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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LH 10년 공공임대 시비’ 확산…이대로면 매년 1만세대 분쟁

文정부 ‘주거복지 로드맵’에 부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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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03호 도기천 기자⁄ 2018.09.03 10:22:26

수도권의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도기천 기자) 판교지구 부동산 시세 폭등에서 비롯된 ‘10년공공임대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CNB가 각 지역 10년공공임대 단지 156곳의 현황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해마다 평균 8855세대(민간사업자 분양분을 포함하면 최소 1만세대 이상)가 LH공사와 분양전환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대로라면 공공주택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로드맵’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 분양전환 아파트의 대표적인 유형은 5년공공임대와 10년공공임대다.


10년공공임대는 10년간 월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받는 제도다. 사실상 시세에 준하는 분양금액이다 보니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5년 임대거주 뒤 분양받는 5년공공임대는 건설원가와 감정가액의 평균치로 분양 받는데, 통상 주변시세의 70% 선에서 분양가가 형성되다보니 상대적으로 민원이 덜하다. 


CNB가 ‘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아파트연합회’(이하 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전국의 10년공공임대주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달 현재 총120개 아파트 단지에 7만1963세대(8월 입주예정인 3026세대는 입주완료로 계산)가 거주하고 있었다. 3인가족을 기준으로 잡으면 약21만명 규모다.  


또 2018년 9월~2020년 8월까지 향후 2년간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총36개 단지, 2만9252세대였다.


이를 전부 합치면 총156개 단지, 10만1215세대다. 한 세대의 구성원이 3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30만명이 넘는 서민들이 이 사안과 맞닥트려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경기도 성남시 판교 지역의 10년공공임대 단지다. 2009년 입주가 시작됐는데, 10년이 지난 시점인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분양전환이 시작된다. 내년 7월 판교원마을 12단지 428세대를 시작으로, 산운마을 11·12단지(9월, 1014세대), 봇들마을 3단지(10월, 870세대), 백현마을 8단지(11월, 340세대) 등 2652세대가 당장 내년에 적용되는 케이스다. 


이들은 입주 때보다 3배 가까이 높아진 시세로 분양 받거나 집을 비워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올해 초부터 서명운동, 1인시위, 청와대·국회청원, 대규모 집회를 열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남 무안군의 오룡마을(660세대), 경기도 화성동탄지구의 세강마을(503세대) 등이 내년 10월~11월에 분양전환이 실시된다. 


이후 2020년~2030년까지 전국의 9만7400세대가 순차적으로 분양전환 될 예정이다. 이는 해마다 평균 8855세대가 LH공사와 분양 전환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게 된다는 얘기다. 


여기다 부영 등 민간사업자가 시행하고 있는 임대 후 분양전환 주택까지 포함하면 최소 1만세대 이상이 매년 분양가 분쟁을 겪을 전망이다. 

 

임대 서민이 공기업 배불린 셈


판교에서 시작된 집단행동은 이미 전국적인 규모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13일 처음 열린 분양전환가 개선을 요구하는 광화문 집회 때는 판교지역 입주자들이 참석자의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2차집회부터 판교 외 지역의 참석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3000여명 규모의 지난 25일 3차집회에는 전국 40여개 아파트 단지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회에 따르면 전남 무안 오룡마을, 충남 천안 천년나무 7단지, 세종 첫마을 6단지, 세종 새뜸마을 7단지, 서울 강남세곡 5·7·8단지, 서울 서초 LH 4단지, 경기 시흥 목감 B-3블록, 경기 수원 호매실 5·15단지, 경기 수원 광교마을 40단지, 수원 광교 센트럴타운 60·62단지, 수원 광교 에듀타운 50단지, 수원 광교 호반마을 21·22단지, 경기 용인 광교마을 45단지, 경기 하남 미사강변 리슈빌, 하남 미사강변 24·25·29단지, 경기 고양향동 S-1·S-2블록 등의 입주민(또는 입주예정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서명운동도 전국단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14일간 전개된 청원에는 66개 단지 4만8425명이 참여했다. 청원서는 지난 9일 청와대와 각 정당(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에 접수됐다.   


연합회 김동령 회장은 29일 CNB에 “시세(감정가)대로 분양전환 한다는 것은 LH가 서민의 고혈을 짜서 폭리를 취하겠다는 논리”라며 “부당한 10년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가 산정방식을 5년공공임대 산정방식과 동일하게 개선하거나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가 정부의 초기 의도와 달리, LH가 집값 폭등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서민들은 그만큼 부담이 커진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공공임대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분을 임대거주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식의 현행 제도는 부동산 상승기에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주거안정에 역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판교 후폭풍…공공주택 로드맵 ‘휘청’  


실제로 작년 국감때 국토교통위 소속이었던 정동영 의원(민주평화당)이 LH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H가 판교에서 공공주택을 분양전환해 얻는 수익은 1조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의원은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해서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무주택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서인데, 판교신도시 공공주택은 LH가 서민에게서 집을 빼앗아 1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기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전환주택에도 분양가상한제 방식을 적용해 분양가를 제한하는 법안(자유한국당 윤종필·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안)과 5년공공임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자는 법안(민주당 민홍철 의원안)이 각각 발의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10년공공임대의 분양전환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LH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작년말 발표된 정부 개선책은 ▲분양전환 시 임차인과의 협의절차 의무화 ▲분양전환을 받지 못한 임차인의 임대기간 연장이 전부였다.


국토부는 최근 민원인들의 청원에 “임대차계약이 체결된 지 10여년이 지난 시점에 계약내용을 변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앞서 분양전환 한 수분양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연합회 측은 판교지역의 사례가 개정된 공공주택특별법(LH가 시행한 주택에만 적용)의 적용을 받는 첫사례라는 점에서 국토부의 소급적용 불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분양전환가를 낮춰줄 경우, 또다른 형태의 특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구병두 서경대 교수는 CNB에 “공공임대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주택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자는 것인 만큼, 분양전환 후 일정기간 전매를 제한하면 공공성도 살리고 매매차익으로 이익을 보는 사례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판교지역의 한 입주민은 CNB에 “처음 입주할 때 10년 후 아파트 가격이 이렇게 폭등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며 “10년을 버티면 내 집이 생긴다는 꿈을 안고 견뎠는데 결국 (초기 분양가) 3억짜리 집을 10억에 사야하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매년 10만 세대 이상의 공공주택을 보급할 계획인데, 이번 사태가 전국으로 번진 만큼 장기화 될 경우 마스터플랜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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