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본관에서 올 상반기 기획 공모전으로 신채희 작가의 ‘여액이 된 불순물이 된 여액이 된 불순물’전이 9~15일 열린다.
애증이란 단어가 있듯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또 혐오하기도 한다. 인간은 단 하나의 감정만을 느끼지 않고, 내면엔 또 다른 모습의 감정들이 도사린다. 작가는 이런 동시다발적인 감정을 파헤친 작업들을 선보인다.
특히 작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그곳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주목한다. 김문빈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는 “작가는 인간 이면에 잔뜩 뒤섞여 있는 감정을 불순물이라 칭하며 이를 깊고 진득하게 파고들어 사유하고, 동시에 작가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드러낸다”고 밝혔다.
감정이 주가 되기에 다만 금붕어와 꽃을 소재로 은유해 표현할 뿐, 사람의 모습은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눈을 지닌 물고기의 모습은 오히려 복잡 미묘한 작가의 마음을 대변해주기도 한다. 김 큐레이터는 “감정의 양면성에 지친 작가는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찾아 나선다.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는 작가를 불안 속에서도 계속 살아가도록 만들며 이는 곧 삶의 원동력이 된다”며 “그림에 등장하는 꽃은 미적 가치를 지닌 대표적 소재로, 작가는 꽃으로 화면을 장식해 목숨마저 끊을 수 없게 만드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 이야기들은 강렬한 색채들과 채도가 낮은 색감들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작가는 아크릴로 동양적인 느낌을 냄으로써 본인만의 특별한 회화적 방식을 추구한다.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음울한 분위기를 띠는 신비로움, 이는 작가의 양가적 내면과도 상응한다.
김 큐레이터는 “복잡한 사고체계를 가진 인간만이 모순적인 감정을 품는다. 작가는 그런 본인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자기 혐오적 생각과 죄책감 등의 부정적 사고가 들끓는 내면을 직시하며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순결한 미적 즐거움에 더욱 집중한다”며 “이런 시도는 결과적으로 비장미가 느껴지는 예술을 탄생시킨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면이지만 내재한 이야기는 결코 아름답기만 하지 않는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작업은 자신을 앞세워 인간의 내밀한 속을 이토록 솔직하고 진실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