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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情→仁' 등 절묘한 중국어 이름짓기가 中 진출 성패 갈랐다

표의문자의 특성 살려 '발음도, 뜻도 좋은' 이름 만드는 게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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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2호 옥송이⁄ 2019.01.04 11:59:18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적절한 중문 네이밍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사진 = 각 사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있어 중문 브랜드 네이밍은 필수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중국은 외국어를 받아들일 때, 원음 그대로 읽거나 표기하지 않는다. ‘뜻’을 나타내는 표의문자인 한자를 사용하는 탓도 있지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중화사상 탓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새롭게 진출하는 기업들에게 있어 중문 네이밍은 필수 관문인 동시에 난관이다. 반면 네이밍을 잘 하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묘수가 된다. 색다르고 재미있는 중국식 네이밍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봤다.

 

중국 시장의 특징, 자국어는 살리고 어려운 외래어는 지양한다  

 

‘마이 땅 라오’. 생소한 이 말은 중국어로 ‘맥도날드’를 뜻한다. 중국 현지에서 “맥도날드가 어디 있냐”라고 물어보면 다들 갸우뚱한다. 하지만 “마이 땅 라오는 어디있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이처럼 중국에서는 외국 기업들도 원래 브랜드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신 외래어를 중국어로 부르기 쉽게 바꾸거나, 새로운 중문 명으로 바꾼 브랜드 네임을 사용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의 독특한 언어 문화부터 이해해야 한다. 중국어는 표의문자다. 발음과 의미 두 가지가 각각 중요하다. 이 때문에 ‘해음(諧音)’이 발달했다. 해음은 글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한자의 뜻을 교차해서 그 의미를 연상하는 방식이다. 중국식 ‘말장난’ 혹은 ‘말놀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주로 해음을 통해 길흉화복이나 금기를 표현한다.

 

중국에서 맥도날드는 '마이 땅 라오', KFC는 켄터키와 비슷한 '컨더지'로 발음한다. 사진 = 각 사  

 

뿐만 아니라 중국은 오래전부터 외래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중국식 표현을 사용해왔다. 자국 중심 사고가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어로부터 중국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다소 원음과 달라지더라도 어려운 영어나 외래어를 그대로 표기하는 대신 자국민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중국어로 바꿔 표기한다. KFC가 중국에선 켄터키와 발음이 비슷한 컨더지, 맥도날드는 마이 땅 라오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중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할 때는 영문 기업명과 함께 중문 기업 명칭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글자의 조합에 따른 의미와 발음, 연상, 제품과의 연관성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 중문 브랜드 네이밍은 중국 시장 진출에서 필수적이다. 원음과는 다르더라도, 중국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발음하기 쉽고 적절한 뜻을 담은 중문명이 좋은 네이밍으로 손꼽힌다. 

 

가장 성공적인 중문 브랜드 네이밍 코카콜라, ‘입에 딱 맞고 맛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문 표기 때문에 고민해 왔다. 여러 기업들이 중문 브랜드 네이밍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흥’하거나 ‘망’을 달리했다. 그 중에서도 코카콜라는 중문 브랜드 네이밍에서 가장 성공한 해외 기업으로 꼽힌다. 

 

코카콜라는 절묘한 중문 이름으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크게 성공한 외국 브랜드 중 하나다. 사진 = 코카콜라  

 

코카콜라의 중문 표기는 커코우커러(可口可乐)다. ‘맛이 입에 맞고, 마시면 즐겁다’로 해석할 수 있다. 원음을 최대한 살리면서, 음료 회사에 맞는 좋은 의미를 담은 네이밍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처음부터 성공적인 브랜드 네이밍을 했던 것은 아니다. 중국 진출 초기 이름은 원음을 그대로 옮긴 커커컨라(蝌蝌啃蜡)였다. 하지만 올챙이를 연상시키는 탓에 많은 소비자들이 거부했고, 판매 실적이 저조했었다.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자 희한하게도 코카콜라는 성공가도를 걸을 수 있었다.

 

프랑스계 대형마트인 ‘까르푸’도 중국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까르푸의 중문명은 지아 러 푸(家乐福)다. ‘가정이 기쁘고 행복하다’는 의미다.

 

프랑스계 대형마트인 까르푸도 '가정에 기쁨과 복을 준다'는 의미를 담은 중문 명으로 중국 유통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매장 모습은 까르푸 상하이점. 사진 = 까르푸 중국 공식 홈페이지 

 

코카콜라나 까르푸처럼 원음을 살리면서 제품을 특성을 담은 중문 이름을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브랜드 본래 뜻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IT기업 애플과 햄버거 업체 버거킹이 그렇다. 애플의 중문 명은 핑궈(苹果) 즉 ‘사과’를 뜻하고, 버거킹은 한바오 왕(汉堡王)으로 ‘햄버거 왕’이다. 직관적이지만 의미 전달력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이 외에도 뜻은 고려하지 않고 원음을 그대로 옮기거나, 아예 새로운 중문 브랜드 명칭을 탄생시키는 경우도 있다. 

