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은 비교적 단순한 업무에서부터 시작해 천천히 인간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단순 반복 업무로 이뤄지는 일일수록 대체가 쉽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인 일, 예를 들어 음악이나 미술, 집필 등의 예술 분야의 일이나 인간과 인간이 대면해야 하는 일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공지능이 예술을 하는 미래를 이야기하며, 기계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시키는 일을 철저히 수행하는 것에 더 특화됐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창의성을 기계에 위임하면 펼쳐질 미래 위임의 천재, 인간은 인공창의로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책은 우리가 기계보다 ‘창의적’이라고 이야기할 때,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그렇다면 “기계는 이미 인간보다 훨씬 창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낸 수 또한 창의적인 수라고 꼬집는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 그리고 그 어떤 수보다 원하는 결과를 잘 이끌어낼 수 있던 수. 그 ‘기계의 한 수’는 인공지능이 이미 창의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는 주장이다.
1부는 빅뱅에서부터 물질, 생명, 인간이 만들어지고 인간이 물질에 의미를 부여하는 진화적 과정으로 인공창의가 형성되는 것을 설명한다. 2부는 인간의 창의성, 창의적 결과는 무엇인지 다양한 예와 과정을 들어 설명한다. 3부는 실제로 기계 또는 인공창의로 상징되는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예술적 결과물들을 갖고 인공창의의 수준과 능력,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한다. 4부는 인공창의 시대에 인간의 삶과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지,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저자의 주장은 예술과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경험과 선택이라는 결과론적 접근을 통해 펼쳐진다. 완벽한 근거와 보편적 논리전개를 가지기보다는, 보다 높고 다양한 가능성에 비중을 둔다. 최종적으로 “인공지능이 예술을 계산하는 세상, 알고리즘은 이미 다빈치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재박 지음 / 1만 7000원 / MID 펴냄 /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