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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기기보다 사람이 더 재밌다”…제주항공 ‘펀 서비스’ 등 인기

저가항공에 확산…장거리엔 ‘각자 스마트 기기에 스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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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1호 윤지원⁄ 2018.10.24 11:24:36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객실 승무원들이 직접 승객과 소통하며 즐거움을 나누는 다양한 객실 이벤트가 어느덧 10년에 달하며 저가항공사 특유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사진은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제주항공의 'JJ 펀서비스 팀'(왼쪽, 오른쪽 위)과 이스타항공의 기내 이벤트 팀.(사진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저가항공사들이 앞좌석 모니터, 헤드폰 등 그 동안 대형항공사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되어 온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승객들과의 레크레이션이나 미니 콘서트 등 객실 승무원들의 아이디어와 재치로 시작된 감성적인 객실 이벤트는 저가항공사 특유의 매력적인 소통 문화로 여겨지며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승객 대부분이 소유한 개인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영화, 게임 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며 중·장거리 노선에서의 경쟁력까지 제고하고 있다.

 

 

제주항공 JJ 펀 서비스 팀 ‘발상의 전환’

 

17일 제주항공은 기존 대형항공사와 차별화된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위해 객실 승무원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서 운영한 ‘JJ 펀(Fun) 서비스 팀’이 최근 10주년을 맞았다고 전했다.

 

JJ 펀 서비스 팀은 2008년 10월에 객실 승무원 15명의 참여로 시작됐다. 제주항공이 저가항공사(LCC)라는 특성상 개인 좌석 모니터와 같은 기내 엔터테인먼트 장치와 해당 장치를 이용해 제공되는 콘텐츠 서비스가 없다는 한계와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JJ 펀 서비스 팀은 “기내에서 영화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면 객실 승무원들이 직접 승객에게 즐거움을 주면 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제주항공의 객실 승무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의 아이디어를 제공하여 시작된 'JJ 펀 서비스 팀'이 이달 10주년을 맞이했다. (사진 = 제주항공)

아이디어와 재능과 마이크만 있으면 승객 전원과 얼마든지 즐겁게 놀 수 있었다. 모든 비행기에는 기내 방송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고, 승무원 중에는 재치 있는 말솜씨와 친절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진행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들은 비행기 이륙 후 직접 기내 마이크를 잡고, 승객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간단한 레크레이션을 진행했다.

 

예컨대 앞에 선 승무원 대표 한 명과 승객 전원이 단체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계속 진행해 최후의 승자에게 경품을 증정하는 ‘승무원을 이겨라’ 게임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룰과 작지만 기분 좋은 기념품 몇 개만으로 100 명이 넘는 승객들이 잠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이제는 여러 저가항공사에서 이러한 가위바위보 게임이나 OX게임 등을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시작이 10년 전 제주항공이었던 것.

 

약점이 장점으로, 특유의 문화로

 

평소라면 단점으로 지적될 저가항공의 몇몇 특징이 이런 객실 이벤트에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저가항공사는 대개 좌석이 3열이 아닌 2열로 배치된 단일 통로의 내로우 바디(Narrow Body) 항공기를 운용한다. 그런데 이런 구조는 승객의 시선을 중앙 통로로 집중시키기에 더 유리하다. 한 명이 전체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기 좋은 조건이다.

 

또한 저가항공사는 대형항공사에 비해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의 비중이 높다. 비행 시간이 비교적 길지 않아 이러한 객실 이벤트는 객실 승무원의 기존 업무에 큰 부담을 더할 정도가 아니고, 승객이 슬슬 지겨움을 느낄 것을 걱정해야 할 만큼 이벤트가 늘어질 걱정도 없다.

 

제주항공 'JJ 펀 서비스 팀' 중 '일러스타 팀'은 승객들에게 캐리커쳐, 페이스 페인팅, 캘리그라피 등을 제공한다. (사진 = 제주항공)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도’라는 연고지 특성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도 기내의 즐거움을 높이는 데 활용됐다. 이륙 전 반드시 행해야 하는 안전 수칙 안내 같은 기내 방송에 표준어와 함께 제주도 사투리를 적재적소에 섞어 이색적인 재미를 더한 것이다.

