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딜라이트가 이미정 작가의 개인전 ‘더 골드 테라스(The Gold Terrace)’를 11월 9일~12월 2일 연다.
이미정은 젊은 여성 작가로서 살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적 문제와 고민에 관해 진솔한 언어로 조각적 오브제를 만들어 왔다. 2013년에는 착한 딸이자 모범생이어야 한다는 많은 여성들이 직면하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금기시된 욕망에 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풀 & 푸시(Pull & Push)’ 시리즈는 여성용 자위기구인 딜도의 개념을 활용해 만든 성적 쾌락을 제공하는 나무 장난감으로, 부조리한 억압에 대해 고발하는 목소리를 표출한다. 이미정의 실재하는 대상(진짜)과 그것의 그럴듯한 대리물(가짜)의 관계에 대한 관심은 이번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도 진짜 같은 가짜에 관해 다룬다. 각종 SNS에서는 언젠가부터 ‘온라인 집들이’라는 명목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꾸민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DIY(Do it yourself)로 직접 셀프 인테리어 작업을 통해 주어진 환경의 한계를 극복한다. 값비싸고 무거운 대리석을 이용하는 대신, 대리석 패턴의 시트지를 기존의 가구에 붙이기도 하고, 빈티지 파벽돌을 만들기 위해 우드락에 흠집을 낸다. 전시 제목 ‘더 골드 테라스’는 이와 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금이라는 반짝이고 그럴싸한 재료, 그리고 테라스라는 ‘원룸’에서 생활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묘원한 소원과 같은 공간을 상징적으로 지시한다.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동료들과 무한 경쟁의 굴레에 뛰어든다. 그리고 자본을 창출해 내기 적합한 인재가 되기 위해 학력, 학점, 토익점수 등의 ‘스펙’을 쌓는다. 우리는 모두 효율성과 쓸모 있음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미정이 만드는 오브제는 얼핏 식탁, 옷걸이, 책장, 커피 테이블 등 쓸모 있어 보이는 가구의 형상을 닮았다. 또한 각각의 가구 오브제에는 캐릭터화 된 얼굴 이미지가 더해져 쓸모 있는 한명의 사람을 은유하는 듯하다.
전시장에는 총 12여 점의 조각과 설치 작업이 소개된다. 경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아트딜라이트는 올해 6월 개관했으며, 신진작가 발굴 및 공간 지원, 아트컨설팅과 문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바닥과 벽과 천장이 모두 흰 공간에 이미정의 유사-가구-조각을 선보인다. 또한 쓸모 있는 전시 홍보 엽서를 만들기 위해, 두꺼운 합지를 이용해 20cm 자의 역할을 겸하는 초대장을 제작하고 있다. 이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작품지원사업 시각 부문으로 선정돼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