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김재화 골프 만사] 골프를 소비적 + 가정적으로 만드는 참기름 상

  •  

cnbnews 제596호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8.07.16 10:02:23

(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광고 카피에서 뻥은 안 된다. 그렇다면 2018년 7월 현재 드라이버 비거리는 대략 1km, 즉 1000미터는 돼야 한다. 나의 골프 입문 때인 30여 년 전, 당시 광고도 “이 클럽은 종전 것보다 30야드(약 27미터) 더 나간다”이었으니까. 


나도 ‘가장 많이 날아가는 채’를 부리나케 샀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세상 골프채는 죄다 그 광고문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수시로 새 모델을 출시하면서 매번 30야드 더 나간다고 떠들어댔다. 그랬으니 30년 동안 늘어난 거리를 합하면 어중 잡아도 1km는 족히 나가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말은! 

 

프로 아마추어 공히 그들의 영원한 로망은 친구보다 공을 멀리 치는 것이다. 하긴 동반자 중 드라이버를 멀리 보내면 그 자가 환장하도록 부러워진다. 드라이버로 친 공이 빨랫줄처럼 쫙쫙 뻗어나가라는 뜻에서 심지어 빨랫줄 삶은 물을 라운드 전에 마신 사람이 있을 정도라니 할 말 다했다. 

 

드라이버 쇼 대회가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골프가 비거리만 갖고 순위를 정하는 것도 아닌데, 사생결단 식으로 비거리 늘리기 비법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마추어들의 공통된 ‘거리관’이다.       

 

장타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골프 숍 중 토요일, 일요일 밤 등 휴일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열어두는 업소가 더러 있는데, 이들이 괜한 52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게 아니다. 어김없이 콧바람 씨근대고, 뭔가 욕설 비슷한 소리를 중얼대며 들어오는 중년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들은 ‘멀리 나가는’ 드라이버를 한 자루씩을 사 가는데, 백 수십만 원이 넘는 제품을 값도 깎지도 않고 그저 ‘그 놈만 이기면 된다’며 구입한단다. 그날 낮 라운드. 웬수 놈보다 자기 비거리가 짧은 걸 알고, 멀리 치는 채가 어떤 것인지 슬쩍 봤다가 거금 투척을 하는 것. 

 

참 답답하다. 값비싼 채 순서대로 공을 멀리 보내면 지구 위의 최고 장타자는 ‘꿈의 300야드 시대’를 연 존 댈리나 무려 463야드 기록한 세계 장타 1위 더스틴 존슨, 400야드 이상을 밥 먹듯 보내는 개리 우드랜드나 필 미컬슨도 아니고 따로 있어야 한다. 가장 돈 많은 빌 게이츠나 우리나라의 이건희 쯤이 세계 최장타자가 됐어야 맞다.

 

문도엽이 6월 29일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2라운드에서 1번 홀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PGA

받는 골퍼나 가족에게 모두 고소한 ‘참기름 상’ 
  
롱기스트 상이 있다. ‘메달’이나 ‘우승’보다 더 눈독 들이는 상이다. 부상은 주로 고소한 참기름(이도 비싸긴 하다)이 주어진다. 왜냐구? ‘공을 날리는 거리가 참 길음’의 의미이다. 웃으시든가 마시든가!

 

우리나라 안병훈도 드라이버 거리 랭킹 세계 18위(307야드)인데, 골프들의 실력 향상과 골프채의 끊임없는 진화로 평범한 민간인도 300야드를 펑펑 날리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들이나 나나 어디 골프 첨 쳐봤나. 알잖아! 골프가 결코 드라이버 비거리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맨 처음 했는지 모를 골프 명언 중 명언 ‘드라이버 이즈 쇼, 아이언 이즈 아트, 퍼터 이즈 머니’는 그 가치가 영원하리라 본다.

 

그러나 때로 ‘참기름’ 상도 받으시라. 그거 들고 집에 가면 아내들은 골프를 대단히 ‘가정적’인 스포츠로 알고 당신을 필드에 자주 내보내줄 테니까!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