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스 갤러리는 7월 28일~8월 18일 캐스퍼 강 작가의 개인전 ‘별의별의별의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소피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추상적 회화 총 40여 점을 선보인다.
캐스퍼 강은 초기작에서 한국 전통 민화를 정밀한 선과 건축 설계도와 같은 구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2016년 소피스 갤러리 개인전에서는 동양의 산수화를 대리석 가루와 아크릴을 섞은 후 물감을 올려 두터운 마티에르적 표현을 통해 추상적인 형태를 탐구하며 작품의 형태적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더 나아가 민화의 바탕인 한지를 다채롭게 실험한 추상 회화를 선보이며, 한지의 물성과 일시성, 형상과 비어 있음을 고찰한다.
캐나다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캐스퍼 강은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캐나다 교포로서 그가 느끼고 탐구한 한국 전통 시각 문화는 그의 작업적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는 초기작에서 민화의 형태를 분해하고 재구성하면서 점점 간결하며 절제된 형상으로 나아갔고, 그 과정에서 추상적 영역을 실험하게 됐다. 이후 민화의 밑바탕인 한지의 물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찰하면서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형상이 사라지고 완전한 추상적 회화에 이른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 한지를 그을리거나, 색이 있는 한지를 표백해서 번지는 듯한 효과를 내고, 또는 잘게 찢어서 그것을 접착제나 회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겹겹이 쌓아 입체적인 추상 회화를 제작한다. 한지와 접착제를 섞은 덩어리는 팔레트나이프로 떠내어져 화폭에 옮겨지고,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나타나는 새로운 형상은 자유롭고 간결하다.
또한 한지를 표백하거나 조심스럽게 태워 캔버스에 섬세하게 붙인 작품은 마치 한지가 소멸하기 전의 순간을 그대로 포착한 듯 생생하고 즉각적이다. 즉 캐스퍼 강은 한지가 사라지기 전 순간의 형상을 붙잡아 화폭에 일시성을 부여한다. 이런 일련의 작품 제작 과정은 작가가 명상을 하듯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점점 형상이 비워지고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그가 제작한 작업들은 한지라는 물질 그 자체의 특성을 버리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고, 독특한 구조적 가치를 획득한다.
소피스 갤러리 측은 “캐스퍼 강의 작품은 경험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에 앞선 것, 즉 선험적인 접근법을 통해 완성된다. 이런 과정에서 전통 민화를 향한 작가의 관심이 민화의 바탕이었던 한지의 탐구로 이어진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형상을 비워내고 완전한 추상적 영역으로 나아간 행보에 주목하며, 그의 회화가 전달하는 간결하고 자유로운 형상을 함께 사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