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부산은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는 동물의 정면 모습을 화면 가득 담은 사석원의 ‘정면돌파’전을 11월 1~25일 연다. 2010년 외국인 노동자를 테마로 한 ‘하쿠나 마타타’전 이후 8년 만에 부산에서 갖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도 지난 그림 인생을 함께해 온 작가의 동물들이 어김없이 동원된다.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화면을 뚫고 나올 듯한 기세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물의 저돌적인 자세. 지난 5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 ‘희망낙서’에서 사석원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청춘의 기억을 되살려 그 시절 에너지와 열망을 동물의 표정과 몸짓으로 풀어냈다.
전시 이후엔 돌파력과 생명력의 표상처럼 머릿속에 떠올랐던 동물의 정면모습을 막힘없이 그렸고, 그 결과물 신작 32점으로 부산을 찾는다. 작가는 동물의 정면모습에서 응축된 내면의 힘을 발견한다. 그것은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정면을 응시하는 호랑이의 거역할 수 없는 권위와 용맹함은 난관 앞에서 자포자기 하거나 회피했던 지난날의 나쁜 습관을 돌아보게 한 것. 또한 황소의 우직함과 뚝심, 그리고 눈을 부릅뜨고 울어 젖히는 수탉의 불같은 의지는 자신 안에 숨겨졌던 교만과 착각, 위선과 탐욕을 일깨웠다는 고백이다. 그리고 작가는 특유의 필법으로 한껏 고조된 생명의 꿈틀거림을 절묘하게 피워냈다.
사석원은 유화로 작업하면서도 동양화 붓을 놓은 적이 없다. 팔레트를 쓰지 않고 캔버스에 원색의 유화 물감을 짠 뒤 그림을 그린다. 원색의 두터운 물감이 주는 물질감과 촉각성으로 인해 화면 전체에 생생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폭에 물감을 올려 발라 붓으로 형상을 만들어가는 작업 방식과 더불어 지난 전시 ‘희망낙서’ 연작에서 새롭게 시도한 화법의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그림을 그린 뒤 두껍게 발라진 물감을 나무판으로 밀어낸 작업이다. 지우기를 가미한 화면에는 뭉개지고 밀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밀어내고 지워도 흔적은 남는데, 작가는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지웠다”고 말한다. 색은 한 번 지웠을 때 채도와 명도가 올라가 더 밝은 느낌을 준다. 지우고 난 뒤 보이는 또 다른 색채는 색다른 감각을 자극한다.
가나아트부산 측은 “사석원 작가는 영원한 창작 에너지는 청춘이라 말한다. 청춘을 돌아보고 새로운 동력을 얻은 그가 동경했던 동물의 정면 모습에서 기운을 받아 다시 앞으로 돌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