 

제주항공에 근무한다고 모든 객실 승무원이 제주도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사투리가 어설픈 데서 재미가 더해진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구 출신의 한 승무원은 아예 자신은 제주도 사투리를 모른다고 고백하고는 대신 애교 넘치는 대구 사투리를 재치 있게 섞어 방송하는 등 재치 있게 변형되기도 한다.

 

평소 엄숙하고 딱딱하게 진행되어 지루하던 기내 방송은 구수하고 어설픈 사투리가 섞이면서 이륙 직전 긴장된 기내 분위기를 즐겁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했다. 착륙 후 승객의 하기(下機) 안내를 하는 방송에서도 “두고 내리시는 물건이 나온다면 저희 승무원들이 찾아서 정확히 N분의 1로 나눠 갖겠습니다” 같은 농담을 구사해 친근함을 더하는 항공사도 있다. 대형항공사의 좌석 모니터에서 서비스되는 비행 경로 또한 제주항공에서는 승무원이 직접 기내 방송을 통해 친근하고 특별한 내용을 곁들여 안내한다.

 

저가항공을 이용하다가 이처럼 독특하고 재미있는 기내 방송을 접한 일부 승객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나 SNS로 공유하기도 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해당 동영상을 본 누리꾼 중에는 “무미건조한 기내 방송보다 기분이 좋았다”거나 “재미가 더해지니 평소보다 집중해서 들을 수 있어 꼭 필요한 안전 정보가 잘 이해됐다”며 호의적인 댓글을 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서비스를 반기는 것은 승객만이 아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JJ 펀 서비스 팀은 승무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고, 그 활동에 힘을 보태는 객실 승무원이 매년 늘어나 10년이 지난 현재 총 11개 팀 357명이 참여하는 객실 서비스 아이디어 창구로 거듭났다. 그 결과 현재 제주항공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월평균 100편 이상의 노선에서 기내 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해져 현재 제주항공의 주요 서비스 팀은 △캐리커처와 캘리그라피, 페이스페인팅을 제공하는 ‘일러스타 팀’ △즐거운 음악과 노래로 객실 승무원이 라이브 콘서트를 제공하는 ‘딴따라 팀’ △승객들에게 직접 메이크업을 시연하며 여행지와 계절 등 테마별 메이크업 방법을 제안하는 ‘루주 팀’ △부산과 대구 기점 노선에서 지역 사투리로 기내 방송을 실시하는 ‘니캉내캉 팀’ 등 다양해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JJ 펀 서비스 팀 객실 승무원들의 활약은 기내식을 먹으며 조용한 휴식 장소로 인식되던 비행기 안을 더 많은 사람들과 행복한 여행의 경험을 나누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며 한국 항공사의 기내 서비스 기준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의 기내 이벤트 중 악기를 연주하는 객실 승무원들로 구성된 티심포니 팀. (사진 = 티웨이항공)

LCC들, 다양한 객실 이벤트 개발

 

기존 항공사에서는 볼 수 없던 제주항공의 이색 서비스들은 많은 화제를 낳았고, 이후 출범한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자신들만의 객실 이벤트 서비스를 개발, 시행해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013년부터 객실 승무원 각자의 재능과 끼에 맞게 댄스 팀, 칵테일 팀, 레크레이션 팀, 아트 팀 등의 기내 이벤트 팀을 구성해 특별한 날이나 국제선 장거리 노선에서 정기적으로 기내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라디오 이스타’라는 코너는 승객의 사연을 받아 라디오 형식으로 객실 승무원이 기내 방송을 진행하는 이벤트다.

 

지난해에는 명절에 한복을 입은 승무원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세배 이벤트, 덕담 이벤트, 삼행시 이벤트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기내에서 건조해지기 쉬운 손과 발을 케어해 주는 서비스와 함께 네일 아트를 시연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했다.

 

티웨이항공도 기내에서 빙고, 풍선 릴레이, 퀴즈 같은 다양한 게임을 진행하고, 특별한 날에는 노래를 담당하는 ‘티하모니 팀'과 악기 연주를 담당하는 ‘티심포니 팀'이 함께 탑승해 기내 공연을 하기도 한다. 또한, 캘리그라피를 관객에게 선물하는 ‘캘리웨이 팀'도 운영되고 있다.

