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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 받으려면 17잔 마시라고?… "가심비 좋다" vs "상술 지나쳐" 의견 엇갈려

커피 업계 ‘연례행사’ 된 다이어리 전쟁에 속터지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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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18호 옥송이⁄ 2018.12.07 13:49:32

할리스커피가 출시한 2019년 다이어리들. 사진 = 할리스커피 

 

올 연말에도 예년처럼 커피 체인점들의 다이어리 전쟁이 시작됐다. 고객 감사 이벤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다이어리 출시는 어느새 모든 커피 체인이 동참하는 연말의 대격전장으로 변모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품질 좋은 다이어리를 손쉽게 장만할 수 있는 기회라며 반기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상술’ 논란 역시 끊이지 않는다. 과연 커피 업계의 다이어리는 ‘상술템(상술 아이템)’일까, 가성비와 마음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가심비템’일까.

 

커피 업계 ‘너도나도’ 출시하는 다이어리, 가격도 비싸고 … 상술 아닌가요?

 

소비자 A씨는 자타공인 스타벅스 충성 고객이다. 스타벅스에서 출시되는 각종 제품을 모으는 것이 취미일 정도다. 텀블러와 컵은 물론 매년 출시되는 다이어리 역시 그의 수집 대상이다. 올 연말에도 새로운 디자인의 다이어리가 출시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디자인이 공개된 뒤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에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올해도 프리퀀시(이벤트 쿠폰)를 모아서 다이어리를 받긴 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디자인이나 속지가 예전에 비해 맘에 들진 않는다”며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카페가 스타벅스라 어차피 커피를 마시는 김에 프리퀀시를 모아서 받게 되는 원플러스원 느낌이라 매년 모으지만, 돈 주고라면 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몰스킨, 10꼬르소 꼬모와 협업한 스타벅스의 2019년 다이어리. 사진 = 스타벅스

 

이처럼 최근 커피 업계의 다이어리 경쟁에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다이어리의 디자인이나 종이 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도 있고, 비싼 가격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따로 구매할 경우에도 다이어리의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다이어리로 교환하기 위해 마셔야 하는 음료 조건 역시 불합리하다는 것. 

 

연말에 출시되는 카페 다이어리를 직접 구매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객 감사 이벤트’ 취지에 따라 그간 적립해온 쿠폰과 다이어리를 교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 e쿠폰을 적립하는데, 이 같은 적립 시스템을 ‘프리퀀시’ 혹은 '스탬프 적립' 등으로 부른다. 하지만 각 카페마다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일정 잔 수 이상의 커피를 마셔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커피 업계 다이어리, 돈으로 환산하면 최고 7만원대  

 

대표적으로 스타벅스의 경우 지정한 프로모션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일반 제조 음료 14잔을 마시고 총 17개의 e스티커를 모아야 한다. 올해 프로모션 음료 중 하나인 홀리데이 밀크초콜릿의 가장 작은 사이즈 톨(5800원) 3잔과 일반 음료인 아메리카노(톨 4100원) 14잔을 합하면 7만 4800원이다. 최저가로 계산해서 이 정도로, 사이즈를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제조 음료로 주문한다면 더 많은 돈이 추가로 든다.

 

다른 커피 체인점들도 다르지 않다. 시즌 음료 2잔을 포함해 총 16잔의 커피를 마셔야 하는 투썸플레이스의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6만 9400원이 된다. 시즌 음료 2잔과 일반 음료 6잔을 마셔야 하는 카페파스쿠찌의 환산 가격은 3만 6000원, 시즌 메뉴 3개와 일반 커피 7잔을 마셔야 하는 할리스 커피의 경우는 4만 5200원이다(모두 아메리카노와 시즌 메뉴 기준). 커피빈의 경우 커피빈 카드 7만 원을 충전하면 다이어리를 받을 수 있다. 

