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통해 쌓아온 드로잉과 스케치 재능을 풀어내는 임진우 (주)정림건축 대표이사의 네 번째 개인전 ‘임진우 감성풍경화첩’전이 신촌 세브란스 병원 본관 3층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에서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촌마을’, ‘도시재생’, ‘한양도성’이라는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작가가 매일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풍경들과 보편적 가치를 지켜가며 삶을 일궈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사시사철의 풍경을 서정적인 수채화로 기록했다.
‘서촌마을’ 섹션엔 인왕산을 배경으로 오랜 세월동안 자연 지세에 맞춰 중첩된 집들의 다이내믹한 스카이라인, 그리고 그 경사에 풀어진 실타래 같은 좁은 골목길, 맛집의 보고 통인시장까지 보인다. 이렇듯 잘 보존된 전통한옥과 현대건축이 뒤섞인 현장은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매력을 드러낸다.
‘도시재생’에서 작가는 개별적 터전의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는 도시의 점진적 재생 현장을 관찰한다. 작가는 “도시 속 오래된 집들이 만들어 내는 사시사철의 풍경들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자세히 관찰할수록 인상적이다. 현대화 도시에서 점점 증발돼가는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발견할 뿐 아니라 나누고 사는 공동체 의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장면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시간들은 복잡하고 분주했던 머릿속을 정리하고 여백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고 밝혔다.
‘한양도성’은 600년 조선왕조에서 현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유구한 세월을 견뎌내며 서울의 중요한 랜드마크로 존재하는 한양도성의 과거와 현재를 따라간다. 작가는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한양도성을 따라 걷고 사시사철의 풍경을 기록했다. 작가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또한 이를 통해 건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일조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전시 소개글을 통해 “임진우는 지금은 건축가로서 정감 어린 일상풍경을 그리고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그 풍경들을 기록하는 것이 건축가로서의 소명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의 작품을 보면 여느 화가의 감성적 서정 풍경과는 좀 다른 면모가 있다. 화면의 견고한 구성력과 빼어난 안정적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며 “임진우의 수채 풍경은 비록 30cm 내외의 작은 화면이지만 100호 그 이상을 감당하고 남을 만하다. 거기에 특유의 감필법(減筆法)과 절제된 채색기법이 어우러져 작품적 완성도를 높여 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