 

에어부산에는 핸드 드립 커피를 기내에서 맛볼 수 있는 ‘플라잉 바리스타’ 서비스, 기내에서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블루 하모니’ 서비스가 특별하고, 그 밖에 마술 쇼, 타로 쇼 등의 기내 이벤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객실 승무원이 기내에서 마술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이스타항공)

진에어 역시 국내선에서 가위바위보, 기내 음악 공연 등 다양한 객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세 시간 이상 비행하는 국제선에서는 기내 체조를 진행해 좁은 좌석에서 경직된 몸을 풀어주게 하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저가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기내 장비와 비용의 한계를 아이디어로 극복하기 위해 시작된 친근하고 유쾌한 기내 서비스가 이제는 저가항공 특유의 문화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길지 않은 비행 시간 동안 승객과의 소통을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승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만족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행의 시작인 항공기 기내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추억을 통해 승객들에게 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객실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고객들의 만족도는 꽤 높았고 색다른 경험이 만들어내는 즐거움이 항공사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거리 노선은 IT 활용 콘텐츠 서비스 늘어

 

한편,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조금 다른 전략이 채택되는 분위기다.

 

아이디어와 재주로 좌석 모니터를 대체한 객실 이벤트가 단거리 노선에서는 승객 호응을 얻을 수 있었지만 4시간 이상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괌, 하와이 등 5시간 정도 되는 노선을 갈 때는 승객이 조용한 가운데 휴식을 취하면서 개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저가항공사들은 이미 대중에게 널리 보급된 IT 기술의 접목에서 그 해법을 찾고 있다. 최근 각 사는 기내 서버와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승객 개인 소유의 스마트 기기에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을 적용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기내 서버와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승객이 개인 소유의 스마트기기로 영화, TV프로그램, 게임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 중·장거리 노선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진에어의 '지니 플레이', 제주항공의 '제주 에어', 티웨이의 '채널 t' 서비스. (사진 =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진에어는 국내 저가항공사 중 처음으로 2015년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지니플레이’를 도입했다. 탑승 전 개인 스마트기기에 지니플레이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탑승 후 기내 와이파이에 접속하면 진에어가 제공하는 영화·TV 프로그램·애니메이션·음악·게임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진에어 외에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올해 8~9월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의 서비스는 기내 서버에 저장된 콘텐츠를 기내 특정 와이파이 접속을 통해 개인 스마트 기기로 전송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데, 전용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진에어의 지니 플레이와 다르다.

 

제주항공은 8월 1일부터 인천~괌 노선에서 이와 같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2개월여의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에는 무료로 진행하며, 서비스 안정화 점검 이후 유료 서비스를 병행하며 노선도 확대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도 8월부터 비행 시간 4시간 이상인 인천 발 다낭, 호치민, 방콕 노선과 대구 발 세부, 방콕 노선에서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채널 t’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역시 각자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기내 서버로부터 CJ ENM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을 내려 받아 즐기는 서비스다.

 

이스타항공은 저가항공사 중 처음으로 태블릿을 승객에게 대여해 3D 입체 음향 영화를 상영하는 ‘에어 시네마’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9월부터는 인천 발 코타키나발루, 방콕, 다낭 등의 중·장거리 노선에서 ‘스타 TV’라는 기내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에어부산 역시 9월부터 일부 동남아 노선에서부터 ‘SmarTV'를 시범 서비스 한 뒤 10월부터 국제선 전 노선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에어부산의 'SmarTV'(왼쪽)와 이스타항공의 '스타 TV'. (사진 =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기내 네트워크와 개인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콘텐츠 서비스는 국제적으로도 점점 보편화되는 추세다.

 

항공 및 우주산업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플라이트 글로벌(Flight Global)의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B737 시리즈와 A320 시리즈 등 1만 3364대의 단일 통로(narrow body) 항공기 중 60%가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리고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하고 있는 항공기 7900대 중 좌석 뒷면에 개인용 모니터를 설치한 비중은 32%, 천정에 모니터가 달린 오버헤드 스크린 방식은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최근 시작한 것과 같은 스트리밍 방식의 서비스 비율은 32%였으며, 미국 국적기의 경우에는 이 같은 방식이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과거에는 좌석마다 개인용 모니터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인 서비스였지만 이제는 개인의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는 추세”라며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확보해 행복한 여행의 경험을 드리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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