 

카페파스쿠찌의 겨울 홀리데이 프로모션 이미지. 사진 = 카페파스쿠찌

 

카페마다 총 환산 가격은 다르지만, ‘시즌 한정 메뉴’를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제한 조건은 거의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할리스커피의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쿠폰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한 고객은 “이번 시즌 다이어리가 예뻐서 쿠폰을 급히 모으기 시작했는데, 시즌 한정 메뉴를 사 마실 때는 조금 억울했다”며 “물론 어차피 마실 커피이기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입맛에 맞지 않아 난처한 경우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커피 체인점 업계는 “강제성이 아닌 체험적인 성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 관계자는 “판매를 위해서 굳이 시즌 한정 프로모션 제품을 포함시킨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음료를 체험해 보라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어차피 마실 커피, 다이어리까지 주니 이득" 의견도

 

커피업계의 다이어리에 대해 ‘상술’ 지적을 하는 소비자들도 있는 반면, 만족감을 표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어차피 카페에서 자주 커피를 사 마시는데, 여기에 다이어리까지 얻을 수 있다니 가성비는 물론 마음까지 만족시키는 진정한 ‘가심비’ 아이템이라는 의견이다. 

 

한 소비자는 “커피빈 카드를 7만 원 충전하면 다이어리로 교환할 수 있다기에 당장 충전했다. 카페에 자주 가기 때문에 결국 쓸 돈이라 전혀 아깝지 않았다. 상술이라 생각된다면 안 마시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e쿠폰이나 카드 충전 형태 외에, 별도로 다이어리를 직접 구매할 경우에는 값이 훨씬 싸지긴 한다. 탐앤탐스는 1만 2000원, 커피빈은 1만 9800원으로, 모두 1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협업 업체이자, 다이어리로 유명한 ‘몰스킨’의 2019년 데일리 다이어리 하드커버 블랙 포켓(2만 97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투썸플레이스는 모나미와 협업한 다이어리 제품을 출시했다. 사진 = 투썸플레이스 

 

게다가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다이어리를 출시하면서, 다양한 디자인과 구성의 다이어리를 선택할 수 있어 선택권이 넓어졌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커피 체인점 업계의 다이어리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 단일 상품의 다이어리 외에 캘린더, 볼펜, 메모지 등이 한 세트로 구성되거나 파우치가 세트인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다양화는 대부분의 커피 체인점들이 다이어리를 출시하다 보니 차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볼펜으로 유명한 모나미와 협업한 다이어리를 출시했다. 플래너와 캘린더, 모나미 153 볼펜, 클립보드, 월간 스케줄러 등 문구류를 포함한 총 7종이 한 세트다. 투썸플레이스는 "실용적인 제품 특성 덕에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이번 시즌에는 실용적인 데일리 키트를 컨셉으로 제작했다. 그렇다보니 국내에서 전통 깊은 문구 업체 모나미가 최고의 파트너라고 생각됐다”며 “저렴한 가격과 실용적인 구성 덕에 교환 및 구매하는 고객도 만족하고, 선물하는 경우에도 지불 이상의 가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매년 이어지는 연말 다이어리 전쟁에 커피 체인점들도 고심
 
다이어리 출시가 연례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상품을 출시해야 하는 커피 체인점의 고민도 깊어졌다. 다이어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인만큼, 개선 및 요구 사항도 다양하기 때문. 커피 체인점들은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다이어리를 출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타벅스, 카페파스쿠찌, 탐앤탐스, 할리스커피의 2019년 다이어리. 사진 = 각 사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말 감사의 의미로 내놓는 만큼 모든 커피 업계가 고심한다. 다이어리 출시는 고객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연말 다이어리 출시를 위해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한다”고 전했다. 

 

스타벅스 관계자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플래너 증정 기간이 끝나면 소비자들의 반응을 모아서 빠르면 2월 말부터 다음 플래너 작업에 들어간다. 협업 업체를 선정하고 디자인 컨셉 도출 등을 거쳐 다이어리 출시까지 약 9개월가량의 기간이 걸린다. 투썸플레이스 역시 상·하반기를 거쳐 다이어리를 구성하고 출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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