 

‘좋은 친구’ 오리온, ‘이익이 되는 벗’ 우리은행… 한국 기업들의 센스 있는 중문 네이밍

 

한국 기업들도 성공적인 현지를 위해 친숙한 중문 브랜드 명을 고심해왔다. 그 중 발음과 의미,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중문 네이밍으로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기업들이 많다.  

 

국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특히 유통 분야 기업들의 중문 브랜드명 약진이 두드러진다. 식품, 주류, 밀폐용기, 화장품 등 다양한 유통업계가 뜻과 음을 적절히 살린 중문 네이밍으로 중국 현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제과업체 오리온은 기존 제품들을 중국 정서에 기반한 상품명으로 바꿔 출시했다. 사진 = 오리온  

 

특히 제과업체 오리온은 중국인들의 ‘좋은 친구(하오 리 요우 好丽友)’가 됐다. 오리온은 지난 1993년 일찍이 베이징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국 진출을 본격화했다. 친숙한 중문 브랜드명은 물론,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품 출시에서도 차별화를 가했다. 오리온의 베스트셀러 초코파이 ‘정(情)’은 중국에서 ‘인(仁)’으로, 고래밥은 ‘하오뚜어위(好多鱼. 물고기가 많다는 뜻)’로 출시했다.

 

중국의 정서를 철저히 이해한 덕분에 오리온은 치열한 중국 과자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특히 고래밥은 중국의 대표 브랜드 평가 기관인 Chn브랜드가 발표하는 ‘중국 고객 만족 지수’에서 지난 2017년부터 2년 연속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밀폐용기 락앤락도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브랜드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광군제 행사에 참여해온 락앤락은 지난해 광군제에서 3870위안(약 63억 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에 비해 11.5% 증가했고, 락앤락의 중국내 브랜드 파워 지수는 보온병 부문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락앤락의 중문 이름은 '즐겁게 채운다'는 의미를 담은 러코우러코우다. '건강한 생활은 러코우로부터 시작된다'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 락앤락 

 

이처럼 락앤락이 중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밀폐용기 업체로 거듭난 데는 절묘한 중문 브랜드명도 한 몫 했다. 락앤락의 중문 브랜드 명은 러코우러코우(乐扣乐扣)로, 즐겁다는 의미와 채우다는 의미가 더해져 음식물을 넣은 밀폐용기를 ‘즐겁게 채운다’는 뜻을 드러냈다. 본래 발음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밀폐용기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주류 업체인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기존의 음을 거의 그대로 살리면서 뜻도 주류 브랜드에 알맞은 중문 이름을 지었다. 처음처럼의 중문 이름은 ‘츄인츄러(初饮初乐)’로, ‘처음 마시는 첫 즐거움’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주류에 이어 숙취해소 음료도 절묘한 중문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장수 숙취해소 음료인 CJ헬스케어의 컨디션은 지난 2014년 중국 시장에 도전했다. 중문 브랜드명은 컨디씽(肯迪醒). 기존 발음과 흡사할 뿐만 아니라, ‘깨어나다’는 의미의 한자가 더해져 ‘(술에서) 깨어나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은행권 역시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중문 네이밍에 신경 썼다. 특히 우리은행은 금융 분야와 연관이 깊은 ‘이로울 리(利)’를 활용했다. 우리은행의 중문 표기는 요우리인항(友利銀行)이다. ‘벗 우’에 ‘이로울 리’를 더했다. 우리은행 측에 따르면 이로울 리는 금리·이자 등 은행과 관련된 분야를 연상시키는 데 용이한 단어이기 때문에 중문 명에 사용하게 됐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과 CJ헬스케어의 숙취 음료인 컨디션도 뜻과 음을 살린 중문 명을 내놨다. 사진 = 각 사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 음을 최대한 살리면서 좋은 의미를 더하고자 했다”며 “우리 은행은 순우리말이라서 한자 표기가 없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자 표기를 하게 됐다. 특히 이로울 리를 사용해서 ‘이익이 되는 벗’, ‘벗을 이롭게 하는 은행’이라는 의미를 담은 뜻깊은 중문 네이밍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중문 브랜드 네이밍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동시에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성조가 있는 중국어의 발음을 고려하면서도 기존 브랜드의 뜻을 담을 수 있는 한자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전했다. 그는 “대신 좋은 중문 브랜드명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과 시장 안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문 브랜드 네이밍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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