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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까지 홍보대사 나선 수소경제… 미래 성장동력 될까?

현대차 대규모 수소차 투자계획에 증권가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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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624-625합본호 정의식⁄ 2019.01.22 17:22:55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경제가 자동차, 조선,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가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수소차를 위시한 수소 경제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가격과 기술적 난제가 많아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계획이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17일 울산시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 경제 벨류 체인 및 친환경 수소생산 부스를 방문, 구영모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기술개발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정부가 지난 17일 울산시청에서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를 열고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가 말하는 수소 경제란 자동차 등 수송용 연료나, 전기‧열 생산에 사용되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 연료를 수소로 대체해 사용하는 경제를 말한다. 수입에 의존하고, 온실가스는 물론 각종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반 탄소 경제와 달리 수소 경제는 국내 생산과 자립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며 주민 수용성도 높다는 강점이 있다.

정부는 아직 미국, 일본 등 소수 국가만 진출한 이 분야를 선점해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 전략으로는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계획이 제시됐다.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 대를 생산하고 수소 충전소 1200개소를 구축하는 한편, 수소 에너지 분야에서는 2022년까지 국내 1GW 보급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15GW(내수 8GW)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총 발전설비가 약 110GW이므로 수소 연료전지가 전체 발전설비의 약 7%를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의 수소차, 수소충전소 증가계획. 사진 = 산업통상자원부

국내 수소차 보급의 걸림돌로 지적되어 왔던 수소 공급방식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부생수소, 추출추소, 수전해 생산 합산 방식을 50%, 해외수입 비중을 50%로 늘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눈여겨 봐야 할 건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 경제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수소 경제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17일 수소 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수소 경제는 에너지원을 석탄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산업구조의 혁명적 변화”라며 “수소 경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우리로서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왜 수소 경제인가?… 해외 각국도 주도권 선점 경쟁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수소 경제에 주목하는 건 자동차‧선박 등 모빌리티 분야는 물론 전기‧열 생산 등 에너지 분야까지 다양한 시장과 산업을 새롭게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관련 다양한 후방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미세먼지 저감, 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 친환경적인 강점은 물론 에너지원 다각화, 해외 에너지 의존도 감소 등 에너지 자립에도 유리하다. 수소차와 연료전지 협력업체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이어서,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이 금속, 화학, 기계설비 등 관련 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도 수소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맥킨지 컨설팅은 세계 수소 수요가 급증하면서 2050년 수소 산업이 연 2조 5000억 달러(약 2800조 원)의 부가가치와 3000만 개의 누적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도 수소 경제를 통해 2040년 연간 43조 원의 부가가치와 4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충전소 설치 로드맵. 사진 = 이베스트투자증권


현재 세계 수소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일본과 미국 등 소수 기술선도 국가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수소차 80만 대, 수소버스 1200대, 수소충전소 900개소, 가정용 연료전지 530만 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 중심으로 수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캘리포니아주에 수소차 100만 대, 수소 충전소 1000개 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독일도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를 융합한 정책을 추진, 2030년까지 수소차 180만 대, 수소 충전소 1000개 소를 목표로 설정했으며,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수소 충전소 1000개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벌써 많은 국가가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나 다행히 우리의 강점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우리는 수소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핵심부품의 99%를 국산화해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에 성공했다. 이 수소차는 한 번 충전으로 세계에서 제일 먼 거리인 600㎞를 달린다”며 현대차의 넥쏘(NEXO) 수소차를 예로 들었다.

또 “수소 경제의 또 다른 축인 연료전지 분야도 앞서가고 있으며, 울산을 비롯한 대규모 석유화학 단지에서 수소차 확산에 필요한 부생수소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고, 전국적인 천연가스 배관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대대적 투자계획 제시

업계는 정부의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기업으로 현대기아차를 지목한다. 지난 2000년 싼타페를 모델로 세계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처음 선보인 데 이어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차 ‘투싼ix’를 상용화한 선도적 기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해 주행거리를 높이고 안전성을 강화한 차세대 수소차 ‘넥쏘(NEXO)’를 출시해 관심을 모았다. 넥쏘는 609㎞에 달하는 1회 충전 주행거리와 고효율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통한 짧은 충전시간, 높은 수소탱크 안정성, 기술력이 집약된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을 보유한 SUV로 가격은 보조금 적용 전 6890만∼7220만 원이다. 2018년 기준 최대 3500만 원의 보조금을 모두 적용할 경우 약 3390만∼3720만 원으로 낮아진다.

넥쏘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949대가 판매됐다. 내수는 727대, 수출은 220대로 주요 수출시장은 유럽과 북미 지역이다. 현대차는 올해 넥쏘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6000여 대로 전년보다 무려 6배나 크게 늘려 잡았다. 수소차 보조금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내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때문이다.

정부의 로드맵대로 2025년 수소차 10만 대 양산체계가 갖춰질 경우 현대차의 수소 승용차 가격은 현재의 반값인 3000만 원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보조금이 사라지더라도 일반 내연기관차와 가격 경쟁이 가능해지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 활용 모빌리티 부스에서 수소차 넥소에 대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는 상용 수소차도 개발 중이다. 2006년 1세대 수소전기 버스 모델을 개발했으며, 2009년 2세대 모델을 내놨고, 2017년부터는 3세대 모델을 운영 중이다. 3세대 모델은 가속 성능, 등판 성능, 내구성 등을 대폭 강화하고, 첨단 안전사양을 탑재했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기간에 시내버스로 활용됐으며, 작년부터 서울시의 시내버스 정규노선에 시범 투입됐고, 올해부터는 서울, 울산, 광주, 창원, 서산, 아산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총 30대가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수소차의 엔진 격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도 늘릴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시스템을 생산하는 충북 충주 공장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연간 3000대 규모인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생산 능력을 2022년까지 4만대로 확대해 늘어나는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연간 50만 대규모(승용·상용)의 수소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약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2030년까지 연구·개발(R&D)과 설비 확대에 모두 7조 6000억 원을 신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 수소차 테마주에 낙관 vs 비관 ‘팽팽’

금융투자업계는 일단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과 현대차의 수소차 육성 전략에 따라 수소차 관련 주가 ‘테마주’로 떠오르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진정한 청정 에너지 운송수단은 결국 수소차이고,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시장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며 “국내 업체들이 현대차의 수소차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타 국가 부품업체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수소차 기술의 단점과 한계를 지목하는 분석가들도 많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에너지 효율, 주행 성능 등 상품성에서 한참 뒤처져 있어서 기술이 발전해도 태생적 한계 때문에 전기차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라며 “현대차가 수소차 사업을 본격 시작하는 것은 큰 모험으로, 수소차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장기적으로 현대차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사진 = 현대차

복잡한 구조 때문에 셀 하나만 잘못돼도 전체 연료전지를 교체해야 하는 등 품질 관리 부담이 크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주행 거리당 충전 비용이 전기차의 3.7배에 이르는가 하면, 주행 성등도 뒤처지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차의 장점도 있다. 전기차는 차가 커질수록 배터리 무게가 늘어 대형화에 한계가 있지만 수소차는 그런 문제가 없어 버스·트럭 등 상용차와 기차·선박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전기차와 수소차가 각자의 영역에서 병행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거리 승용차 시장에서 유리한 전기차와 장거리 상용차 시장에서 강한 수소차가 상호 보완재로서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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