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3호 김수식⁄ 2018.11.07 14:53:02
카카오의 ‘카카오T’ 독주를 바라보고만 있던 SK텔레콤이 ‘티맵택시(T map 택시)’에 재시동을 걸었다. 3년간 잠잠하던 SK텔레콤의 갑작스런 행보에 업계에선 최근 카풀 서비스 도입으로 카카오와 갈등 중인 택시업계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SK텔레콤 “모빌리티 시장에 손 놓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SK텔레콤은 지난 11월 5일 을지로 삼화빌딩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지영 SK텔레콤 TTS 사업 유닛장(상무)은 티맵택시를 다시 개편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3년 전 티맵택시가 중단된 건, 카카오T가 시작부터 압도적으로 (시장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은 초반 선점이 중요한데 당시 카카오에 밀린 티맵택시는 내부에서 중요 사업에서 멀어지며 지원이 끊겼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과거 100년보다 최근 2~3년의 성장이 더 빨라서 지금 이 시장을 놓치면 앞으로 큰 위기를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판단했다.”
SK텔레콤의 판단은 맞을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업계는 SK텔레콤의 행보를 두고 “왜 하필 지금?”이냐는 물음표를 던진다. 카카오T로 택시 호출 서비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카카오가 최근 ‘카풀 서비스’를 추진하며 택시 업계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많은 택시 기사들이 이번 카카오 ‘카풀 서비스’ 진행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경쟁사 입장에선 카카오와 멀어진 택시기사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실제로 기자를 만난 한 택시 기사는 “방금도 손님이 카카오T로 택시를 호출했다. 우리에게는 이게 현실이다. 어쨌든 돈을 벌어야 하는데 승객들이 대부분 카카오T를 이용한다”고 털어놨다.
카카오는 올해 2월 ‘럭시’를 252억 원에 인수, ‘소비자 편의’를 위해 택시와 대리운전에 이어 카풀로까지 교통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러자 택시업계는 지난 10월 18일 ‘생존권 위협’이라며 거리로 나섰다. 양측은 지금까지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이 새롭게 내놓은 티맵택시는 택시 기사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다양한 기능을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 "택시기사 안전과 승객 편의 생각한 티맵택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버튼식 ‘콜(Call)잡이’다. 택시 기사는 SK텔레콤이 무료로 제공하는 콜잡이를 핸들에 부착하면 스마트폰에 손을 뻗지 않고도 승객 호출에 응할 수 있다.
또 택시 기사들이 고객의 호출 장소가 차량 진행 방향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이를 통해 택시 기사들의 편의는 물론, 역방향에서 오는 택시를 타야 하는 승객들의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또 티맵택시만의 강점인 ‘ICT 기술력’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여지영 유닛장은 “SK텔레콤은 보유 중인 티맵 교통 데이터와 고객들의 이용 패턴 데이터 등을 AI로 분석해 티맵택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이끌어낼 계획”이라며 “향후 AI 기능이 접목되면 택시 기사에게 실시간으로 승객이 몰리는 지역을 공유해 승객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기사의 수익 증대로도 연결시킬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택시 기사와 승객 편의를 돕고, 이동 약자의 이동권을 개선하는 부분은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승객들의 편의 사항으로는 국내 최초라는 ‘안심귀가 라이브(Live)’ 기능이 있다. 택시 탑승 고객이 택시의 현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 이용 택시 정보 등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낼 수 있는 기능이다.
또 연말까지 티맵택시 10% 할인 혜택과 함께 오는 11월 21일 T데이에 택시 요금 50% 할인 이벤트도 실시한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은 현재 10만 명 수준인 월간 실사용자 수(MAU)를 2020년까지 500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차율 40%부터 해결해야 택시업계-이용자 모두에게 실리"
SK텔레콤은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티맵택시의 개편은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여 유닛장은 “티맵택시는 지난 6월 29일에 재출시했다. 이후 한 달 정도 안정화 기간이 필요했다. 홍보나 기자간담회를 진작 하려 했으나 내부 일정으로 밀렸을 뿐, 카카오 카풀 사태를 이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카풀 서비스에 대해 “카풀 문제가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 보장과 승객의 이동 편의성 제공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것처럼 조성되는 양상이 안타깝다”며 “두 가지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SK텔레콤은 카풀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택시 호출 유료화 계획도 아직 없다며, 이보단 공차 문제 해결이 먼저 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여 유닛장은 “공차율이 40%에 가깝다고 한다. 이를 해결한다면 택시 기사는 수입을 높이고 승객은 택시 잡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