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예술가들을 한 쌍으로 묶어 비교 분석하는 ‘아티스트 커플 시리즈’ 책이다. 책의 주인공은 폴 고갱과 빈센트 반 고흐다. 두 작가는 함께 작업한 적이 있고, 회화에 관해 논쟁하다 서로 미워한 적이 있으며, 쌀쌀맞은 고갱의 태도에 고흐가 분을 삭이지 못해 자신의 귓불을 자르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서 살펴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에 의해 회화가 전통과 단절되고 근대에 들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 작가의 성격은 물과 불처럼 상반됐는데, 이들이 주고받은 ‘자화상’을 보면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갱의 자화상을 보면 성난 모습으로 고뇌에 찬 순교자처럼 표현됐고, 그는 자신을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에 비유했다고 한다. 사회를 위해 헌신하지만 지명수배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치는 신세였던 장 발장과 마찬가지로 본인도 회화를 위해 헌신하지만 사회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분노했던 것. 그는 고흐에게 보낸 편지에 “예술가의 영혼을 타오르게 만드는 격렬한 화염을 묘사하고자 했다”고 적었다.
자화상과 편지를 받고 고흐도 자신의 모습을 그려 고갱에게 답례로 보냈는데 ‘자화상(폴 고갱에게 바침)’이다. 고흐는 일본 판화에서 승려를 보고 자신의 머리를 깎았다. 자신이 회화의 세계에서 도를 구하는 수도승과 같다고 생각한 것. 고갱은 사회를 위해 희생하는 장 발장이었고 고흐는 회화를 위해 도를 구하는 수도승이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처럼 책은 두 작가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수백 컷의 도판을 실었다. 또한 두 작가의 습작들을 비롯해 드로잉, 밑그림, 도자기 등을 수록해 아마추어 작가에서 출발해 현대미술의 선구자로서의 명성을 얻기까지의 과정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김광우 지음 / 2만 5000원 / 미술문화 펴냄 / 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