

 

이를 위해 쿠첸은 올해 유아용 분유포트, 식기건조기 등 유아 가전 시장을 새로운 공략 분야로 잡았다. 지난해 4월 특허청에 ‘쿠첸 쿠베’라는 상표를 등록한 쿠첸은 올해 안에 유아용 전기 소독기를 출시하고, 향후 분유포트, 이유식 밥솥 등 유아가전제품 라인을 점차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을 위시한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중국의 영유아 관련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약 65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그 중에서도 유아 가전 시장은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쿠첸은 주방 가전, 특히 프리미엄 전기밥솥 분야에서 오랜 시간 기술과 경험을 축적해 이를 바탕으로 전기레인지 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을 누르고 1, 2위를 다투고 있다”면서 “이러한 노하우는 분명 유아 가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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