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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변화 드러낸 ‘파업의 역설’ … 비대면 거래 늘었다

KB국민은행 파업에도 고객들 피해 ‘거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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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4-625합본호 옥송이⁄ 2019.01.18 08:39:44

KB국민은행의 노조가 지난 8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파업을 진행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8일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 파업을 진행했다. 대규모의 파업인 만큼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됐지만, 예상됐던 혼선은 빚어지지 않았다. 최근 급증한 비대면 거래가 파업의 빈자리를 메꿨기 때문. 하지만 이를 두고 반응은 엇갈린다. 대형 은행 노조의 파업이 ‘역설적으로’ 은행 인력 감축의 근거를 드러냈다는 의견과 함께 여전히 창구를 통한 대면 거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은행 파업, 오히려 ‘비대면 거래 활성화’ 보여줬다?

 

지난해 10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한 국민은행이 파업에 돌입한 것은 2000년 이후 무려 19년 만의 일이다. 이번 파업의 주된 쟁점은 연말 성과급, 임금피크제, 페이밴드(성과에 따라 차등연봉을 지급하는 제도) 등으로, 앞서 노사 간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파업에 이르게 됐다.

 

국민은행의 이번 파업을 두고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특이한 건 ‘유휴 인력’ 논란이다. 대규모 은행의 파업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현실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점포를 찾는 고객이 줄어들어 창구의 직원 인력이 남아돈다는 것이다. 

 

8일 국민은행 파업 당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지점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국민은행 노조의 일일 총파업에는 은행 추산 30%(5500여 명), 노조 추산 과반(9000여 명)의 인력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전국 1058곳에 달하는 은행 지점이 모두 개점했고 별다른 업무 차질도 빚어지지 않았다.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접수된 고객 불편 신고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창구 혼란 및 고객의 피해가 적었던 이유로는 파업을 앞두고 은행 측에서 441곳에 달하는 거점 점포를 지정하고, ATM기의 수수료 대부분을 면제하는 등의 사전 대처를 취한 것이 효과를 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최근 크게 늘어난 비대면 거래의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바탕도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비대면 거래의 비중이 86%에 달한다. 전체 거래 건수 가운데 인터넷 및 모바일 거래의 비중이다. 여기에 ATM 거래를 합치면 비대면 거래의 비중은 90% 수준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비대면으로 처리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 및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결제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했다. 자료 = 금융결제원

 

이런 상황은 국민은행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업계가 전반적으로 변화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2018 상반기 지급결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 뱅킹 등 전자금융공동망을 통한 계좌이체 결제금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했다. 특히 모바일뱅킹은 모바일 지급채널 이용자수 증가 등으로 인해 전년동기대비 67.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달라진 은행 풍경, “창구에서도 앱 사용 권해요”

 

50대 주부 A씨는 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한 이후 영업점을 방문한 일이 손에 꼽을 정도다. A씨는 “예전에는 매번 은행 창구에 방문해서 업무를 처리했었는데, 창구 직원이 앱 사용을 권하면서 사용법도 알려줬다”며 “그래서 설명대로 앱을 사용해보니 훨씬 편리하고 시간도 단축하게 돼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B씨도 은행 비대면 거래가 오히려 간편하다고 말한다. B씨는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휴면계좌를 정상거래로 전환하고 싶어서 은행 측에 문의했더니, 영업점에 방문할 경우 여러모로 복잡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 앱을 설치하고 해지 신청을 했더니 터치 몇 번에 해지가 완료됐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앱. 사진 = 우리은행 

 

이처럼 모바일 앱·인터넷 등을 통한 시중 은행들의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필요할 때 외에는 굳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시중 은행들의 모바일 앱 대부분이 일반적인 입출금 거래 외에도 대출, 펀드, 주택청약, 퇴직연금, 외환거래 등 창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상품 판매 1169만 건 가운데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상품 판매 건수는 719만 4861건으로 전체의 61.1%를 기록했다. 

 

즉 은행 상품 10개 중 6개가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판매된 수치로, 이는 곧 디지털 금융이 이미 전통적인 대면 서비스를 제치고 주력 서비스로 자리매김 했음을 뜻한다. 또 지난해 6월 말 기준 4대 은행 거래 고객은 9827만 7000명(중복 포함)이었는데, 이 중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6725만 4000명(69%)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 소외계층은요?” … 대면거래 여전히 필요하다 

 

각 은행은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상품의 수를 더욱 늘리고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출시된 금융 상품 중 은행 창구에서만 판매되는 상품은 21%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은행권의 급격한 디지털화가 은행 직원들에게 구조조정 및 실적 압박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점포 수도 줄어들어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꾸준히 지점을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17개 은행의 지점 수는 2015년 말(6185개)보다 400개 넘게 줄어 5746개가 됐다.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은행 임직원 수는 6000여 명이 줄어들었다.  

 

고령층의 전자 금융거래가 증가하고 있지만, 비고령층에 비해 활용도는 저조하다. 자료 = 금융감독자문위원회 

 

희망퇴직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한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모

양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에는 600여 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고, 신한은행은 23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임금피크제 진입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고 각각 우리은행 400명, 농협은행 610명이 신청해 농협은행은 597명이 연말에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고령층이 금융 거래에서 소외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고령화 진전에 따른 금융 부문의 역할’에서 “고령자는 금융회사의 오프라인 영업망 축소, 핀테크 등 온라인 기술 발전에 따른 부적응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역시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소외계층의 금융접근성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며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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